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냉전 2.0과 미국의 새판짜기(feat. 한국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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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냉전 2.0과 미국의 새판짜기(feat. 한국 입장)
  • 신희섭
  • 승인 2023.04.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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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9월 한미일 3국의 해군훈련 이후 2023년 4월 3일 한미일 3국 해상훈련이 재개되었다. 이처럼 한국 내 일본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안보 분야에서 미국은 한국에 일본과의 군사훈련을 포함한 협력을 강요하고 있다. 최근 한일정상회담 이후 혹시 한미일 3각 동맹이라도 체결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와 걱정이 많다.

한국 국내정치 지형이나 대통령의 지지율과 상관없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관계정상화와 안보협력에 진심이다. 표면적 이유야 간단하다. 지근 거리에서 북한이 위협하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선 중국이 공세적으로 힘을 키우기 때문이다.

좀 더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이유는 더 명확해진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봉쇄 2.0을 취하려 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와서 미국 안보전략가들은 미국의 역할에 대해 논의중이다. 크게 두 기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유주의 미국의 예외주의적 패권주의 입장과 현실주의 미국의 역외균형론 입장이다. 전자는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자유주의 제도를 구축해서 패권국이 되었다고 보고 여전히 미국의 패권국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후자는 미국의 국력이 약화되고 있으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서 다른 강대국을 견제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두 입장은 모두 중국이 문제라고 본다. 기존 제도를 깨뜨리는 것도 중국이고, 새로운 힘의 성장도 중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입장 철회가 필요하다. 이때 불러오려는 것이 탈동조화고, 이는 소련에 대한 봉쇄 1.0의 새로운 버전이다. 쉽게 말해 예전에 미국이 잘하던 것으로 다시 한번 중국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소련과 다르다는 것이다. 소련은 군사강국이었지만 경제대국은 아니었다. 중국은 경제대국에 군사강국화되고 있다. 또 중국은 WTO에 들어와 서방국가들에게 디플레이션을 수출해왔다.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각국의 안방, 부엌 곳곳을 차지했다. 오죽하면 중국제품 없이 살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겠는가!

봉쇄 정책의 승자는 버티기에 능한 국가다. 소련과의 싸움은 상호의존이 적었기 때문에 오래 버틸 수 있었고, 소련과 교역업자 수도 적어 정부가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데 중국은 다르다. 45년만에 끝난 봉쇄 1.0과 달리 봉쇄 2.0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게다가 미국의 수출입 의존도도 과거 4%대에서 이제 20%대를 넘어선지 오래다. 봉쇄정책에 반대할 이익집단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의미다.

미국은 봉쇄 2.0을 힘과 명분 싸움으로 설정한 듯하다. 중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견제할 뿐 아니라 중국의 정치체제인 비민주주의를 공격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의 싸움으로 담론을 만들고 있다. 선과 악의 싸움. 역시 마블 코믹스에 익숙한 미국에 먹히는 스토리다.

여기서 동맹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맹연구자 크리스토퍼 슈메이커(C. Shoemaker)는 patron–client 모델로 강대국과 상대적 약소국의 동맹을 설명했다. 그는 후원국가가 추구하고 수혜국가가 줄 수 있는 두 가지를 ‘이데올로기적 지지’와 ‘전략적 이점’이라고 보았다. 현재 미국에 적용하면 동맹국이 미국 편에 줄 잘 서주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필요한 지리적 공간과 자원을 제공해주는 것이 두 번째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의 대립에 유럽의 NATO와 아시아의 동맹을 연결하고자 한다. 의와 불의의 싸움에 모든 친구를 불러세우는 것이다. 세를 과시하고 상대방과의 교역을 줄여서 고통을 주는 것이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 천연자원, 식량, 깨끗한 물이 부족한 국가다. 그러니 외부 교역이 절대적이다. 특히 반도체 없이는 첨단산업 육성도 어렵다. 이 부분에서 전략적 이점을 가진 동맹을 자기 편에 세우면 봉쇄 2.0에서의 승리도 빨리 당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에 중요한 한국과 일본을 안보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보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고 혹시 중국으로 기웃거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작동하는 듯 하다. 판을 잘 짜면 안미경중(안보미국, 경제중국)에서 안미경미(안보미국 경제미국)을 만들 수도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동반자였던 중국과의 관계 청산이 오랫동안 고통을 가져올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일본이 우리에겐 그리 믿을 만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결자해지.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이루려면 미국이 일본을 믿을 만한 국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운을 걸고 있는 한국이라면 이 지점을 파고들어야 하지 않을까!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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