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다시 읽는 일제 강제노역 사건 판결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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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다시 읽는 일제 강제노역 사건 판결문(1)
  • 최용성
  • 승인 2023.04.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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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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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외교가 다수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관하여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적어도 법률가의 관점에서는, 행정부의 수반이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부정하는 점에서, 전쟁범죄로 인한 인권침해를 용인하는 점에서, 그리고 그러한 행위가 결국 항일독립운동을 근간으로 삼는 헌법정신과 합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헌법 위반이라는 의문이 든다. 특히 일제 강제노역 사건을 다룬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문(대법원 2012. 5. 24. 선고 2009다22549 판결)을 찬찬히 읽어보면 이 문제의 본질이 보인다.

먼저 이 사건 피해자들이 겪은 피해, 일본 정부가 책임 부정의 근거로 내세우는 청구권협약, 소송의 경과 등에 관하여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 일본은 태평양전쟁 중인 1944년 8월 8일 일반 한국인을 대상으로 국민징용령을 적용하게 되었다. 피해자들은 1944년 8월부터 10월 사이에 징용 영서를 받아 각자의 주거지 부근에 집결하여 열차로 부산으로 가 관부연락선을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하였고, 열차로 히로시마로 가서, 구 미쓰비시의 기계제작소와 조선소 등에서 노동에 종사하였다. 이러한 이송 및 배치 등의 과정은 일본 군인 및 경찰, 구 미쓰비시 담당자의 통제 아래 이루어졌다.

- 피해자들은 작업장에서 월 두 차례 휴일 외에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동에 종사하였다. 식사의 양이나 질은 현저히 부실하였고, 다다미 12개 정도의 좁은 방에서 10~12명의 피징용자들이 함께 생활하였다. 숙소 주변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고 근무시간은 물론 휴일에도 헌병, 경찰 등의 감시가 삼엄하여 자유가 거의 없었다. 가족들과의 서신 교환도 사전검열로 그 내용이 제한되었다. 월급은 피해자별로 월 20엔에서 35엔 사이 정도였다.

-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기계제작소 및 조선소 등이 파괴되어 작업이 중단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태평양전쟁이 끝났다. 원폭 투하를 피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1은 철 파편에 맞아 턱 부분의 살이 떨어져 나간 상태로, 피해자 3은 유리 파편에 맞아 팔다리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피해자 2, 4, 5는 특별한 상처는 입지 않은 상태로 각자 1945년 말경 밀항선이나 귀국선 등을 타고 귀국하였다.

- 피해자들은 귀국 후에도 강제노역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잃는 등 종래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피폭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전신권태감, 호흡 곤란, 피부질환, 시력 감퇴 등의 각종 신체적 장해에 시달려 왔다.

- 195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 체결된 대일평화조약의 취지에 따라 1951년 말경부터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 사이에 국교 정상화 및 전후 보상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하여 1965년 6월 22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 협정의 하나로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협정’)이 체결되었다.

- 청구권협정은 “일본이 대한민국에 10년간에 걸쳐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라고 정함과 아울러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 포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명된 일본과의 평화조약 제4조 (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동일자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기인하는 것에 관하여는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었다.

- 이에 따라 일본은 1965년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일본과 대한민국 간의 협정 제2조의 실시에 따른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재산권조치법’)을 제정·시행하였는데, 그 내용은 “대한민국 또는 그 국민의 일본 또는 그 국민에 대한 채권 또는 담보권으로 협정 제2조의 재산, 이익에 해당하는 것을 1965. 6. 22.에 소멸한 것으로 한다.”라는 것이다.

- 피해자들은 일본 히로시마 지방재판소에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를 상대로 구 미쓰비시의 강제노역 등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 기간 받지 못한 임금 등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청구하여 1999년 3월 25일 청구기각판결을, 2005년 1월 19일 항소기각판결, 최고재판소에서 2007년 11월 1일에 상고기각판결을 선고받아 위 판결은 확정되었다.

- 피해자들은 일본소송의 제1심판결을 선고받은 이후인 2000. 5. 1. 대한민국 법원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주장한 것과 동일한 내용을 청구원인으로 하여 국제법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금과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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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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