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이 요구하는 한국의 해양강국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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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지정학이 요구하는 한국의 해양강국 필요성
  • 신희섭
  • 승인 2023.03.1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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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로 ‘림랜드(rimland)’에 들어간다. 림랜드는 유럽의 내륙인 심장지역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주변지역을 말한다. 영국의 지정학자인 매킨더가 허트랜드 이론을 만들었고, 미국의 스파이크만이 림랜드 이론으로 발전시켜 이 지역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스파이크만은 높은 인구밀도와 산업이 발전된 점을 주변 지역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래서 독일과 러시아가 유럽의 심장지역을 차지하는 것보다, 어떤 강대국이 주변지역을 차지하는 것이 세계패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지정학에선 지리를 이용하는 속도가 중요하다. 즉 해로를 이용하는 속도가 빠르면 해군과 해운을 중심으로 한 ‘해양력(sea power)’이 주목받는다. 19세기 영국과 20세기 미국처럼. 반면 철도를 이용해 육로의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면 육로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대륙의 자원과 인구가 중요해진다. 19세기 러시아와 독일처럼 말이다.

한국은 전례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스파이크만이 말한 주변지역에 속한 중국이 대양해군을 키우면서 일대일로를 통해 유라시아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반면 스파이크만 분류에 따르면 해양국가에 속한 일본 역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대양 해군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상륙함을 경항모로 개조하면서 일본 역시 장거리 힘의 투사를 전략화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이 모두 대양 해군화하는 역사상 첫 번째 환경이 된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80%에 육박하는 한국의 경제적 여건은 해상안보와 직결되어 있다. 그간 미 해군의 해양안보에 의존해왔던 한국에 중국과 일본의 해양력 강화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위협이 여전히 강력한 상황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해군력 강화를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게다가 중국 역시 북한과 동맹이고, 미·중 대결과 대만 문제로 중국이 말로만 위협이 아닌 상황에서 대륙으로 연결된 지리적 조건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중국은 유럽의 러시아나 독일과 같이 대륙을 통해 자신의 힘을 투사하기 어렵다. 속도가 중요한 현대전쟁 환경에서 히말라야나 톈산산맥을 넘어 좁은 통로로 막대한 지상군을 비밀리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은 육로를 통한 이동보다는 해양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경제발전전략이 기본적으로 해양을 향해있고,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3개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해군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항공자산과 연결하는 항모전단을 구성하고자 한다. 게다가 미국의 항모전단에 대한 열위를 만회하고자 비대칭전략으로 잠수함-구축함-미사일의 물량 공세를 펴고 있다. 이를 무기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내해화하고자 한다.

일본 역시 동중국해의 영토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까지의 수로 확보 역시 사활적이다. 미해군 지원이라는 명분도 있다.

북한에 막혀 대륙으로 연결이 어려운 한국은 섬나라화 되었다. 삼면이 바다인 상황에서 수출입으로 먹고살고 있고, 에너지와 식량을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 해양수송이 탯줄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이 7기동전단 구성이나 중형항모 논의는 역시 이 맥락 속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한국도 해양력 강화가 절실하다. 한반도 전쟁 시 조기 종결을 위해서 뿐 아니라 해양안보 확보를 위해서는 장거리 투사가 가능한 해군이 필수적이다. 비행기를 공중으로 띄워주는 사출기를 갖춘 중형항모를 갖추고 의미 있는 수의 항공자산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가성비 차원에서 한국도 비대칭 전략인 잠수함과 미사일에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군으로 상징화되는 해양력은 돈이 많이 든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상대방에게 참기 어려운 정도의 고통을 줄 수 있는 비대칭전략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미국과의 원자력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해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서해환경에서 주변국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 잠항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 육군이 보유한 막강한 미사일 능력을 해군에도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함정과 미사일을 연결하는 미국의 과거 아스널 십과 같은 비대칭 전략을 구비해볼 수도 있다. 셋째, 개발 중인 무인기나 무인 함정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주변 국가의 양적 우세를 상쇄해볼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한국의 해양력 강화와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이 장기적인 안보환경 논리 속에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미·중 대결의 첨병이 아니라는 논리가 필요하다. 한국 안보환경에서 해양의 중요성 지속과 동북아시아의 연계된 산업구조와 에너지와 식량 안보를 강조해야 한다.

대만과 동남아시아의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안보협력도 강화해가야 한다. 바닷길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들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은 중국도 일본도 하기 어렵다. 한국의 외교적 이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해양강국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차 대전 전 독일도 20년 이상을 투자했다. 우리도 중형항모, 핵추진 잠수함 등을 갖추고 이를 운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향후 수십 년은 족히 필요하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항모를 늘리고 항모운영능력을 키우는 과정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한국도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항모도입, 항모운영, 보급망 확보 등등. 그런 점에서 지정학은 한국에 큰 호흡으로 우직하게 나가라고 말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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