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일정상회담과 ‘미래의 그림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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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일정상회담과 ‘미래의 그림자’ 확대?
  • 신희섭
  • 승인 2023.03.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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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일정상회담으로 다시 한번 국내정치가 들끓고 있다. 정부의 역사적 ‘결단’으로 이루어진 한일정상회담의 성적표가 나쁘다는 견해와 좀 더 긴 호흡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다투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야당과 시민사회는 이번 회담에 낙제점을 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2018년 강제징용판결 이후 확고히 굳어 있던 한일관계의 물꼬를 텄다. 여기서 한일 간 지소미아, 강제징용 문제, 화이트리스트와 수출 규제 해제를 다루었다. 3가지 이슈에서 확실히 일본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 한국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물론 각론에 대한 정치권, 재계, 시민사회의 해석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해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비판받고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2가지다. 첫 번째는 강제징용 문제고 두 번째는 일본의 언론에 노출된 독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위안부 문제 등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었는지다. 이 주제들은 대단히 복잡하다. 민족주의, 보편적 인권, 삼권분립, 국가의 역할 등등. 너무나 많은 이슈를 포함하고 있다. 즉 진보와 보수의 틀만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그래서 진영을 떠나 이 사안을 보는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중도 유권자들이 매우 그렇다.

이번 정상회담이 잘된 것인지는 여론조사로 단순하게 알 수 있다. 결과가 불편한 한국 국민들은 잘못했다는 의견이 60%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떨어졌다. 반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은 기시다 총리가 잘했다는 의견이 60%에 달한다. 총리의 지지는 소폭 올랐다.

거시적인 틀에서 더 정상회담을 평가해보겠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을 우리가 주도한 이유는 명확하다.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높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중국 견제가 중요해지면서 최근 유럽의 NATO와 아시아의 동맹을 연결하고자 한다. 소련을 견제할 때와 달리 미국은 경제 대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달리하고 있다. 탈동조화로 지칭되는 중국과의 관계 청산을 동맹국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호주를 모두 엮고 있다. 이런 재편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중심축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이 미국엔 필수적이다.

문제는 한국에 중국이 수출입에서 1위일 뿐 아니라 그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은 한국 수출에서는 24.8%를 차지하고 수입은 19.2%를 차지한다. 쉽게 말해 한국은 빨리 그리고 쉽게 중국과 탈동조화될 수 있는 경제구조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 요구를 받을 때 충격 완화방안도 미국에 요구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일관계 개선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미국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가져올 부작용을 줄여 달라고 요구했어야 한다. 이것을 관철하기 어려우면 미국과 관련된 사안들에서 미국 측 양보를 더 받았어야 한다. 확장 억지의 구체화,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과 중국 생산에서의 보호와 유예조치,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보호 방안, 원자력추진잠수함 도입과 중형항모에서 미국 기술 이전 확인 등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앞으로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는 미래를 위한 결단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통 큰 결단에 따른 새로운 미래를 부족한 회담의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인 민족주의 보다는 합리주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국익을 따져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판단자의 가치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족주의를 잠시 내려놓고 ‘미래의 그림자’ 관점에서 판단해보고자 한다. 국제정치학의 자유주의자들은 미래의 그림자를 늘리면 국가 간 협력도 가능하고 이익도 더 많이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낙관적인 이 논리로 봐도 아쉬움은 많이 남는다. 먼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외교를 하면서 왜 외교의 피해자들에 대한 정지작업이 없었는지는 의문이다. 정상회담을 조율하면서 이슈와 방향이 잡혔다면, 회담이 미칠 파장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피해자들에 대해 설득을 했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수 있지만, 이런 노력이 없는 것과는 다르다.

미래 그림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양국의 의지가 중요하다. 중간에 판을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은 미래를 위한 특별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죽하면 일본 내 지식인들도 회담에 대해 기시다 총리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사과 부족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상회담 내용에 대한 즉각적인 언론 플레이는 정치적으로 취약한 한국 대통령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격이다. 게다가 흘리는 내용도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주제들이다. 한국은 미래로 가자고 하는데 일본은 과거로 가는 것이다.

어렵게 만든 정상회담이 왜 이 정도가 되었는지는 명확하다. 일본을 불러낸 ‘명분’과 디테일의 왕국인 일본을 상대로 하면서 ‘디테일’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북한의 도발, 미국의 압력. 복잡해진 국제환경에서 많은 국민은 우리 정부가 불안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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