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익소송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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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익소송을 돌아본다
  • 황필규
  • 승인 2023.08.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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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익소송의 법적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한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를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구제 등을 통해 해결함과 동시에 법제와 관행 개선을 통해 사회적인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은 2004년 설립된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여러 공익소송을 수행했고 적지 않은 성과를 축적했다. 하지만 항상 반성되고 고민되는 지점들이 있다. 국내외 인권변호사들과 공익소송에 대해 논의하는 위크샵에 초대되어 많은 고민들을 같이 얘기하고 펼쳐보았다. 다양한 공간에서 함께했던 혹은 함께하고자했던 이들과의 오랜만의 재회도 있었다.

왜 공익소송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던져진다. 소송은 사법적 절차이고 전문적 지식을 요하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함께하고자 하는 비법률가들이 소외되기도 하고 전체 이슈 자체가 법적인 문제로 축소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송의 전 과정에서 인권에 기초한 접근,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일관되게 적용되어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증거의 수집과정에서도, 진술을 재구성하거나, 상대방의 증거를 활용하거나, 수집된 증거들을 검증하는 법률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가 자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결국 공익소송은 피해자와 함께 일하는 과정이다. 한정된 자원이 여러 제약을 설정할 수 있고, 때로는 언어적, 문화적 차이가 소통을 매우 어렵게 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 공동체 내의 소수집단이 존재할 수 있고 피해자들 사이에 갈등이 존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호 이해 부족이나 소통의 어려움으로 신뢰가 형성되지 않거나 형성된 신뢰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재난 피해자들과 함께 하면서 깨달은 두 가지. 피해자들은 특별한 상황에 놓인 보통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공익소송 중 외국 인권변호사들과도 공유했으면 하는 소송 중 하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노동3권이 쟁점이었던 ‘노동조합설립신고서반려처분취소’ 소송이다. 1심 법원은 취업이 금지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장차 적법한 근로관계가 계속될 것임을 전제’로 한 노조가입이 허용되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 후 각종 유엔인권조약과 그 조약기구의 유권해석, 미주인권재판소 권고의견, 유럽평의회 의회 결의,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스페인 헌법재판소 판결 등 광범위한 국제법, 비교법 연구가 있었고, 관련 사건에 관한 여러 유엔인권기구와 국제노동기구의 권고가 있었다. 그리고 2심에서 1심 결과가 뒤집혔고, 대법원도 이를 유지했다. “근로자가 외국인인지 여부나 취업자격의 유무에 따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없다.” 2심 법원도 대법원도 국제인권규범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국경을 넘는 기후/환경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은 어떠한가. 포스코 인도 제철소 건설, 수출입은행 필리핀 댐 건설, SK 라오스 댐 붕괴,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개발 등 사건에서 선주민, 소수민족, 주민들의 토지, 물, 생계에 관한 권리, 환경권 등이 침해되었고, 국가위원회 진정, 유엔특별보고관/워킹그룹 진정,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 진정, 손해배상소송 등이 제기되었다. 소송에서는 1심에서는 ‘불편한 관할’ 법리를 통해 국내법원의 관할권이 부정됐고, 2심에서는 당사자의 법인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됐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평소 사회적 가치, ESG를 앞다투어 내세우는 기업들도 정작 인권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를 은폐하고 부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국경을 넘는 연대, 특히 아시아 내 인권(변호사)연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아태난민권리네트워크, 인권에 기초한 사법접근권 아시아 컨소시엄의 경험 속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그동안 여러 시도는 있었지만 의미 있는 조직화나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한 이주민 인권 및 기업과 인권 아시아 (인권변호사) 네트워크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설립되고 안정적 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사무국과 자원, 적극적인 구성원 단체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동안 지역내 느슨한 인권변호사들의 교류와 난민, 인신매매 등 다른 인권영역에서의 협력의 경험이 좀 더 강화되고 확산될 필요가 있다. 온라인상의 교류와 공동활동에 익숙해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공익소송은 국경을 넘는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3년 7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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