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합 “성전환자에 미성년 자녀 있어도 성별정정 가능”
상태바
대법원 전합 “성전환자에 미성년 자녀 있어도 성별정정 가능”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11.29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전환자의 기본권·미성년 자녀의 복리 등 종합적 고려해야”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법원이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허가하지 않던 종래 판례를 변경했다.

신청인 A는 남성으로 출생했으나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의 귀속감을 가지고 사춘기가 되어 얼굴 형태나 체격, 목소리가 남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에 정신적인 고통을 느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긴 채 생활하다 혼인한 A는 성정체성 문제로 약 5년 10개월 만에 이혼한 후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의 옷차림, 머리 모양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으로서 생활했다.

A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 허가 신청을 했지만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어 성별정정을 허가하는 경우 자녀의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와 같은 입장으로 대법원은 “현재 혼인 중에 있거나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2009스117)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종전의 견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4일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결정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인격을 형성하고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으며 성전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인격과 개성을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기 위해 성전환자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른 성을 진정한 성으로 법적으로 확인받을 권리를 가지고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유래하는 근본적인 권리로서 행복추구권의 본질을 이루므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이 미성년 자녀와의 사이에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거나 권리의무의 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법원은 “성별정정은 성전환을 마친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해 공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는 성별정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개인적, 사회적, 법률적으로 친자관계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성별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성전환된 부 또는 모와 미성년 자녀 사이에 존재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살펴보지 않고 법원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정정을 막는 것이 실질적인 의미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일반적인 성별정정의 허가 기준 충족 외에 미성년 자녀의 연령 및 신체적·정신적 상태, 부 또는 모의 성별정정에 대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나 이해의 정도, 미성년 자녀에 대한 보호와 양육의 형태 등 성전환자가 부 또는 모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등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과 형성·유지하고 있는 관계 및 유대감, 기타 가정환경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여부가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이동원 대법관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인 결정”이라며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은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가 ‘혼인 중이 아닌 상태’에 있음에도 성별정정을 불허하는 것은 성전환자가 소수자로서 겪는 소외와 고통을 외면하여 성전환이나 성별정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더욱 고착화·내면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봤다.

이어 “그로 인해 성전환자의 미성년 자녀에게 더욱 차별과 편견이 온존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 짐을 지우는 것”이라며 국가와 사회에 성전환자와 그 미성년 자녀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근본적으로 시정할 책무가 있음을 확인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결정을 통해 사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입법이나 행정과 달리 다수의 정치적·종교적·사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역할을 할 때 그 존재 의의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선언했다”고 의의를 전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