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프리고진을 어찌할 것인가!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프리고진을 어찌할 것인가!
  • 신희섭
  • 승인 2023.06.30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러시아의 용병 그룹 바그너를 이끄는 프리고진이 푸틴을 들이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푸틴의 충견으로 불렸던 프리고진이 푸틴을 물려고 달려든 것이다. 모스크바로 향하던 이들은 모스크바까지 200km만을 남겨두고 쿠데타를 멈추었다. 쿠데타 이후 밝혀진 바로는 원래 프리고진은 사사건건 충돌하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기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보가 유출되어 모스크바를 향한 것이다. 게다가 푸틴이 프리고진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중재를 성공시켰다. 반전에 반전!

프리고진의 쿠데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던진다. 우선 러시아 입장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이 1년 넘게 끌려가면서 ‘푸틴의 전쟁’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 것이다. 푸틴의 통치력과 강력한 지도자라는 푸틴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게다가 정규군은 바그너 그룹의 빠른 진군을 막지 못했다. 바그너 그룹을 만난 시민들은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이는 정규군과 시민들 사이에 프리고진을 지지하는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더 확대하면 푸틴에게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마치 민주주의 선거결과로 민심을 알아보듯이 전세계는 푸틴의 러시아 내 입지를 확인했다.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방안대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에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앞으로 푸틴이 프리고진을 처리하는 방안이다. 푸틴이 강력한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프리고진을 처벌해야 한다. 주인을 물려던 ‘충견’을 그냥 두면 다른 개들도 물려고 달려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처벌하면 어떻게 될까! 루카센코의 중재쯤이야 안 지킨다고 치자. 더 큰 문제는 러시아 장성에게 나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정치적 저항은 죽음뿐이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충성하거나 끝까지 가거나!

푸틴이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돌파구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고삐를 세게 쥐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누구도 푸틴을 우습게 보지 못하게 만들 방안, 예를 들어 전술핵무기의 사용과 같은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극한에 몰렸다고 생각하고 푸틴은 이 극단적인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 아니면 만지작거리는 행동으로 공갈(blackmail)을 펼 수도 있다.

중국에 주는 의미도 크다. 이번 쿠데타는 중국의 뼈도 세게 때린다. 만약 중국의 꿈을 완성하는 차원에서 무력으로 대만을 공격하는 경우, 그리고 전쟁이 많은 한족의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 전쟁이 장기화하는 경우, 중국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는 경우, 이런 경우 중국군 내에서도 쿠데타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비민주주의 국가들은 전쟁 중에 쿠데타가 있었다. 1944년 히틀러도 그의 군사작전에 불만을 가진 장교단에 의해 폭사할 뻔했다. 1931년 만주사변 이후 일본 내에서 2.26 사건과 같은 군부의 쿠데타가 있었고, 정치적 불만을 품은 장교들에 의한 수없이 많은 암살이 있었다.

비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의사를 묻는 선거가 없고 있어도 실제로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정권의 책임은 비제도적인 방식으로 청구된다. 혁명과 군사쿠데타나 암살 같은 폭력적인 방식이 그것이다.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하는 북한에서조차 1992년 프론제 군사쿠데타 모의사건이나 1995년 북한 인민군 6군단 쿠데타 사건과 같은 군사반란 시도들이 있었다.

중국이 만약 대만과 전쟁을 치르는 경우 미군을 상대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군 내부에서 얼마나 많은 장성과 장교들이 미군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우려고 할까! 게다가 전쟁과 같은 국가 위급상태에서 쿠데타라도 일어나면 중국은 대내외적인 양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점이 민주주의 미국과 다른 점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입장이다. 미국은 이 상황이 심리전을 활용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을 좋은 기회다. 반대로 우크라이나가 반격해서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할 수 있는 호재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국은 국가를 배신한 용병 그룹 수장을 공개적으로 지원하기는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용병 그룹과 정규군 사이의 관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규군으로 하기 어려운 일이나 불편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기업들이 총구를 바꿔 드는 경우가 생겼으니 말이다.

프리고진이 절대 작지 않은 공을 쏘아 올렸다. 더 큰 문제는 그 울림의 끝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