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득과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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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득과 실
  • 신희섭
  • 승인 2022.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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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2월 24일에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21일(현지 시간)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것이다. 러시아의 동원령은 2차 세계대전에서 발동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는 점령지역에 대한 병합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9월 23일에서 27일까지 5일 동안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UN 총회에서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를 비판하는 진행되는 중에 푸틴의 발표가 있었다. 서방의 비판에 푸틴은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라고 대응했다. 이 발언은 푸틴의 “핵 공갈까지 가해졌습니다. 우리는 핵 재앙을 촉발할 서방의 지원을 받은 포격과 대량살상무기사용 가능성 등 NATO 주요국 고위 대표들의 발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발언과 연결해 볼 때,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협박이 아닌가 우려를 낳고 있다.

주민투표, 부분 동원령, 핵무기 사용 가능성 암시 등으로 볼 때 예상할 수 있는 나쁜 그림은 다음과 같다. 지역의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영토 병합 선포. 이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러시아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규정. 전쟁의 새로운 국면 조성과 러시아 보호를 위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 위협이다.

여기서 드는 질문은 이것이다. 푸틴이 어떤 방식이든 전쟁의 국면을 바꾸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반대로 푸틴은 이런 환경 조성으로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 즉 전쟁의 확대가 유용한 전략인가이다. 이를 예상하는 것은 어쩌면 푸틴 자신을 뛰어넘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쟁이 푸틴의 전쟁이지만, 전쟁을 확대하는 것이나 전쟁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오직 지도자 개인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전쟁의 판도를 예측해보는 것은 지금까지 전쟁에서 푸틴이 마주한 전쟁의 대차대조표를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일 것이다. 푸틴이 계획한 침공의 득과 실을 따져보면, 이후 확전이 충분히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터무니없는 ‘공갈(blackmail)’전략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침공으로 푸틴은 무엇을 얻었는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와 러시아 민족의 민족주의적 만족감. 둘째, 에너지 시장과 곡물 시장에서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셋째, 비민주주의 국가들 일부의 연대감 확인. 넷째, 푸틴 자신에 대한 강력한 이미지와 평판 확보가 그것이다.

그러면 푸틴은 어떤 손해를 보았는가? 첫째, 550억 달러를 넘는 막대한 전비. 둘째, 러시아 군대의 피해(미국 추산 7~8만 명의 러시아군 사망자와 2,000대 이상의 전차 손실)와 군사 강국 러시아라는 이미지 붕괴. 셋째, 국제공급망에서 위험해진 지위와 국제사회에서의 러시아 배제. 넷째, 방산 시장에서 러시아 무기 신뢰도 저하. 다섯째, 러시아 국내정치에서 푸틴의 낮아진 지지도가 그것이다.

득과 실을 따졌을 때 지난 7개월간의 전쟁에서 푸틴은 득보다는 실이 좀 더 많았다. 문제는 푸틴의 전쟁 전환과 확전이 이 대차대조표를 바꾸어줄 수 있는지에 있다. 푸틴이 비벼볼 수 있는 것은 유럽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의 에너지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를 활용하고, 식량 위기를 내년까지 넘겨서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로 인해 찾아온 인플레이션에 국제사회가 외마디 비명을 지를수록 푸틴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고통과 그에 따른 영향력을 즐길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지속과 미국의 지원이 강화(9월 15일까지 158억 달러 한화 22조 568억 원을 지원)되고 러시아의 고가치 목표물이 공격받게 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과 의지는 떨어지게 된다.

‘포브스 러시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 하루 4억 달러를 사용하고 있고, 지금까지 550억 달러를 썼다고 한다. 전비에 의한 러시아의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경제제재로 2022년 재정적자가 GDP의 1.2%에 달하고 2023년에는 1.1%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재무부는 천연가스 수출세를 최대 50% 올리기로 했다. 또한, 석유 수출세도 내년 50%를 증대하기로 했다.

부분 동원령 발동은 러시아 청년들의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푸틴에 대한 정치적 저항도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러시아 구의회 의원들이 9월 7일 ‘푸틴 대통령이 국가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반역죄를 저질렀다’라며 러시아 하원에 대통령 탄핵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장기화는 러시아에 역사적 부담도 던진다. 아프가니스탄의 망령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푸틴 손을 떠난 두 가지 카드가 더 있다. 첫째, 미국의 지원이다. 둘째, 독일의 군사력 강화다.

마지막으로 단기적 요인도 있다. 최근 미국 하이마스 로켓의 지원을 받으면서 우크라이나 군이 빠르게 영토를 탈환하고 있다. 즉 소련제 무기체계가 아닌 미국산 무기체계를 우크라이나 군대가 운용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군사기업(PMC)의 지원을 받으면서 빠르게 군사운용체계를 서방화하고 있다. 전쟁으로 미국과 독일은 군사 지원으로 자국의 무기체계 성능을 확인할 뿐 아니라 세계 방산 시장에 강력하게 홍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바스 지역에서 영하 20도에서 30도까지도 기록하는 겨울이 오고 있다. 전문가마다 겨울이 누구에게 유리한지에 대해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러시아인들이 주축이 아닌 러시아군이 약해진 사기로 점령지역에서 겨울을 나아야 하는 상황이 더 처참할 것은 명확해보인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분석이 의미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합리적이었다면 푸틴은 애초에 침공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 장기화가 억압적 통치자에게 합리성을 되찾을 기회가 될 것인지, 확증 편향과 자기 합리화를 강화할 계기가 될지도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푸틴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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