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19) / 12월의 편지
상태바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219) / 12월의 편지
  • 정명재
  • 승인 2022.12.20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재 정명재 안전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12월이 지난다. 한 해가 무척이나 빨리도 지나갔다는 사실과 내가 이루려고 했던 일들의 성과와 미완성을 깨닫는 시간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12월은 아쉽다. 1월의 달력을 넘긴 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 2022년이 저물어간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그대에게 오늘 편지 한 장을 보낸다.
 

“수고했어, 오늘도!” 노량진에서 만난 우리는 수험생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었지. 너를 처음 만난 그날을 기억한다. 조금은 남루한 표정과 흐릿한 말투로 막연한 미래를 이야기하던 너. 독서실에서 보낸 긴 시간과 시험에서의 불합격을 맛보며 인생의 고민과 씨름하듯 살아왔다던 지나간 날을 이야기했지. 수험생이 되면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단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너를 보듬어 안고 너의 작은 몸짓 하나, 이야기 하나에도 신경 쓰던 때가 있었을 거야. 그렇지만 이제 너는 어른이 되는 연습을 할 때가 된 거지. 늘 편식(偏食)하듯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만은 없단다. 무던히 기다리던 부모님도 가끔은 힘에 부쳐, 가볍게 너에게 이야기했을 거야. 시험은 잘 준비되고 있는지를 지나치듯 물었지만 그때마다 기다림의 시간을 헤아리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래, 모든 부모님의 마음은 똑같아. 자신을 희생(犧牲)해서라도 자식들이 잘 되길 바라는 헌신(獻身)의 마음.

12월이구나. 우리와 함께 공부했던 어떤 친구들은 합격의 이름으로 이곳을 떠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지. 그렇지만 너와 나는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있는지 늘 붙어 다니는구나. 지난 달, 너는 생활비를 걱정하며 새벽 일찍 옷가지를 챙겨 건설현장에 나가기 시작했지. 그게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부모님에게 손 벌리기도 미안하긴 하지. 주말이면 훌쩍 등산을 떠나는 네 마음에 무엇이 들었을까 가끔 궁금하긴 하다. 확실히 알 순 없어도 마음으론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아.

수험생활을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구나. 긴 시간일까, 아님 이 정도는 보통일까? 우리가 만나고 떠나보낸 친구들은 참 많지만 유독 너 그리고 몇몇 친구들은 오랜 기간 노량진에서 서로를 위로하는 친구로 남았구나. 처음에는 이렇게 오랫동안 이곳에 머무를지 몰랐다. 한 2~3년 정도를 생각했던 것 같아. 무슨 일을 하건 그 정도면 감(感), 그래 느낌이란 게 있잖니?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아직도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정확하겐 모르겠더라. 너를 포함해 수험생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함께 고민을 했던 거고 그 해답을 함께 찾자며 떠난 여행이라고 생각해. 이 여행이 이렇게 오래 그리고 쉬지 않고 계속 발걸음이 앞으로 나아갔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밤샘을 하며 책을 쓸 때, 강아지 몽실이 그리고 네가 곁에 있어줘서 심심하지도 않았고, 외로움도 모른 채 살았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몽실이도 떠나고 다시 내 자리에서 나는 그때처럼 책을 쓰고 수험연구를 하고 있다. 나도 때론 너처럼 훌쩍 어딘가를 향해 떠나고 싶은 마음이 많은 요즘이구나.

수험생활을 하는 게, 인생의 페이지에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12월이 되니 뒤를 돌아볼 때가 많아지네. 그럴 나이이기도 하고. 동네 골목을 지나는 꼬마아이를 보면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던 그 옛날 젊은 아버지를 떠올려. 몽실이와 꼭 닮은 강아지가 지나가면 또 한참을 물끄러미 보게 돼. 호떡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게를 지나면 내가 예전에 만들던 그 호떡을 떠올리지. 너는 어떤 풍경을 보고 있니? 산(山)이고 들이고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니 자연의 풍광(風光)이 훨씬 크고 웅장할 것 같은데.

너는 아직 젊고 건강해. 네가 하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든 그 순간순간 제각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단다. 나는 수험생을 도와 합격으로 이끄는 일을 하고 있지.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찾기보다는 이 일이 내 스스로에게 부여된 책무(責務)라고 여기며 살았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길을 가보려고 마음먹은 것도 내 결심이었고, 외롭고 지친 이 길에서 아무도 없는 서재를 매일 밤 지키는 것도 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그냥 어느 날부터 시작했어.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었을 때니까. 그렇게 1년, 2년 시간이 흘러 8년이 넘어가네. 노량진에 아주 작고 후미진 내 책상과 컴퓨터. 이곳이 내 꿈의 공간이었고 누군가를 합격자로 만들어 줄 꿈 공장(dream factory)이었지.

참, 바보 같은 인생이지만, 그렇게 많이 후회한 적은 없다. 이유가 뭔지 아니? 누가 시켜서 이 일을 한 게 아니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어서 그래. 후회한들 무엇하고, 뉘우친들 크게 바뀌는 게 없잖니. 그래서 후회하진 않으려 해. 너도 말이지, 후회는 하지 마렴. 인생은 연습이란 게 없고 하루하루가 그냥 우리 인생이란다. 시험공부를 처음 할 때는 모든 게 막막해. 처음 만난 수험서는 마냥 두껍고 알지 못하는 용어(用語)로 두 눈이 휘둥그레졌었지. 그래도 하나씩 둘씩 개념을 알고 이해하고 암기하는 작업으로 공부를 시작하면 세상에 어려운 공부는 없단다.
 

노량진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을 하고 음식 배달을 할 때가 있었어. 책이라고는 1년이 지나도 시집(詩集) 한 권이나 볼까? 그렇게 글자와 공부와는 거리가 먼 나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많았어. 실패의 두려움, 늦은 나이에 선택, 가보지 않은 미래, 경제적 압박감 등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시간에도 늘 걱정과 불안감을 안은 채 지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부를 하는 그 순간에는 모든 게 평화롭고 고요해지더라. 공부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고민이 사라지고 걱정이 없어지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책에 길이 있었고, 책에 답이 있었던 것 같다. 공부에는 많은 집중력과 끈기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인생과 공부는 비슷한 면이 아주 많더라고. 인생의 쓴맛을 아주 많이 본 경험이 공부하는 동안에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 인생이 힘들다고 말하면서 공부만은 쉽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고 망상(妄想)인 게지. 아이러니(irony)하게도 말이지, 인생을 살아가는 게 더 힘들지 공부하는 건 아주 쉬웠어. 막상 해 보니, 돈 버는 일이 힘들지 공부하는 건 아주 즐거웠단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공부는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거든. 새로운 지식을 쌓는 일은 내게 유익함이었고, 그동안 몰랐던 지식을 알아가는 건 지루한 삶을 살던 내게는 즐거움이었다. 너도 한번 해 보렴. 내가 가 본 그 길에서, 너도 한번 해 봐. 먼 여행을 떠나 다시 돌아올 네게 진심(眞心)을 다해 인사를 남겨. “수고했어, 오늘도.”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