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찰풍선 : 중국은 왜 지금 띄우고, 미국은 왜 지금 격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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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정찰풍선 : 중국은 왜 지금 띄우고, 미국은 왜 지금 격추했을까?
  • 신희섭
  • 승인 2023.02.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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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3년 2월 6일. 미국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 베트남 등 40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을 불러모았다. 그 자리에서 셔먼 국무부 부장관을 최근 미국 상공에 나타나 격추당한 중국의 정찰 풍선에 대해 비공개 브리핑을 했다. 요지는 풍선의 정체가 중국인민해방군이 운용하는 정찰용이라는 점이다. 또 2018년부터 하이난섬에 기지를 세워 운용 중이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를 탐지해왔다는 것이다. 정찰 풍선이 미·중 대결의 또 다른 격발장치가 된 것이다.

알래스카 하늘에서 처음 발견된 정찰 풍선 영상은 전세계로 송출되었다. 거의 일주일가량 미국을 비행한 이 거대한 풍선은 결국 2월 4일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가 쏜 AIM-9 공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당했다.

스텔스기를 개발하고, 위성도 cm급의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21세기에 왜 1차 대전 때나 사용했던 정찰 위성을 사용했을까 하는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성품질의 영상을 얻는데 위성보다 10배는 싼 정찰 풍선의 가성비, 천천히 원하는 곳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유용성, 느린 속도로 레이더에 걸리지 않은 은밀함, 눈에 보이게 만들어서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노골적인 도발, 미국의 방공대응능력들을 시험해보면서 미국 여론을 떠보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에 맞춰 중국 군부 강경파들의 의도적인 판 깨기, 중국의 실수거나 기상 상황에 따른 통제 불능 등등 다양한 가설들이 나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월 9일 현시점에서도 풍선 잔해를 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거가 모두 끝나고 나면 풍선의 용도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것이 중국 해군의 정찰 풍선이라고 못을 박았다.

두 가지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첫째, 높이 60m 폭은 36m나 되는 풍선의 크기다. 중국 정부는 민간 기상관측용이라고 항의하지만 보통 민간용은 2m 정도만 돼도 그만이다. 그런데 버스 3대 크기 분량의 관측 장비를 넣었다는 것은 이만큼 돈을 쓰고도 꼭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점을 추측하게 한다. 둘째, 이번에만 발견된 것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발견되었지만, 그때는 민간에 공개하지도 격추하지도 않았다. 이번 격추 이후 미국 국방성 관계자가 5개의 풍선이 현재도 전세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도 이미 미국이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풍선의 잔해 분석이 있고 나면 더 구체적인 정보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2월 7일 자 로이터 통신 뉴스에 따르면 중국군 연구소가 지난해 이미 정찰 풍선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게다가 방어체계 시험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탐지 등을 위한 실험과 개발도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실시되었다고 한다.

2022년 더욱 악화한 미·중 관계를 연초에 풀어보나 하는 기대는 완전히 좌절되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취소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궁금증은 ‘중국은 왜 보냈을까’보다는 중국은 왜 ‘지금’ 보냈을까와 미국은 왜 ‘지금’ 이것을 격추했을까로 가게 된다.

중국이 지금 시점에서 정찰 풍선을 보낸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늘 보내던 대로 보낸 것이다. 권위주의 체제 특성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일관되게 행동한다. 둘째,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 보낸 것이다. 최근 많이 사용하고 있는 ‘회색지대 전략’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은 정확히 무력 도발이나 평화가 아닌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행동을 통해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아보는 전략이다. 떠보기 전략이면서, 야금야금 분쟁의 수위를 늘려가는 살라미 전술(살라미 소시지처럼 이슈를 나누는 전략)의 일부분이다.

두 가지 중에서 두 번째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공산당이 체계적으로 통제하는 중국에서 블링컨 장관 방문을 잡았을 때는 유관 조직들이 모두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수로 풍선을 날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외교를 전쟁처럼 다룬다. 즉 타협의 기술보다는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 미국을 떠볼 가능성은 크다.

그럼 미국은 왜 이 시점에서 격추를 선택했을까? 트럼프 시기와 달리 미국이 초강경조치를 취한 것도 최근 추세를 볼 때 충분히 설명된다. 2022년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강화한 해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2027년 이전 중국의 대만침공설’이 유행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 풍선은 미국으로선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지를 과시하고, 국제적인 반중 연대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이벤트를 제공한다.

게다가 현존 세계 최강의 전투기라는 F-22까지 화려하게 등장시켜 격추했다. 이 장면을 본 많은 미국인과 세계 시민들에겐 ‘미국 = F22 스텔스기’와 ‘중국 =풍선’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도 각인된다.

풍선 격추 이후 오스틴 국방장관이 중국에 비공개 전화통화를 제안했다. 선수를 빼앗긴 중국이 들어줄 리 없다. 이에 더해 2023년 2월 7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 발언을 퍼부었다. 그는 “만일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한다면 우리는 조국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에 맞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벼운 중국 풍선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너무나도 많이 무게를 실어준 것이다.

문제는 작용-반작용의 원리에 따라 미국이 이렇게 나올 개연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지금 왜 빌미를 주었는지다. 만약 중국이 포석을 깔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나 국제 여론에서 고립을 감내하고도 ‘중국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작동할 시기를 도대체 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인가! 큰 밑그림 없이 이런 수를 썼다면 중국은 아직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미숙한 것이다.

미·중 관계는 2023년 올해도 훈풍이 불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혹시 풍선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한 중국에 대해 협력하자고 주장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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