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고려대 로스쿨팀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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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고려대 로스쿨팀 우승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08.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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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사업장의 안전문제, 교섭대상 두고 법리 공방
3인 1팀 역대 최다의 90명(30팀) 로스쿨 재학생 참가
참가자 “쟁점 많아...” 심사단 “유난히 평가 힘든 대회”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결과, 고려대 로스쿨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는 손배가압류 등 주요쟁점이 되는 노동사건을 주제로 다루는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로서, 시민모임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 대표 박래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양경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동명)의 공동주최로 올해 아홉 번째 대회가 치러졌다.

올해는 산업재해 사업장의 원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권 행사와 원청의 손해배상청구를 두고 예비법조인들이 각각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법리대결을 펼쳤다.

사내하도급 1명 사망, 정규직 4명 부상 등 산업재해가 발생한 ㈜오성제철. 이에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오성제철지부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로 구성된 연심인더스트리지회는 모두 전국단위의 산업별노동조합 소속으로 사업장의 안전과 하청노동자 임금을 두고 오성제철을 상대로 공동교섭을 요구했으나 오성제철은 단체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오성제철지부는 절차에 따라 쟁의행위 돌입했고 오성제철은 파업이 불법이라며, 이에 따른 손해 470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지부장과 지부장의 신원보증인에게 제기한 상황.

안전을 약속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원청 소속 외에 하청노동자들과는 교섭할 의무가 없는지, 그렇다면 쟁의행위도 불법이라는 원청의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한지 등이 쟁점으로 출제됐다.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변론을 하고 있다. / 손잡고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변론을 하고 있다. / 손잡고

이번 대회에는 역대 최다인원인 총 90명(3인 1팀, 30팀)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이 참가했다.

6월 1일부터 7월 14일까지 예선(서면심사)을 거쳐 24명(8팀)이 본선에 올랐다. 8팀은 무작위로 선정된 대진표에 따라 본선에서 1, 2차에 나누어 원, 피고 각 입장에서 변론을 펼쳤다.

본선 재판부는 법조계, 노동계, 학계 추천으로 구성됐고 주요 평가항목은 △쟁점의 누락이 있는가 △사실인정에 있어서 주어진 사실관계를 정확히 획정하였는가 △법리전개와 관련하여 창의적이고도 논리적인 시도가 있는가 △형식적 기재사항 준수했는가 등이었다.

본선 결과, ▶최우수상인 국회의장상(상금300만원)은 △고려대 로스쿨 9003번팀(김성욱, 손효유, 김민혁)이 거머쥐었다.

이어 ▶우수상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상(상금200만원)은 △성균관대 로스쿨 9017번팀(조하경, 윤혜정, 황신아) ▶장려상 중 ▷민주노총법률원장상(상금100만원)은 △성관관대 로스쿨 9019번팀(곽영출, 김동현, 이동준) ▷한국노총법률원장상(상금100만원)은 △서강대 로스쿨 9011번팀(김태원, 권승현, 이다현)이 차지했했다.

또한 ▶입상인 노란봉투법상(각 상금50만원)은 △한양대 로스쿨 9008번팀(김보석, 김기훈, 정진혁) △고려대 로스쿨 9014번팀(김효빈, 김예지, 이예희) △서울시립대 로스쿨 9018번팀(허성희, 김도훈, 이하얀) △연세대 로스쿨 9027번팀(강우승, 이정진, 김지민)이 각 수상했다.

국회의장상을 받은 김성욱 씨는 “쟁점이 많아 대회 출전을 후회하기도 했다”며 “함께 출전한 팀원들 덕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민혁 씨 또한 “정말 힘들었다”며 “큰 상을 주셔서 고생을 보답받은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손효유 씨는 “노동법이 너무 어렵고 사악한 함정들이 많아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특히 “우리는 모의법정으로 문제를 접했지만, 실제 노동자들은 현실의 문제로 이 문제를 접할 거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판례, 최근 대법원 판례, 고용노동부 입장, 헌법재판소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면서 “국회가 입법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노동현안을 마주한 소회도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수상자들이 밝힌 말대로 사안이 복잡하고 어려웠다는 평가다. 그래서 평가 역시 “유난히 힘들었던 대회”로 확인됐다.

박은정 교수(인제대학교),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법률원 부원장)가 A법정 재판부를, 정기호 변호사(재판장, 민주노총법률원장), 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정영훈 교수(부경대학교)가 B법정 재판부를 맡아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은정 교수는 “역대 최고로 어려운 쟁점들이 포진하고 있는 문제였다”며 대회를 끝까지 치러낸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박 교수는 “사망이라고 하는 문제, 산업안전이라고 하는 문제가 전체의 근로조건으로서 쟁의 목적의 정당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이 쟁점을 우리가 어떻게 잘 살려서 공동교섭이라고 하는 방식을 실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팀에게 평가가 더 갔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공동교섭’이라는 함정에 빠져 산업안전이라고 하는 핵심적 쟁점을 놓쳤다”며 순위를 가른 결정적 요인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재판부 모두 순위를 정하는데 고민이 깊었을 정도로 유난히 힘들었던 대회였다”며 순위를 떠나 모든 참가자에게 박수를 보냈다.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 우승을 차지한 고려대 로스쿨팀이 발표를 하고 있다. / 손잡고
최우수상인 국회의장상을 차지한 고려대 로스쿨팀 / 손잡고
우수상인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상을 차지한 성균관대 로스쿨 9017번팀 / 손잡고
장려상인 한국노총법률원장상을 차지한 서강대 로스쿨팀
장려상인 민주노총법률원장상을 차지한 성균관대 로스쿨 9019번팀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입상인 노란봉투법상을 차지한 팀들이 수상하고 있다. / 손잡고 

한편, 공동주최자인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는 “올해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 해”라며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진 어려운 조건 속에서 대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 로스쿨생 여러분들 덕분에 대회가 잘 치러질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저 역시 손배가압류 당사자”라며, 시상식에 참여해 예비법조인들을 직접 마주해 격려를 보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처럼 노조가 있는 곳에서는 그나마 법률원을 통해 법률적 대응을 하고 있는데, 85%에 해당하는 노조 없는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직장갑질 등 많은 경우에서 법률대응조차 어려운 현실”이라며 “경연대회에 참여한 여러분도 변호사가 되었을 때 단순히 판례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고 역할을 해주실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를 남겼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축사를 통해 “이번 대회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앞두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시의성이 크다”며 “이번 대회가 노란봉투법 통과의 정당성을 예비법조인들과 다시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격려했다.
 

폐회식 모습 / 손잡고
폐회식 모습 / 손잡고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를 마치고 내외빈과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손잡고
국내 유일 노동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인 제9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 본선이 지난 19일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를 마치고 내외빈과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손잡고

참고로, 대회명칭인 ‘노란봉투법’은 손배가압류의 근거가 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안을 말한다.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는 2014년 <노란봉투캠페인> 시민모금액을 주춧돌로 2015년 처음 시작한 이래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는 시민 후원금에 더해 법무법인 여는, 법무법인 중앙법률원, 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 대회를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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