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국가마다 청년세대의 저항방식은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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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국가마다 청년세대의 저항방식은 비슷할까?
  • 신희섭
  • 승인 2023.08.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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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요즘 전세계적으로 청년층의 살기가 퍽퍽하다.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고강도로 이자를 높이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어 돈이 풀리지 않는다. 이것은 당연히 고용축소로 이어지고 있고, 그 직격탄은 이제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층이 맞고 있다.

청년들에 닥친 위기에 저항하는 방식은 다양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유사한 점도 많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NEET족이 등장했다.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이 의미하는 것처럼 취직도 진학도 포기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 등으로 단기적으로 쓸 돈만 마련한 채 근근이 살아가는 것이다.

일본 청년층에는 사토리(さとり) 세대가 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태어난 세대로 현실에 만족하면서 사는 득도 세대를 의미한다. 신선이 득도한 것처럼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결혼, 연애, 소비 등을 포기하고 사는 세대다.

한국 청년들에게는 언제부터인가 N포세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N까지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3포에서 시작해 지금은 그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월급처럼 대부분 숫자가 늘면 좋은 일이지만 이 숫자가 느는 것은 슬픈 일이다. 현실에서는 0.78명의 합계출산율로 나타난다.

이들 청년세대는 호황기를 경험했던 부모 세대와 달리 호황기 없이 바로 동면기를 만났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몸을 움츠리고 긴 겨울을 나는 세대는 중국에도 있다. 중국에서는 득도라는 의미의 ‘포시’를 하는 세대가 생겨났다. 최근에는 이들이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을 강조해 ‘탕핑’족이라고 한다.

이들 청년세대가 공유하는 것이 또 있다. 계급화다. 베이비붐 세대가 세계적인 호황기에 분배적 정의가 가장 잘 실현된 세대라면 최근 청년세대들은 그 반대편에 있다. 다만 국가마다 청년들이 위기를 맞이하는 시기나 대처하는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 청년들은 계급화의 마지막 열차를 타려고 ‘영끌’을 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득도와 체념을 한다.

최근 청년들의 대처는 일반화가 가능하다. 조직경제학자 앨버트 허쉬만을 빌려서 설명해볼 수 있다. 조직을 청년들이 사는 사회라고 보면 청년들은 3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 사회에 충성하거나, 저항하거나 조직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청년세대들이 연애- 결혼- 출산- 육아라는 고리를 포기하는 것은 사회에 대해 개인적으로 저항하는 것이다. 이는 소극적인 차원의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대를 끊어서 사회와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럼 청년세대들 모두 소극적인 저항에서 그칠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과 유럽국가에서 청년이 저항하는 방식과 중국 청년이 저항하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실업증대나 임금 격차 강화나 자산 양극화로 인해 청년세대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 기성 정당에 대해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그러나 표를 더 많이 가진 기성세대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전적으로 청년세대 편에 설 수 없다. 다만 청년들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분노 일부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실적이 좋았던 비민주주의 국가 중국은 1990년대부터 경제실적이라는 보상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위험신호가 오고 있다. 1,100만 명. 한 해 대학에서 졸업하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자리가 얼마 없다. 애국주의로 사상교육을 하면서 계속 주머니를 채워주던 공산당이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상황은 중국 청년들에게 소극적인 저항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적극적인 저항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할 것인지의 갈림길로 몰 수 있다.

중국 청년들이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게 될 조건은 상대적 박탈감의 강화, 개인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는 인식의 변화, 이들을 규합하게 하는 특별한 사건이다. 이미 농민이 5억이나 되는 중국 사회에서 청년들을 농촌으로 내려가게 만드는 중국 정부의 발상은 중국 청년의 미래와 중국 사회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청년들이 중국 공산당의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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