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워싱턴 선언과 확장억지 정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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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워싱턴 선언과 확장억지 정책의 의미
  • 신희섭
  • 승인 2023.04.2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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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4월 26일 한국과 미국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한일정상회담의 지나친 양보, 미국 도청 건, 대만 발언과 중국의 위협,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과 러시아의 위협.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궁극에는 한미정상회담이 있으니까.

결국,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리고 기대 속에서 확장억지 정책이 공표되었다. 그런데 발표된 확장 억지는 두 가지 점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첫째, 정상회의결과 발표 이전에 미국 측이 먼저 발표해서 외교적 결례를 또 보인 것이다. 둘째, 확장억지 정책의 내용도 기대 이하다.

워싱턴 선언은 확장 억지에서 두 가지를 구체화했다. 그 하나는 한미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구성이다. 이는 나토(NATO)의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처럼 유사시 미 전략자산 사용 및 확장억제 계획을 한미가 공유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다만 나토처럼 핵무기를 배치하지는 않는다. 다른 하나는 미국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정례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두 가지 개선에도 아쉬운 이유는 과연 북한이 행동을 바꿀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남한이 자체적으로 한국산이든 미국산이든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북한의 전략계산이 달라지기 어렵다.

첫째 상황.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상황을 고려해보자.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협박하는 상황이 되면 미국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천명할 것이다. 이때 북한은 미국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미국에 대한 대륙간탄도 미사일 발사 가능성으로 대응한다. 이 상황에서 미국은 미국 도시와 남한을 바꿀 수 있는 확고한 의지(resolve)를 보여야만 미국 핵 보복의 공포가 북한의 도발을 단념시킬 수 있다.

미국과 같이 북한에 대한 2차 공격이 확실하게 가능한 상황에서는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고 이것을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북한이 볼 때 위협받는 한국이 미국과 확실한 핵 보복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 장치를 가진 것이 미국의 확고한 의지전달로 읽히지 않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최종적인 핵무기 사용 결정은 미국 대통령 몫이지 남한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상황. 북한이 핵을 만지작거리는 상황은 북한이 전쟁을 결심했거나 전쟁 중 핵으로 확전하려는 상황일 것이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심리학 이론의 주장대로 핵무기 사용 후 협상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오인할 수도 있다. 1941년 일본처럼 도발 속에서 일말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확장억지의 목표가 북한의 핵 도발 방지에 있다면 남한이 핵 공격을 받은 후 북한이 초토화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셋째 상황. 북한이 핵 위협전략의 주된 목표를 미국에 대한 압박 속에서 핵무기 보유국 인정이나, 핵 군축 또는 핵 동결을 통한 보상으로 잡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도 확장 억지의 제도화는 북한의 위협 구사 전략에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한국의 자체적인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이 불가능하므로 북한은 지속해서 한국을 걸고넘어질 것이다.

넷째 상황. 북한은 현재까지 150개 이상 핵무기를 구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미국에 대한 2차 공격력을 확보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핵무기 특성상 선제공격은 가능하지만, 상대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아 공격할 수 있는 2차 공격능력을 갖추지 못한 비대칭적 상황에서는 1차 공격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힘들다.

정리하자면 여러 경우 수를 따졌을 때 이번 조치가 북한의 공갈(blackmail) 전략이나 핵의 선제적 사용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 이번 조치는 다만 미국으로선 동맹국인 한국인들이 가진 불안을 줄여주는 심리적인 위로는 될 수 있다. “미국이 신경 쓰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라는 안보보단 정치적 기능이다. 반면 미국은 한국의 자체적인 핵무장은 공개적으로 포기시켰고, 한국 핵무장에 따른 중국의 강력한 반발은 피했다. 중국에 대해 먼저 협의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그렇다.

미국의 내부 협상 과정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 추론해볼 때 한국은 달래고 중국의 자극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핵 사용권은 미국이 통제하는 것은 유지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완승.

한미정상회의에서 몇 가지는 명확해졌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은 여전히 약자(Junior partner)라는 것이다. 패권 국가이자 강자(senior partner)인 미국의 결정범위 내에 존재하는.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낙관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것도 명징해졌다. 자체적인 힘을 키우자고 의지를 다지기 전에 우선 미국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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