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노무사의 노동법강의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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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노무사의 노동법강의 320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3.07.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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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훈 노무사
現)노무법인 신영 대표 노무사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사수료
   서울지방노동청 국선노무사
   윌비스 한림법학원 노동법 강사
   메가공무원학원 노동법 강사
   서울시 시내버스 채용심사위원회 위원
   (사)노동법이론실무학회 정회원
   연세대학교 법학석사
前)키움경영컨설팅 대표 컨설턴트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전문위원

 

[사실관계]

A사는 시내버스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甲과 乙은 소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한 사람들이다.

A사의 취업규칙은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정년퇴직자를 기간을 정하여 촉탁으로 재고용할 수 있되 건강상태, 재직 중의 근로태도, 성적 및 성격, 재직 중 종사한 업무의 필요성 등의 기준에 따라 그 적부를 심사한 후에 결정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甲, 乙에게 적용되는 단체협약은 정년을 만 61세가 되는 날로 정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는 A사에게 정년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의 규정은 없다.

甲(1954.12.15. 생)은 2015.12.15. 정년에 도달하였으나, 2016.1.3. 원고와 근로계약기간을 ‘2016.1.3.부터 2017.1.2.까지’로 정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계속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A사는 2016.12.13. 甲에게 2017.1.2. 자로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된다고 통보하였다. 乙(1955.12.13. 생)은 2016.12.13. 정년에 도달하였는데, A사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하였다.

이 둘은 A사가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참가인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모두 받아들이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하자, A사는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요지]

1. 乙에 대하여

근로자의 정년을 정한 근로계약,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한 그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참조).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을 실시하게 된 경위 및 그 실시기간, 해당 직종 또는 직무 분야에서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 중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재고용이 거절된 근로자가 있는 경우 그 사유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사업장에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고 인정되는 등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대법원 2023.6.1. 선고 2018다27592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정년퇴직하게 된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로의 재고용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

A사 사업장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는 정년퇴직자를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할지 여부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A사에게 재량을 부여하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고 재고용 적격 심사의 기준도 추상적으로만 제시되어 있을 뿐 일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재고용이 보장된다는 취지가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2014.1.1.부터 2017.3.27.까지 사이에 정년에 달한 A사의 근로자 23명 중 乙 외에도 적어도 8명 이상이 A사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이 촉탁직으로의 재고용을 원하였는데도 재고용되지 못한 것인지 그러하다면 재고용 거절 사유가 무엇이었는지는 기록상 분명하지 않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A사의 사업장에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촉탁직(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하여야 한다는 단체협약 등의 규정이 존재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의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乙에게 정년 경과 후 A사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인정하기 어렵다.

2. 甲에 대하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다만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사업장 내에서 정한 정년의 의미 및 정년 이후에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에 더하여 해당 직무에서의 연령에 따른 업무수행 능력 및 작업능률의 저하 정도와 위험성 증대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의 사정까지 아울러 참작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고, 이때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7.2.3. 선고 2016두50563 판결 참조).

근로자에게 이러한 갱신기대권이 인정 되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그 갱신을 거절한 경우, 거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 갱신 제도의 실제 운용 실태, 해당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및 업무수행 적격성,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9두45647 판결 등 참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정년 이후에도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던 甲에게 그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A사가 갱신을 거절한 만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정년 퇴직자의 촉탁직 근로자로의 재고용에 관하여, A사의 취업규칙 제65조제2항은 ‘정년 퇴직자로서 회사의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촉탁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각 호에서 채용에 관한 기준으로 ‘① 건강상태가 양호하여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자, ② 재직 중의 근무태도, 성적 및 성격 등이 양호한 자, ③ 재직 중 종사하고 있던 업무의 필요성이 계속 인정된 자’라는 실체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2015년 단체협약 제47조제2항에서는 ‘회사는 고령화시대의 대비와 안정적인 고용확보를 위하여 정년에 도달한 조합원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고자 하는 때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재고용할 수 있다’는 절차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 퇴직자가 촉탁직 근로자로 재고용되는 경우 뿐 아니라, 촉탁직 근로자에 대한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할 것이다.

(2) A사의 촉탁직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이 정년퇴직 전에 제공하던 근로의 내용과 크게 다르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고, 정년에 도달하였으나 A사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규정을 충족하여 촉탁직 근로계약까지 체결하였다면, 그로부터 1~2년 더 근무하였다고 하여 갑자기 운전능력이 저하되거나 위험성이 증대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정한 촉탁직 근로자로의 채용 요건을 다시 충족할 가능성은 크다.

(3) 2017.4.1. 기준 A사의 촉탁직 근로자들 34명 중 적게는 1회, 많게는 8회까지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한 근로자들이 21명이나 존재하여 A사의 사업장에는 정년을 경과한 고령자라 하더라도 다수 갱신되어 온 사례가 있다.

또한 2014.1.1.부터 2017.3.27.까지의 기간에 퇴사한 촉탁직 근로자들 중, 甲처럼 단 한 차례도 갱신되지 아니하고 퇴사한 자는 4명인데, 그 중 3명은 사고관계(2명)나 개인사정(1명)으로 퇴사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甲은 A사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촉탁직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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