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탈달러화 :공세 vs. 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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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중국의 탈달러화 :공세 vs. 수세
  • 신희섭
  • 승인 2023.05.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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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미·중 경쟁을 권력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즉 인정 투쟁이다. ‘인정’ 투쟁은 헤겔이 정리한 개념이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권력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고, 관념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관념적 존재인 인간은 물리적인 이익만이 아니라 관념적인 만족도 중시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런 논리는 인간들의 공동체인 국가로도 확장된다. 즉 국가도 경제력과 군사력의 우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세우는 가치와 관념에서 다른 국가에 인정받기를 원한다.

웬 추상적인 이야기?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대립을 관념적인 측면에서 다루어보기 위해 빌드 업이 좀 길었다. 국제정치학의 구성주의는 정체성과 가치 규범을 주로 다룬다. 구성주의에서 세부적으로 발전한 이론이 있다. 바로 사회정체성 이론이다.

데보라 라르손(Deborah Welch Larson)이 만든 사회정체성 이론은 구성주의의 이러한 논리를 구체적인 국가의 행동 양식으로 설명했다. 세부적인 논리는 다음과 같다. 국력이 성장하면서 부상하는 국가가 관념과 규범 차원에서 사용하는 대응전략은 3가지가 있다.

첫째, 기존 패권국의 가치와 규범을 모방하는 ‘사회적 변동(social mobility)’전략이다. 여기서 사회변동은 성장하는 국가가 모방화를 거쳐 강대국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방안으로 수세적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지배국가나 지배그룹을 능가하려는 ‘사회적 경쟁(social competition)’전략이다. 여기서 사회적 경쟁은 공세적으로 패권국을 넘어서는 정체성과 관념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셋째, 지배국가와 다른 분야에서 우월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창의성(social creativity)’ 전략이다. 사회적 창의성 전략은 새로운 정체성과 규범을 만드는 것이다. 기존 경쟁구조가 아닌 새로운 판을 만들고 여기서 가치와 규범의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관념적 투쟁을 유형화해주는 이런 접근이 가지는 장점은 명확하다. 성장하는 국가 중국이 가치와 규범 차원에서 미국과의 경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가를 보여준다. 경제력이 강해진 중국의 미국을 향한 군비경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계 규범 질서에서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한 관념과 인정 경쟁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중국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공세적인 ‘경쟁’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고, 수세적으로 우회로를 찾는 ‘창의성’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중국은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중 공세적인 부분을 먼저 살펴보자.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미국에 대한 ‘경쟁’ 전략일 수 있다. 2013년 시작한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의 지정학적 확장정책이다. 이는 중국의 지리적 고립을 탈피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지역 국가들에 원조와 차관으로 영향력을 넓히면서 탈달러화 정책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을 약화하기 위해 이 지역 국가에 위안화로 결제하게 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중재했다. 미국의 에너지 시장지배를 약화하려는 것이다. 이들 국가의 석유 결제 역시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하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미국의 석유와 달러의 교환 체제인 페트로 달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반대로 일대일로 정책과 탈달러화에서 중국의 의도는 수세적일 수도 있다. 즉 ‘사회적 창의성’이 더 적절할 수 있다. 중국이 전면적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것은 중국견제를 심화시킬 것이기에 합리적 행동은 아니다. 대신 서방국가들이 아닌 국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 컨센서스를 구축하는 것이나. AIIB나 신국제개발은행과 같은 제도를 구축하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탈달러화 정책은 다분히 미국과의 경쟁에서 생존을 위한 방안으로 볼 수도 있다. 미국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방어전략이라면, 탈달러화 정책은 위안화의 패권화 추구가 아니라 달러의 패권적 지위를 입증하는 것이다. 2022년 IMF 기준으로 중국의 위안화는 세계외환보유액 통화별 비중에서 2.8%에 불과하다. 미국 달러가 59.8%라는 것과 크게 대비 된다. 엔화가 5.3%이고 파운드가 4.6%인데 위안화는 아직 이 수준도 못 된다. 오히려 2.4%의 캐나다 달러나 1.9%의 호주 달러 쪽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탈달러화는 중국 화폐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수세적으로 새 판을 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어떤 입장인지는 해석이 나뉜다. 미래의 중국이 어떤 입장일지도 다양한 요인들에 달렸다. 하지만 중국이 성장하는 강대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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