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8)-주니어 미국 변호사가 전문 분야를 정하는 방법
상태바
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8)-주니어 미국 변호사가 전문 분야를 정하는 방법
  • 박준연
  • 승인 2023.06.23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최근 지금 주로 하는 업무 분야인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화이트칼라 범죄, 컴플라이언스 내부 조사 등을 주요 업무 분야로 선택한 연유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로스쿨 진학을 결심했을 때나 로스쿨 재학 중, 심지어 서머 프로그램으로 로펌에서 처음 일할 때도 어떤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가 되어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없었다. 쓰면서도 조금 부끄럽기도 한데 어쩌다 보니 현재 하는 일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운이 좋게도 이 일은 내 적성에 맞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는 막연하게 회사법 업무를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주변을 봐도 외국 출신으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한 사람들은 대개 이 분야를 전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종의 의무감으로 관련 수업을 몇 개 수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수업을 들으면서 흥미를 느낀 분야는 조금 달랐다. 형법, 형사소송법, 증거법 수업이 특히 재미있었다. 어느 과목도 회사법과는 특별한 관계가 없는 분야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현재 내가 비교적 재미있게 종사하고 있는 이 분야에 대한 이런 흥미는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 같다.

로펌에 입사하고 나서는 회사법 업무를 지망하는 동시에 첫해는 부서 소속이 없는 (unassigned) 상태로 여러 업무를 경험했다. 첫 회사는 소송과 중재 분야에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에, 1년 차 때 소속이 없다고는 해도 주로 소송, 중재 안건을 도왔고,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선배들도 이 분야 쪽의 일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았다. 그 영향으로 애초 생각과는 다르게 소송 부문에 배정받게 되었다.

첫 회사에서 주로 미국 국내 소송과 중재 업무를 하고 도쿄로 옮기면서, 카르텔 관련 업무(정부 조사와 미국 소송)를 주로 하게 되었다. 원래 하던 업무와 관련성은 있지만, 범위를 좁힌 것이다. 당시는 미국 정부에서 일본 자동차 산업의 카르텔을 활발하게 조사했고, 이어서 카르텔 관련 집단 소송도 많이 제기되었다. 그렇게 정신없는 몇 해를 보내고 나서 카르텔 업무가 상대적으로 잠잠해질 때쯤 현재 하는 업무를 처음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는 업무분야기도 해서 큰 변화라고는 할 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꽤 큰 변화였고, 자신감 있게 전문 분야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내가 지금 주로 하는 업무 분야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인지, 충분한 수요가 있는 분야인지 하는 의문은 경력이 쌓여도 끊이질 않는다. 비단 변호사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직무 경로를 온전하게 자신이 컨트롤하는 건 어렵다. 많은 우연과 불확실성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그때그때 경험한 업무의 성격뿐 아니라 존경할 만한 선배와 함께한 업무 경험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요즘같이 정보가 풍부한 시대에 주니어 변호사의 트레이닝을 위해 근처에 일을 가르쳐 줄 선배가 꼭 필요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건의 처음부터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 클라이언트를 어떻게 대하는지, 내부적으로는 팀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을 옆에서 보고 배움으로써 트레이닝의 효과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재미를 찾고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주니어 변호사들이 혹시 전문 분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가능한 한 다양한 업무를 많은 선배 변호사들과 경험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니어 시절에 결정한 전문 분야를 후에 바꾸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만 해도 주로 하는 업무가 조금씩 바뀌어 왔다.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잘 맞는 분야를 이미 선택한 경우라도, 열린 마음으로 다른 업무도 해보는 것은 업무의 관점을 확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