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천300억대 엘리엇 배상판정에 취소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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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천300억대 엘리엇 배상판정에 취소소송 제기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3.07.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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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의 해석·정정 신청 및 취소 소송 제기

[법률저널=이상연 기자]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천300억원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대해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이 있음을 확인하고,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장관 한동훈)는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엘리엇 ‘일부 승소’ 취지의 판정을 내린 지 28일 만이다.

정부는 판정 불복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관할 위반’을 들었다. 중재판정부의 ‘재판 대상’이 아닌데도 판정을 내렸다는 취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미 FTA 규정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려면 ▲ 정부가 채택·유지한 조치일 것(당국의 조치) ▲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을 것(관련성) ▲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귀속)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재판정부는 이 같은 조건이 인정된다고 봤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법무부는 주장했다.

먼저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기기관’이라며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본 것에 대해서는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FTA 상대국인 미국도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위임받은 정부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는 정부가 채택한 조치가 아닐뿐더러, 그 책임이 한국 정부에 귀속되지도 않으므로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낸 합병무효 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내 법원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위법행위가 있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재판정부가 국정농단 사건의 형사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한 것에 대해 “국민연금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이 심판을 받은 형사판결과는 법리상 궤를 달리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당시 정부가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와 ‘관련성’이 있다는 중재판정부의 판단도 문제 삼았다.

법무부는 “소수 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 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게 상법상 대원칙”이라며 “소수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다른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판정을 인정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악의적인 ISDS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공공기관 등이 소수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향후 우리 공공기관 및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진행 중인 ISDS 사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며 “엘리엇 ISDS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 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취소 소송과 함께 중재판정부에 판정문의 오류를 바로잡아달라는 판정 해석·정정 신청도 냈다.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하라고 설시하고도, 정작 ‘세후 금액’을 공제하는 오류를 저질러 손해배상금이 약 60억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유에서 약 326억원 상당의 판정 전 이자를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히고도 판정 주문에는 미화로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판시했다며 명확한 해석을 요구했다.

앞서 PCA는 지난달 20일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는 엘리엇 측 주장 일부를 인용, 우리 정부에 5천358만6천931달러(약 690억원·달러당 1,288원 기준)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엘리엇 측이 청구한 손해배상금 7억7천만달러(약 9천917억원) 중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PCA는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법률비용 2천890만3천188.90달러(약 372억5천만원)를, 엘리엇이 우리 정부에 법률비용 345만7천479.87달러(약 44억5천만원)를 각각 지급하라고도 판정했다.

이런 금액을 모두 더하면 정부가 엘리엇 측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판정선고일을 기준으로 1억781만7천264.9달러(약 1천389억원)라고 법무부는 밝혔다.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 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일명 ‘엘리엇 사건’으로 불리는 국제투자분쟁(ISDS)을 제기했다.

정부는 중재판정문상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에 대한 시정을 구하는 한편, 법리적으로 잘못된 이 사건 판정을 바로잡아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유출되지 않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 관련 법령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중재판정부 등과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국문 및 영문으로 작성된 판정문이 18일 저녁 10시경 국제상설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 PCA)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법무부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될 계획이다.

나아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판정의 해석·정정 신청 및 취소 소송 진행 경과에 대해서도 국민께 신속히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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