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100세 키신저의 중국 방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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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100세 키신저의 중국 방문의 의미
  • 신희섭
  • 승인 2023.07.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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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7월 20일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 키신저 장관은 1923년생으로 올해 100세가 된 미국의 외교 천재다. 그의 깜짝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놀랍다. 1971년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미·중 관계의 역사를 새로 만든 장본인이 무려 52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미국과 중국을 이어주는 것이 놀랍다. 그렇다. 100세가 되었지만, 키신저는 여전히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건강하고 지혜로우며 영향력을 가졌다는 것이 경이롭다.

시진핑 주석은 키신저의 방문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100세에 100번째 방문이란 점에 의미를 두었다.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중국적 사고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두 개의 100년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인은 인정과 의리를 중시한다.”라고 하면서 “우리는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시진핑의 발언 맥락은 어렵지 않다. 키신저가 만든 미·중 관계가 바람직하며 이 질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1971년 키신저의 노력과 1972년 닉슨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국과 중국은 1979년 국교를 수립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포용정책 속에서 미·중 관계는 순풍에 돛을 단 듯했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는. 2011년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을 발표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하고 대중국 관세를 25%나 때렸다. 2021년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탈동조화로 반도체공급을 틀어막았다.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잡은 2012년 이후 미·중 관계는 확실히 변화했다. 전랑외교로 대표되듯 중국은 확실히 공세적으로 되었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중국견제에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키신저의 방중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제안한 리상푸 국방방관과의 회담은 거부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키신저는 리상푸 장관을 만났다. 최근 미국 정부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앨런 재무장관 그리고 존 캐리 기후변화특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만 시주석을 접견했을 뿐이었다.

키신저 장관의 중국 방문이라는 이벤트가 얼어붙은 미·중 관계를 바꾸는 봄의 전령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이 방문을 통해 중국은 자신의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하는 듯하다.

이번 방문은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성사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우스모닝 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개월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핑퐁외교를 만들고 중국을 세계 무대로 끌고 나온 친중 인사인 키신저를 통해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미국의 여론을 모를까!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8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중국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주석이 100세 키신저를 초청한 것은 대내외 전달하고 싶은 몇 가지 전략적 메시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 정부는 잘하고 있고, 미·중 관계 악화는 미국 정부 탓이다. 문제를 만든 미국 정부가 아니라 민간분야의 원로와는 대화할 수 있다. 중국의 국방장관도 만날 수 있다.

둘째, 중국은 여전히 대화할 수 있다. 의리와 명분을 갖출 수 있다면 중국은 대화할 수 있다. 어려운 국면에서도 중국은 할 도리를 한다.

셋째, 현재의 대결이 아닌 1972년 상하이 코뮈니케를 발표하던 때로 돌아가자. 상하이 코뮈니케처럼 미국과 중국 양국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말자. 게다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에 대해서도 합의했으니 그때로 돌아가자. 물론 대만 문제를 둘러싼 해석에서 ‘a part of china’에 대해선 생각이 달랐지만 말이다.

중국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들이었겠지만, 중국은 확실히 한 가지를 더 이야기했다. 중국이 미국보다 맘이 훨씬 더 바쁘다는 것.

최근 중국 관련 기사들을 보라. 중국의 경제실적 저조, 완다그룹의 부동산 위기, 사상 최고로 24%를 넘어선 중국 청년실업률.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미국에 대한 경쟁 가능성에 빨간 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마음이 바쁜 시진핑 정부가 만든 키신저 이벤트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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