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6)-‘토종 한국인’ 미국 변호사가 경험한 문화 차이
상태바
박준연 미국 변호사의 논 세퀴터(6)-‘토종 한국인’ 미국 변호사가 경험한 문화 차이
  • 박준연
  • 승인 2023.05.25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면서 ‘토종’, ‘비토종’이라는 구분을 접했다. 미국이나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해 본 경험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없는 ‘토종’은 로스쿨 진학은 물론이고 졸업 후 프랙티스에도 어려움이 크다는 이야기이다. 대학생 때 1년간 교환학생으로 도쿄에서 유학한 것 외에는 외국 생활 경험이 없는 내가 실제로 로스쿨에 진학하고 또 로펌에서 근무하기 시작하고, 그렇게까지 겁을 먹을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쉬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토종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차이를 제일 처음 절감한 것은 로스쿨 재학 중에 로펌 면접을 시작하면서였다. 주변에서는 1차 면접(스크리닝 인터뷰), 2차 면접(콜백 인터뷰)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나는 어쩐 일인지 1차 면접만 끝나면 감감무소식이다가 족족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로스쿨 커리어서비스에 찾아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담당 교직원분은 내 얘기를 듣더니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불합격 통지를 보낸 로펌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연락을 취해서 이유를 알려줄 수 있는지 물어보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커리어서비스에서 모의 면접을 해서 피드백을 해주겠다는 것.

로펌들로부터는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불합격 결정을 내린 지원자에게 그 구체적인 이유와 내부 논의를 굳이 설명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모의 면접 후 받은 피드백은 이랬다. 우리나라에서 면접 횟수가 많지 않았지만, 딱히 면접 스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모의 면접 후 피드백은 “문화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했다. 요컨대 내 대답에 자신감이 느껴지지 않고 불필요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다는 것이다. 면접은 내 강점을 어필하는 자리이지 겸손한 자세를 취하거나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부터는 내가 어떤 말이나 행동할 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쉽게 바꿀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이익을 감수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더라도 업무상 우리말을 할 때, 영어를 할 때, 또 일본어를 할 때 태도를 조금씩 다르게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고 한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말이나 사회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는 것이 있지만, 또한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줄어든다는 점이 있다. 나 역시 이에 공감한다. 요즘은 일본어로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웃음을 지으며 더 잘 이해하도록 설명한다. 혹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주시면, 설명을 다시 할게요.

게다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 메인 오피스를 둔 미국 로펌에 근무하다가 글로벌한 업무를 전개하는 로펌, 그것도 미국 밖의 오피스로 옮겨 오고 나서는 미국 문화의 관점에서 내 언동이 좀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많이 줄었다. 구성원 각자의 배경이 다를 뿐 아니라 클라이언트도 전 세계에 있기 때문에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마음이 편해진 것이다.

로스쿨 2학년 때, 그러니까 미국 생활 2년째 되는 해에 동기와 잡담하는 중에 내가 무심코 이런 말을 내뱉었다. ‘너도 알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왔어.’ 그러자 동기는 나를 놀라운 듯이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나에게 처음 보는 한국인인 것 같아?’ 그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한국인/이방인이라는 걸 꼭 24시간 짐으로 짊어지지 않아도 되겠구나. 부담 없이, 어깨를 펴고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박준연 미국변호사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했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 ‘Latham & Watkins’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아태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글로벌 로펌인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스’ 도쿄 오피스에서 근무 중이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hsf.com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