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평가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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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평가 절차
  • 김용욱
  • 승인 2023.07.21 1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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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지난해 일이다. 2022년 6월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미국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미국 대법관을 임명하는 절차였다. 미국변호사협회(ABA, American Bar Association)가 후보자에 대해 평가를 하는데, 매우 적합(Well Qualified), 적합(Qualified), 또는 부적합(Not Qualified)의 3등급으로 의견을 낸다. 잭슨 판사는 매우 적합 판정을 받았다. 평가 영역은 추천된 인사의 도덕성(integrity), 전문적 역량(professional competence), 법률적 성향(judicial temperament)에 대한 것이었다. 특이한 것은 우리 대한변협은 후보자를 추천하는데, 미국 변호사협회는 후보자에 대한 추천이나 지지를 않고 평가(evaluation)를 한다는 것이다.

평가 시스템 자체보다 주목할 것은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범위이다. Jackson 판사에 대한 ABA의 평가 과정에는 법조인 약 2,800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평가 과정은 대법관 후보자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 후보자의 판결문, 저작물 등에 대한 검토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조인 250명에 대한 비공개 심층 인터뷰도 별도로 있었다. 미국변호사협회의 연방사법 상임위원회를 구성하는 18명의 변호사는 각자가 연간 400시간에서 800시간을 동료 평가 등에 쓴다. 많은 사람의 시간이 그 과정에 들어가게 되고, 적지 않은 비용도 수반되는 작업인 셈이다. 그런데, 노고만큼 그 과정이 객관성이라도 제대로 확보된 것일까?

인터뷰가 단순히 요식 행위로 5분 내지 10분 정도에 그치고, 소수의 인물에 집중되며, 그 보고서 역시 단순 간략하게 나온다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가 적정한 방식으로 시행된다면 결과의 왜곡 가능성은 대폭 축소된다. 예를 들어 인터뷰를 30분~2시간에 걸쳐 충분히 시행하고, 소수가 아닌 수백 명 단위로 비공개로 시행하며, 그 결과를 몇 줄의 요약본이 아니라 적절한 방식의 질문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담는다면 객관성은 담보된다. 숨기고 왜곡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대법관 등의 임명 과정에서 대한변협에서 후보자를 추천한다. 소수 전문가의 식견을 신뢰하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왜 그러한 추천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떠한 조사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어차피 대통령이 그 평가 결과에 구속받는 것도 아닌데, 대법관 1인을 임명하는데 이 정도 비용을 써야 할까? 더구나 우리는 누군가에 대해서 공식적으로는 평가하는 것을 주저하는 문화도 있다. 판단의 신속과 경제성은 중요하지만 주로 위기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현명한 소수가 빨리 의사결정을 해주면 문제는 잘 해결될 수 있지만, 그만큼 자발적 참여와 지지는 이끌어내기 어렵다. 대법관의 임명은 일촉즉발 전쟁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의 필요성도 적고 경제성에 대한 고려도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무엇보다도 대법관 후보를 평가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을 참여시키는 것은 법조인들에게 동료 집단의 평가를 어느 정도 의식하게 만든다. 그만큼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대법관 후보 한 분이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제중재와 국내 소송 등 총 38건의 사건에서 의견서 63건을 작성하고 5년간 약 18억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논란이 있다. 사실 누구든지 로펌에서 직접 제 발로 찾아와서 의견을 요청하는데 주저하기는 쉽지 않다. 위법도 아니니 이해할만한 구석도 있다. 그러나, 그 행동에 대해서 동료 법관, 변호사, 교수들은 대법관 후보로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민했다면 조금은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20~30대 학생들은 취업, 행정고시, 로스쿨 입학 등에서도 3~5인의 면접관에 의한 평가를 거친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면서 공정성을 한층 더 강화한 상태이기도 하다. 채용 과정의 Do’s와 Don’ts도 행정 지침 내지 매뉴얼로 매우 촘촘하게 규율하고 있다. 그런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우리 사회의 주요 포스트를 임명, 선임, 선출하는 절차는 상대적으로 느슨해 보인다.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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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객 2023-07-27 16:23:54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면서 공무 외 영리활동을 한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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