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0)-AI는 인간 변호사를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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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10)-AI는 인간 변호사를 대체할까?
  • 박준연
  • 승인 2023.07.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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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얼마 전 소송 서면 작성에 챗GPT를 사용했다가 그 서면이 존재하지도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바람에 징계받게 된 미국의 변호사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생성 AI가 이렇게 무섭다는 평이 많이 나오는 것을 봤다. 하지만 핵심은 챗GPT를 써서 제출 서면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 변호사 본연의 업무를 게을리한 것이다. 소송 때 제출할 서면을 작성할 때는 주로 주니어 변호사가 리서치를 통해 인용할 판례나 논문 등 2차 자료를 정리한다. 팀의 협업을 통해 서면 초안을 완성한 후에는 다시 한번 주니어 변호사가 서면 초안과 판례를 비교하여 인용된 판례가 정말 서면을 뒷받침하는지, 그렇다면 그 판례가 정립한 법리가 현재까지도 유효한지를 그 이후 판례까지 찾아보고 검토한다. 이 업무 과정에 익숙한 변호사가 보면 챗GPT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이러한 검토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실제로 관할 법원의 징계 결정문에서도 같은 요지로 변호사로서의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상대방 변호사가 서면에서 언급된 판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때도 제대로 답하지 않은 것이 구체적인 징계 사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위의 해프닝과 함께, 다른 직군과 마찬가지로 AI가 인간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생성 AI의 등장과 보급이 경이로우면서도 아직 직업 안정성에 대한 엄청난 위협으로까지는 느끼지 않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전부터 업무에 이미 AI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생성 AI는 아니고 기계 학습을 통해 개별 문서의 소송 및 해당 이슈와의 연관성을 판단해주는 AI는 특히 큰 규모의 소송이나 내부 조사에 이미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처음 이 기계 학습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도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었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니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문서를 하나하나 검토하던 주니어 변호사의 업무는 기술 도입으로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다른 한편,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인공지능이 처리한 업무 결과물을 검증할 중견 변호사의 업무에 대한 수요는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증가하였다. 기술 도입은 업무 숙련도가 비교적 낮은 주니어 변호사 및 패러리걸 등의 직무 훈련 기회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 직군뿐 아니고 사회 전반의 형평성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OECD에서 발표한 고용 전망 보고서에서는 변호사를 금융, 의료 분야의 전문 직군과 함께 다년간의 교육과 직무 경험 축적이 필요한데도 AI가 갑작스럽게 대체할 가능성이 큰 직군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왜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지에 대해서는 AI가 변호사 자격시험에 거뜬히 합격했다는 이유 외에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직 AI가 인간 변호사를 통째로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변호사의 특정 업무는 이미 대체하고 있으며, 그 대체 범위는 급속도로 넓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술 발전이 변호사 업무에 제기하는 도전은 직업 안정성에 대한 위협뿐만이 아니다. 변호사는 매일 의뢰인에 조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기술 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 미국 변호사 협회의 직무행위 표준 규칙은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비밀 정보를 저장, 전송하는 기술의 혜택과 리스크를 숙지하고 이해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러 의미에서 변호사의 업무는 최근 생성 AI의 발전을 비롯한 기술 발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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