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2년 형법 주요 판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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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2년 형법 주요 판례(2)
  • 이창현
  • 승인 2023.08.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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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

. 형법각론 분야

1.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에서 재판관여행위의 직권남용 부정 (대법원 2022.4.28.선고 202111012 판결)

. 사 안

​<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고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보좌하여 형사재판부 재판장, 영장전담판사 인선 등 재판부 구성, 중요 형사사건의 접수 및 진행상황에 대한 수시보고, 형사재판 사무 등의 처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한 감사 및 보고, 형사부 소속 법관들의 근무평정 및 사건배당, 형사재판에 관한 기획·공보 업무를 포함하여 제반 사법행정사무 관련 지휘·감독권 및 국민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재판 관련 사항에 대한 직무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 중에 3개 사건의 담당 법관들에게 판결이유 수정 등의 조치를 요청하였는데, 구체적으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하였다는 혐의, 민변 변호사들의 서울 대한문 앞 집회 사건 판결문에서 논란이 될 만한 표현을 삭제하게 한 혐의, 프로야구 선수들의 원정도박사건을 약식명령 처분하도록 한 혐의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사법행정권을 보유한 자로서 그 직권을 남용하여 재판에 개입함으로써 각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재판권이라는 권리행사를 방해하였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하였다.

1심과 원심무죄를 선고하였고, 대법원상고를 기각하였다.7)

. 판결요지

(1) 원심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의 행사에 가탁하여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하는데, 여기에서의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되는바,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2019.8.29.선고 201814303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3.11.선고 202012583 판결 등의 법리를 원용한 다음,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의 위와 같은 각 재판관여행위는 법관의 재판권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사법행정권자에게 직무감독 등의 사법행정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각 재판관여행위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존재하지 않고,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넘는 월권행위에 관하여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헌법, 법원조직법, 관련 대법원 규칙과 예규를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재판에 관여할 직무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 결국 각 재판관여행위가 피고인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 직권남용죄에서 권리행사를 방해한다 함은 법령상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의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므로, 이에 해당하려면 구체화된 권리의 현실적인 행사가 방해된 경우라야 하고,8) 여기서 말하는 권리는 법률에 명기된 권리에 한하지 않고 법령상 보호되어야 할 이익이면 족한 것으로서, 공법상의 권리인지 사법상의 권리인지를 묻지 않는바,9) 헌법과 법률에 의한 법관의 독립된 심판권한(헌법 제103), 재판장의 소송지휘권(형사소송법 제279) 역시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권리에는 해당하나, 각 담당재판장과 담당판사는 담당재판부의 논의, 합의를 거치거나 혹은 동료판사들의 의견을 구한 다음, 자신의 판단과 책임 아래 권한을 행사하였고, 피고인의 요청 등을 지시가 아닌 권유나 권고 등으로 받아들인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어떠한 일을 하게 한 때에 상대방이 공무원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한 일이 형식과 내용 등에 있어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바,10) 담당재판장과 담당판사 등의 판시와 같은 행위가 법령, 그 밖의 관련 규정에 따라 직무수행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이나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직권남용죄는 단순히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직권을 남용하여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거나 다른 사람의 구체적인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하고, 그 결과의 발생은 직권남용행위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바,11)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이나 담당판사의 행위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담당재판장들이나 담당판사는 피고인의 요청을 무조건 따른 것이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논의 등을 거쳐 독립하여 재판을 수행하였고, 피고인에게 법관의 재판권에 관해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으며, 피고인의 말을 권유 정도로 이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

(2)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직권남용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와 모욕죄(형법 제311)에서의 전파가능성 부정 사례 (대법원 2022.7.28.선고 20208336 판결)

. 사 안

피고인들은 수원시 (주소 생략)(이하 이 사건 빌라’) 소유자의 딸과 사위로서 소유자를 대리하여 이 사건 빌라를 관리하고 있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빌라의 누수 문제로 그 아랫집에 거주하는 공소외 1로부터 공사 요청을 받게 되자, 공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사건 빌라를 임차하여 거주하는 가족인 피해자들의 탓으로 돌려 책임추궁을 피하려고 하였다.

