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 체제의 본질 : 군사와 경제의 병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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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 체제의 본질 : 군사와 경제의 병진 정책?
  • 신희섭
  • 승인 2023.07.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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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7월 12일 북한이 고도 6,000km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2023년 올해 에만 벌써 4번째 ICBM을 발사다. 위성으로 대륙간탄도 미사일의 성공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북한 입장에서는 비싼 미사일을 쏘면서도 큰 성과는 없다. 정작 다탄두 분리나 자세제어나 미사일의 오차 측정과 같은 시험은 하지 못해 비싼 돈만 날리는 셈이다.

북한의 이와 같은 행동은 우리가 가진 북한 경제와 식량난이란 정보와 상식을 무참하게 깨버린다. 2022년에도 북한 경제는 2% 정도 마이너스 성장했다. 2017년 본격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중국 국경봉쇄로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경제난은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북한 내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 북한군 식량 배급량 축소 뉴스, 북한 쌀 가격이 코로나 이전보다 40% 이상 올랐다는 뉴스 등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 한국노동친흥청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도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51만 톤으로 추정된다. 2021년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이 제출한 보고서는 북한이 86만 톤의 곡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추산하였다. 미국 농무부의 경제연구소도 2021년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4만 톤으로 전망했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보고서나 소식이 정확히 사실관계를 보여주지는 못해도 추세는 맞출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2022년에 이어 2023년 값비싼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 대체 왜 북한은 식량을 포기하고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는가!

그 답을 2023년 2월 20일 노동신문의 논설에서 찾을 수 있다. 제목이 ‘자립의 신념을 백배하자’인 논설에서 북한 당국은 ‘국가 위신’을 강조한다. 그 중 "이 존엄과 영광은 제국주의자들에게서 열등민족으로 멸시당하고 오랜 세월 갖은 수난과 고통, 굴욕을 강요당해온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수백 만 톤의 쌀이나 억만금을 준대도 바꿀수 없고 굶어죽고 얼어죽을지언정 버릴 수 없는 목숨과 같은 것"이라는 구절이 핵심이다. 그러면서 "세계화 흐름의 보편성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고도성장'에 대한 요란한 광고, 유혹적인 원조 타령은 자주적 인민의 심장 속에 간직된 자립의 신념을 와해시켜보려는 원쑤(원수)들의 또 하나의 음흉하고 악랄한 압력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북한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2월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화, 자본주의, 원조 따위는 신경 쓰지 말자. 주체를 강조하는 북한의 존엄과 영광을 위해 인민들은 쌀과 자금을 요구하느니 차라리 굶어 죽자.

북한이 국민에게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추상적 가치인 위신, 존엄, 영광을 설교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북한이 만든 주체사상이라는 만능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주체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 3가지가 필요하다는 논리 위에 서 있다. 정치적으로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자주’적이어야 한다. 정치적 자주는 군사적으로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자위’가 가능할 때 확보될 수 있다. 또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야 자주가 지켜진다. 결과적으로 자위와 자립이 자주를 만들고 자주가 북한을 주체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군사적인 자위를 위해 핵무기도 만들고, 발사체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세계화를 거스르고 비민주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와 교역을 통해 정치적 부담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으면서 경제를 운영한다. 주체와 자주, 즉 정치 권력 유지가 현실의 경제 위에 있다. 최대한 단순화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권력 유지가 인민의 생존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인민은 굶지만, 미사일을 쏴대고도 미안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경제난으로 무기에 필요한 경비를 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존엄과 영광을 강조하는 북한은 가상화폐를 도둑질하고 있다. 북한은 2022년에만 16억 5천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해킹했다. 이 액수는 전세계 38억 달러의 가상화폐 도난 금액의 43%이고, 2020년 북한 총수출 액수인 1억 4천만 달러의 11배가 넘는다. 합법적인 방법의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에 과거 무기판매, 마약, 위조화폐에 이어 이제는 가상화폐 해킹까지 간 것이다.

주체를 위한 기만. 자신의 생존을 위한 타자 착취. 이것이 북한 체제 유지의 본질이다. 북한도 타자의 도움이 인민 생존에 필수적인데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교류는 거부한다. 우리가 불편한 것은 문제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방법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자주를 주체의 핵심으로 유지하는 한.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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