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32-총장실 진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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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32-총장실 진입 사태
  • 손호영
  • 승인 2023.08.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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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대학생의 총장실 진입 또는 점거는 종종 일어나는 시위 형태입니다. 학교 측과 대화가 잘 되지 않을 때, 학생회에서 택하게 되는 수단입니다. 제 모교에서는 법인화 문제나 캠퍼스 설치 문제 등으로 총장실 점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총장실 점거에 대해서는 학교 측과 학생회 측이 하는 말이 다른 것이야 당연합니다. 『기획처장은…학생들의 총장면담 요구에 대해 “불법점거 상황에서 협의의 여지는 없다”며 “(학생들이) 점거를 풀고 사과해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처장은 학생들이 점거를 풀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총학생회는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수많은 의견제시와 항의 등을 무시하는 본부에게 시민 직접 행동을 통해서 법인화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제동거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점거농성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한쪽은 이를 불법점거라 하고, 다른 쪽은 이를 정당한 일이라 합니다. 총장실 점거가 장기화되는경우도 종종 있지만, 그래도 총장실 점거 사태가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 판결에서는 총장실 점거 사태를 법적으로 평가한 것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두 파로 나뉘어 분쟁 중이었습니다. 전 이사장은 부정입학과 관련된 금품수수 등 혐의로 구속되었는데,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선임한 임시이사들이 학교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종전 이사 체제 시 학교 운영에 관여했던 측(이른바 ‘구재단’)과 임시이사 체제 시 운영에 관여한 학내구성원 측의 갈등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구재단 측의 상징으로서 구속되었던 그가 총장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갈등이 격화됩니다. 학교 운영이 파행되자,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학생들은 총장과의 대화를 원하게 됩니다.

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대학교 학사행정 정상화를 위해 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총장은 이를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은 본관 2층에 있는 임시총장실로 찾아가기로 합니다. 임시총장실은 출입문이 두 곳인데 하나는 통상의 출입문이고 다른 하나는 교무처와 연결된 출입문입니다. 학생들은 면담이 거부되어 통상의 출입문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자, 교무처로 들어가 다른 출입문으로 임시총장실로 들어가려 했습니다. 그 문은 잠겨져 있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그러자 임시총장실 내 사무공간에서 근무하던 교직원들이 즉시 문을 닫기 위해 나섰고, 몸으로 문을 밀었습니다. 서로 실랑이가 20분 정도 계속되고 결국 문이 닫히면서 소란은 종료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업무방해로 기소되었습니다. 공소사실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이 ○○대학교 총학생회 간부로서 2014. 9. 24. 14:00경 학교 총장과 면담을 요구하면서 총장실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거나, 2014. 9. 29. 15:30경 회의실에 들어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를 막는 ○○대학교 교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임으로써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1심에서는 유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파기하고 학생들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17도2760 판결).

대법원은 정당행위의 요건을 새삼 설시한 뒤에, 학생들의 총장실 진입 시도 행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재학생의 학습권 및 교육권을 침해할 경우 위자료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학생들이 학사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실체적, 절차적 법령 근거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목적,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분쟁의 중심에 있는 공소외인을 직접 찾아가 면담하는 이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판단 아래 공소외인과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막아서는 사람들과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인 것은 동기와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의 학습권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라는 측면에 비추어 법익균형성도 충분히 인정된다. 나아가 학습권 침해가 예정된 이상 긴급성이 인정되고, 피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법률적 수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취해본 후에야 면담 추진 등이 가능하다고 할 것은 아니므로 보충성도 인정된다. 그렇지 않고 긴급성·보충성을 별도로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당행위 성립을 부정한다면 일반적·보충적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를 규정한 입법 취지 및 사회상규의 의미에 배치될 수 있다.”

이 판결에서는 정당행위에 대한 판단에서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정당행위 여부가 문제될 사안이 있다면 각 요건을 파악해봄과 동시에 ‘사회통념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어떻게 볼 수 있을지를 우리는 고민해봐야 될 것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법학박사
sohnhoyo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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