피고인 2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2018.9.4., 2018.9.20.경과 2018.12.1.경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해, 2018.12.1.경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해, 2018.9.1.경 피해자 공소외 4에 대해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막말과 욕설을 하였다는 취지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피고인 12018.9.1.공소외 1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피해자 공소외 3에 대해 무식한 것들’, ‘이중인격자등으로 말하여 공연히 모욕하였고,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해 누수 공사 협조의 대가로 과도하고 부당한 금전 요구를 한다는 취지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피고인들의 각 발언을 통칭하여 이 사건 각 발언’). 이에 피고인들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기소되었다.

원심,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발언이 공소외 1을 통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공연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나 대법원은 전파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파기환송하였다.

. 판결요지

(1) 법 리

공연성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구성요건으로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을 특정 소수에게 한 경우 공연성이 부정되는 유력한 사정이 될 수 있으므로, 전파될 가능성에 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에서 전파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가 필요하므로,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친밀하고 사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공적인 관계에서도 조직 등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실의 확인 또는 규명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것이거나, 상대방의 가해에 대해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하게 된 경우와 수사·소송 등 공적인 절차에서 당사자 사이에 공방을 하던 중 발언하게 된 경우 등이라면 발언자의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공연성의 존부는 발언자와 상대방 또는 피해자 사이의 관계나 지위, 대화를 하게 된 경위와 상황, 사실적시의 내용, 적시의 방법과 장소 등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에 관해 심리한 다음, 그로부터 상대방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12)

(2) 판 단

이 사건 각 발언은 피고인들이 각자 공소외 1 한 사람에게만 한 것이다. 이 사건 각 발언은 신속한 누수 공사 진행을 요청하는 공소외 1에게 임차인인 피해자들의 협조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는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에 관한 피고인들의 진술내용을 종합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전파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에 기해 이 사건 각 발언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공소외 1자신의 형과 변호사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의 녹음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빌라의 누수에 관해 피고인들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이 사건 각 발언이 자료로 제출되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들어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각 발언이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되지 않은 것은 비록 위 각 발언 이후의 사정이기는 하지만 공연성 여부를 판단할 때 소극적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

원심은 공소외 1이 이 사건 각 발언을 근거로 피해자들에게 항의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고 실제로 공소외 1피해자들에게 이 사건 각 발언을 전달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전파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피해자 본인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거나 실제 전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개별적인 소수에 대한 발언을 불특정인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이유로 공연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막연히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이에 대해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이 사건 각 발언의 내용과 경위, 피고인들, 피해자들과 공소외 1의 관계를 종합해 보면, 공소외 1이 당시 누수 문제로 협의 중인 당사자들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이 아닌 이 사건 각 발언을 주위에 전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각 발언의 전파가능성을 인정하여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교제하였던 피해자나 다른 입주자의 승낙없이 아파트 공동출입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아파트의 공용부분에 출입한 경우(형법 제319)(대법원 2022.1.27.선고 202115507 판결)

. 사 안

피고인은 2019.9.25. 00:55경 이 사건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고인과 약 7개월 전 연인 사이였던 피해자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집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에서 피해자의 집이 속해 있는 동으로 연결된 출입구의 공동출입문에 피해자와 교제 당시 피해자를 통해 알게 된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위 출입구에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탑승하여 피해자의 집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 현관문 앞에 이르러 약 1분간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피해자의 집에 출입하려고 시도하다가 피해자가 누구세요?’라고 묻자 도주하여 이 사건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구로 나왔다. 이로써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 공용부분에 들어가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주거에 침입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원심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인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는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에 포함된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의 집에 속한 동으로 연결되는 출입구(이하 이 사건 출입구’)로 출입하는 것을 추정적으로 승낙하였다거나 이 사건 당일 피고인이 출입하는 것을 알고 현실적으로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음을 전제로 하여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추정적 승낙에 관한 법리가 제한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오인하였더라도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 피고인이 이 사건 출입구에 출입한 행위는 피해자를 비롯한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실제로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기수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한 1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대법원상고를 기각하였다.13)

