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의로운, 희망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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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의로운, 희망이 거세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3.06.2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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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최근 기자에게 가장 꽂히는 사회적 문제는 부정 채용 의혹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수백만의 청춘들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또 전문자격사가 되기 위해 더위와 싸워가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한층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현재 논란이 되는 이런 화두를 접할 때면 분노부터 치밀어 오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도선관위 직원 공무원 전입 경력채용 과정에서 전·현직 간부 자녀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이 일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보도 등에 따르면 일부 고위직 간부는 경력채용 공모 전 자녀에게 채용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가 하면, 심지어 면접관의 상당수가 해당 간부와 직간접적으로 동료 또는 지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5급 이상자의 자녀 부정 채용 여부로도 조사와 수사가 확대되고 있어 부정, 특혜채용이라는 의혹의 결과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현재 공무원 채용은 공개경쟁과 경력경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공개경쟁은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누구나 응시하되 필기시험,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정하는 구조다. 경력경쟁은 일정한 자격, 경력에 대한 서류전형에 이어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공채는 개방성과 일반성에, 경채는 전문성과 신속성에 무게를 두는 형식이지만, 특히 경채는 무려 13개의 형태로 나뉠 만큼 다양하지만, 경쟁을 통해 실력을 겨룬다는 점에서는 공채나 경채나 맥락을 같이 한다. 이는 공정과 정의를 추구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질서와 맥락을 같이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무원은 국가직 공채를 통해 7급 20여명, 9급 80여명을 매년 뽑고 있다. 올해 7급 공채 선거행정(일반)의 경우, 18명 모집에 865명이 지원해 48.1대 1의 경쟁률 속에서 내달 22일 1차 필기시험을 치른다. 이후 9월 23일, 1차 합격생(최종 선발 대비 1.2~1.3배)을 대상으로 2차 필기시험을 치르고 여기에서의 합격생을 대상으로 11월 하순 면접시험을 시행해서 최종합격자를 확정한다. 올해 선거행정 9급 공채는 72명(일반 기준) 선발예정에 1,051명이 지원해 평균 14.6대 1의 경쟁 속에서 지난 4월 8일 필기시험을 거쳐 97명이 합격, 이들은 지난 중순 면접시험을 거친 가운데 내달 5일 최종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높은 경쟁률과 실력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걸고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있는 반면, 적정 자격 또는 경력 대상자를 채용하는 경채에 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 기존 공무원 중에서도 적성, 거주환경 등의 사정으로 공무원 전입 경채를 통해서 다른 정부기관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이 역시 경쟁채용을 통해 이뤄진다는 게 대한민국 채용제도의 근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공채에 비해 경채는 전문성, 시의성 등의 특성 탓에 제도적 허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허술한 틈을 악용해 채용 비리가 적지 않게 있었던 것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2006년 외교부 5급 사무관 특별 공채 채용과정에서 외교부 고위관료(추후 장관으로 임명)의 자녀가 통상의 절차를 벗어난 채용이 이뤄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장관직을 사임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외무고등고시는 현재의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으로 바뀌고 굵직한 각종 경채는 민간경력자 5·7급 일괄채용(민경채)으로 일원화되면서 인사혁신처가 1차 필기시험, 2차 면접시험을 통해 일괄선발한 후 관계부처에서 임용하는 방식으로 개편돼 운영되고 있다.

그럼에도 민경채로 해결할 수 없는 경력채용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상황 속에서 이를 악용하는 일들이 (단지 드러나지 않을 뿐)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이번 선관위 경채가 다시금 불씨를 제공한 셈이다. 만약 이번 선관위 경채 특혜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선관위는 대오각성해야 할 일이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심판자로서의 국가기관이, 정작 직원 채용에서는 부정이 판치는, 썩어 문드러진 부패가 있다면 국민 누가 앞으로서의 선거 공정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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