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7)-미국 로스쿨의 ‘통과 의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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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7)-미국 로스쿨의 ‘통과 의례’에 대하여
  • 박준연
  • 승인 2023.06.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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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에서 로스쿨에 진학하면 학교와 관계없이 커리큘럼 안팎으로 모든 학생이 경험하거나 선택지가 주어지는 일이 있고, 개인적으론 여기에 과장을 보태어 ‘통과 의례’라고 부른다. 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적어 보려고 한다.

스터디그룹

로스쿨 진학을 결정하고, 주변엔 미국 로스쿨에 다녀온 사람이 없어서 따로 물어볼 사람이 없는 관계로 로스쿨 생활 안내에 관한 책, 웹사이트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짜서 함께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실제로 로스쿨 첫 학기가 끝나고 기말고사가 가까워지자 시험공부 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었다. 나도 몇몇 과목은 같은 반(섹션) 친구와 기출 문제를 시간을 정해 풀어보고 답과 맞춰 보았지만 여러 명이 서로 자기 노트를 교환하고 시험공부를 하는 전형적인 스터디그룹의 경험은 없다. 공부 방법에 있어 정답은 본인에게 제일 잘 맞는 공부 방법일 것이다. 내 경험상, 스터디그룹을 짜건 그렇지 않건, 동기들과 공부 방법과 방향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내가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자기 점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OCI

로스쿨이 다른 대학원과는 다르게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 대학원이라는 사실을 제일 잘 보여주는 이벤트가 OCI(온 캠퍼스 인터뷰)라고 생각한다. 주로 1학년(1L) 과정을 마친 로스쿨 학생을 대상으로 로펌에서 나와 1차 인터뷰를 대규모,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거기에서 선발하여 나중에 추가(콜백) 인터뷰를 한다. OCI는 직접적으로는 다음 해 서머 프로그램으로 두 달 정도 일할 학생을 찾을 목적이지만, 서머 프로그램을 마치고 졸업 후의 고용 제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로스쿨 졸업 후 취업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종 OCI를 통해 아무 서머 프로그램 오퍼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접한다. 힘든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다음 해 여름 취업을 포기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OCI를 꽉 채워서 했는데 콜백 인터뷰를 몇 차례 하고도 아무 오퍼도 받지 못하다가 추가 지원 이메일을 몇십 개 보낸 후 11월 추수감사절 무렵에야 마침내 서머 프로그램 오퍼를 받았기 때문이다.

저널

학생들이 논문 선정부터 검토, 수정 및 출판까지 담당하는 로 리뷰, 저널이 다수 있는 것도 로스쿨의 특징이다. 1학년을 마친 후 여름방학 때 선발 절차가 진행된다. 2학년 편집위원으로 선발되면 1주일에 몇 시간씩 단조롭게도 보일 수 있는 출판 전 각주 확인 작업을 하게 된다. 동기 중 대부분이 선발에 지원했지만, 드물게는 시간과 노력을 들일 여건이 안 된다며 아예 지원 자체를 안 하는 동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국제법·국제정치학 저널(NYU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의 편집 과정에 2년간 참여하면서, 국제법과 국제정치학의 최신 동향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았을 수 있었다. 또 외국인 유학생이 극히 드문 과정에 재학하면서 외국 생활 경험이 있고 이야기가 잘 통하는 동기들과 만날 수도 있었다.

클리닉

로스쿨에서 클리닉이라고 부르는 수업은 로스쿨 학과 수업과 변호사 실무를 융합한 수업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공익 변론 활동에 가까운 수업이 제일 많지만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M&A 관련 서포트나 국제법 관련 클리닉도 있다. 나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연계한 클리닉 수업을 수강했다. 강의실 수업 이외에 오피스에 나가서 일을 도와야 하기도 해서 학점 수에 비해 부담은 컸다. 하지만 실무에 종사하는 변호사분들과 교류를 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을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각양각색의 로스쿨이 있고 교풍이나 지역색 등을 무시할 수 없지만,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어느 로스쿨을 진학하더라도 유사하게 경험하게 된다. 로스쿨도 대학원이니 가서 졸업 전까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 로스쿨 생활은 학업 외에도 다른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저글링에 가깝지 않나 싶다. 로스쿨 졸업 후 한참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경험을 하면서 여러 과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연습을 이때 처음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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