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85)-경찰 뿌리째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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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85)-경찰 뿌리째 바꿔야 한다
  • 강신업
  • 승인 2022.11.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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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대대적인 경찰개혁이 시급하다. 그야말로 뿌리째 바꿔야 한다. 조직을 완전히 개편하고 정치경찰을 몰아내야 한다. 경찰 인력 선발과 양성 방법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경찰대를 폐지하고 대학에 경찰학과를 설치해야 한다. 경찰 계급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경찰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 경찰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드러났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경찰조직에서 윗선에 보고하지 않는 심각한 기강해이가 드러났다. 도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관할경찰서장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전 예방조치가 없었을 뿐 아니라 사후 대응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번 이태원에서 ‘압사’ 가능성을 거론한 첫 신고가 112에 들어온 것은 저녁 6시 34분이었다. 그 시각 관할 용산경찰서장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었던 진보 단체가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하는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 행사와 집회 대응을 관장하는 경비, 정보과장도 함께 있었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다. 그러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현장에 도착한 건 10시 20분경이다. 사람이 쓰러졌다는 첫 신고가 들어온 지 5분이 지난 시점이다. 상황실을 통해 119구급차 추가 지원을 요청한 게 11시 5분, 서장이 현장에서 구급차 통행로 확보를 지시한 건 자정이었다. 사고 발생 2시간 10분 뒤에야 서울경찰청장이 도착했고 그제야 용산경찰서 전 직원 비상소집 지시가 내려졌다.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이태원 상황이 보고된 시간은 밤 11시 36분이었다. 사고 발생 1시간 20분쯤 지나고 ‘수십 명 심정지’라는 보도가 나오던 시점에야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가 사태를 인지했다는 것이다. 주요 사건 발생 시 관할 서장이 상급 청장에게 즉시 보고하는 경찰의 ‘지휘 보고’ 체계 자체가 무너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용산서장이 늦게 보고한 이유를 알지 못하며 보고받은 즉시 인력 증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용산 경찰서장이 고의로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 아닌 소방청 보고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는데, 보고받은 시점이 밤 11시 19분, 참사로부터 1시간 이상 지난 시각이었다.

사고 시점까지 이미 이태원 사고를 경고하는 112 신고는 11건이 들어온 상태였다. 용산서장은 위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사고 현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촛불집회는 이 시각 이전에 끝났고 이 사건 현장에서는 압사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신고가 계속되는데도 용산서장은 현장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매우 수상한 움직임이다. 문득 행안부에 경찰국 설치를 두고 일어났던 총경의 난을 떠올리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경찰의 미흡한 대처의 근본 원인은 경찰 내부의 파벌 때문이라는 의견이 파다하다. 경찰조직에 파벌이 극심해지면서 경찰이 자신이 속한 파벌의 수장에게만 충성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지나치게 관료화되고 경직된 것도 문제다. ‘검수완박’ 이후 경찰이 검찰 흉내를 내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경찰이 현장 치안유지와 질서유지보다 오히려 수사기관으로 변질한 느낌이다. 수사업무에 과부하가 일어나면서 수사도 제대로 안 되고 경찰 본연의 업무인 치안유지와 질서유지도 안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명백히 분리해야 한다. 경찰의 직급도 너무 많고 복잡하다. 지금 11개로 되어 있는 직급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파벌을 뿌리 뽑으려면 과거 문재인 정부 때 경찰의 주요한 위치에 심어놨던 경찰 주요 간부를 대대적으로 물갈이하고 능력 있고 정직한 경찰로 교체해야 한다. 이번 참사의 원인과 늑장 대처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수사를 거쳐 직무 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경찰의 형사 책임을 묻는 조치도 물론 취해야 한다.

이번에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경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전광석화처럼 빠르면 빠를수록 그리고 단호하면 단호할수록 좋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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