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9)-사형 집행 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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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29)-사형 집행 시효
  • 신종범
  • 승인 2023.06.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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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형법 제77조는 형의 시효가 완성되면 그 집행이 면제됨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78조는 형의 시효는 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완성된다고 하면서 사형의 경우 그 기간을 3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형이 확정되어 수용되어 있는 사형수가 사형 집행을 받지 않고 30년이 지나면 그 집행이 면제되어 석방되어야 하는가?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1993년 11월 현존건조물방화치사 등 혐의로 사형을 확정받은 원아무개씨가 오는 11월이면 수감 30년이 되는데, 위 형법 규정에 따라 사형 집행이 면제되어 석방하여야 하는지 논란이 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후 단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어 원 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게 되었다. 원 씨 이후로도 1995년에 사형을 선고 받은 4명이 2025년에, 1996년에 선고 받은 5명이 2026년에, 1997년에 선고 받은 5명이 2027년에 같은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원 씨가 교정시설에서 보낸 기간은 사형 집행 대기 상태이므로 구금 됐던 때부터 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1조와 제89조는 사형확정자를 교도소 또는 구치소에 원칙적으로 독거수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조항들을 근거로 사형 집행이나 사형 집행 대기를 위해서는 반드시 구금을 해야 하는데, 구금은 사형 집행의 일부를 구성하므로 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은 지 30년을 넘기는 올해 11월 이후에도 원 씨를 계속 구금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무부의 입장에 대하여, 징역은 자유형이고 사형은 생명형으로 자유형은 구금 상태가 형 집행에 해당하지만 생명형은 구금 상태가 사형 집행의 일부라고 볼 수 없으므로 구금 기간에도 시효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집행을 하기 위해 끝없이 구금할 수 있다고 한다면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시효 제도에 반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종신형을 도입한 것과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위헌적 해석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일본에서도 이미 우리나라와 같은 논란이 있었다. 1980년대에 제국은행 강도살인사건으로 사형을 확정받은 사형수가 집행 시효인 30년을 넘어서도 계속 구금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일본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으나 추가적인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지난 2010년 형법을 개정해 사형에 대한 시효를 없앴다.

결국, 법무부는 이와 같은 논란을 없애고자 사형의 집행 시효를 없애는 형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형의 시효의 효과에서 사형을 제외하고, 형의 시효의 기간에서 사형을 삭제하여 사형의 경우 집행 시효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였으며, 사형에 집행 시효가 있음을 전제로 한 시효의 중단 규정에서 사형을 삭제했다. 나아가, 부칙에서 개정법 시행 당시 아직 형의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 개정법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개정 전에 사형을 선고받고 30년 시효가 끝나지 않은 경우, 즉 현재 수감중인 사형수에게도 소급 적용되게 하였다.

법무부의 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효력이 발생하게 되면 장기 미집행 사형수들의 집행 시효에 대한 논란은 없어질 것이다. 다만, 차제에 보다 근본적인 사형제도의 존, 폐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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