. 판결요지

(1) 법 리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하므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14) 따라서 침입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거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 상태, 출입의 경위와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할 때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경우에 이르러야 한다.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내부의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 복도 등 공용부분도 그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어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15) 거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에 출입한 것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그 공용부분이 일반 공중에 출입이 허용된 공간이 아니고 주거로 사용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거주자들 또는 관리자에 의해 외부인의 출입에 대한 통제·관리가 예정되어 있어 거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인지,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이나 관리자가 평소 외부인이 그곳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관리하였는지 등의 사정과 외부인의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침해하였는지의 관점에서 객관적·외형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동현관에 출입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주거로 사용하는 각 세대의 전용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거주자와 관리자에게만 부여된 비밀번호를 출입문에 입력해야만 출입할 수 있거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취지의 표시나 경비원이 존재하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는 사정이 존재하고, 외부인이 이를 인식하고서도 그 출입에 관한 거주자나 관리자의 승낙이 없음은 물론, 거주자와의 관계 기타 출입의 필요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정당한 이유없이 비밀번호를 임의로 입력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자나 관리자 모르게 공동현관에 출입한 경우와 같이, 그 출입 목적 및 경위, 출입의 태양과 출입한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동주택 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공동주택 거주자들에 대한 주거침입에 해당할 것이다.

(2) 판 단

()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의 집에 이르기 위해서는 이 사건 출입구에 설치된 공동출입문에 거주자나 관리자에게 부여된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들어간 다음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야 한다.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와 약 2개월 정도 교제하면서 알고 있던 위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피해자의 집이 속한 아파트의 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와 잠시 교제하다가 다투어 헤어진 지 약 7개월이 경과한 데다가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피해자에게 아무런 사전 연락조차 없이 피해자와 자녀가 잠을 자고 있던 심야 시간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출입구를 통해 피해자의 집이 속해 있는 동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집 앞에 이르러 약 1분간 피해자의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수차례 눌러 피해자의 집 안에 들어가려고 시도하였다. 이에 피해자가 누구세요?’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놀라 피해자와 대면도 하지 않은 채 도주하였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면, 당시 피해자는 피고인이 아무런 연락 없이 불쑥 집으로 찾아온 것에 겁을 먹었고, 만약 현관문이 열렸다면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성범죄를 당했을 것 같다.’고 진술할 정도로 피고인을 두려워하고 피고인과의 만남을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심야시간에 이 사건 아파트의 출입구와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무단으로 출입한 행위는 피해자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자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이 출입한 이 사건 출입구는 피해자가 주거로 이용하는 전용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자나 거주자들이 비밀번호가 설정된 공동출입문의 설치를 통해 출입문 안쪽의 공용부분에 대해 평소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관리하고 있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아파트의 거주자가 아니며 과거 피해자와 교제할 때 피해자의 집에 방문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출입하였을 뿐 이 사건 이전 약 7개월의 장기간 동안 이 사건 아파트에 출입하지 않았다.

2) 피고인은 과거 피해자와 사귀면서 그 비밀번호를 알게 된 점을 기화로 피해자에게 방문을 허락받는 등의 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심야시간에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입력하는 방법으로 출입구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자나 거주자들만의 출입이 허용되는 공간인 출입구 내부 및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출입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거에 몰래 들어간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와 일시 교제한 사이였고, 피해자를 통해 이 사건 출입구의 공동출입문 비밀번호를 알게 되었다는 등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피고인의 출입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및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사용현황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나 이 사건 아파트 관리자의 현실적·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거나 그 밖에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16) 

각주)-----------------  

7)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하거나 부적절한 재판관여행위에 해당하나, ① 재판관여행위가 피고인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 점, ②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가 담당재판장, 담당판사 등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④ 피고인의 재판관여행위와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단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8) 대법원 2006.2.9.선고 2003도4599 판결 등 참조.

9) 대법원 2010.1.28.선고 2008도7312 판결 등 참조.

10) 대법원 2020.1.30.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1) 대법원 2020.1.30.선고 2018도223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2) 대법원 2020.11.19.선고 2020도5813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13) 대법원은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에 있어서 피고인의 행위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대한 판단 없이 피해자의 현실적·추정적 승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정, 즉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침입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등 그 판결이유에 부족한 부분은 있으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14) 대법원 2021.9.9.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5) 대법원 2009.9.10.선고 2009도4335 판결 등 참조.

16) 같은 취지의 판례 : 대법원 2022.4.14.선고 2022도1272 판결, <피고인이 근처 편의점에서 처음 마주친 피해자의 뒤를 계속하여 따라가다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이 사건 건물의 공동출입문을 통과하여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것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인정한 사례>

> 다음 주에 계속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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