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4)-역선택 그리고 여론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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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4)-역선택 그리고 여론조작
  • 강신업
  • 승인 2022.08.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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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 대표가 징계받아 당무가 정지되고 급기야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하며 최고위가 해산되고 비대위가 출범했다. 집권당 당 대표가 축출된 초유의 사태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혼란스럽다.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말을 하고, 여기선 이렇게 하는데 저기선 저렇게 하자고 한다. 다만 혼란한 틈에도 당권을 향한 의지는 여전히 불타오른다. 자천타천 당권을 차지하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나선다. 여기저기서 무리를 짓고 무리를 부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 가운데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함께 나온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가 가히 충격적이다.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오차범위 밖의 1위에 오른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데 이어 경기도 지사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김은혜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하며 정치권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유승민이 느닷없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유력 주자로 뛰어오른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23.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이준석 대표 16.5%, 안철수 의원 13.4%, 나경원 전 의원 10.4%로 뒤를 이었는데, 눈에 띄는 것은 유승민이 중도층이 많은 수도권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서도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는 영남 보수의 주류 세력이 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영남지역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합리적·중도 보수 유권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세 하락 상황에서 유 전 의원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다른 해석 역시 따른다.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이번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은 40대에서 27.8%, 50대에서 32.6%의 지지를 얻었는데, 이들 중 많은 수가 민주당 지지표들로 보인다. 역선택은 A당 지지층이 B당 경선에 참여해 본선 경쟁력이 약한 후보에게 투표하여, 본선에서 A당 후보가 B당의 약한 후보를 만나서 최종 당선 확률을 높아지도록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역선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던 것이 지난 대선에서의 국민의힘 경선이다. 20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참여해 홍준표를 선택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재명과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과 달리, 홍준표는 비호감 스펙을 워낙 많이 쌓아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도 중도층의 외면으로 당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일부러 지지율이 낮은 홍준표를 밀어준 것이다. 당시 윤석열 측에서는 당내 경선에 당원이 아닌 사람들은 빼고 투표하자는 일명 역선택 방지 규정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경선 결과 당원 투표에서는 윤석열이 압도적으로 승리했지만,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가 10% 이상 앞서는 결과가 나와 역선택이 실재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역선택에 대해서는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세력도 있지만, 이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다. 이준석이 나경원을 물리치고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때문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다. 역선택의 존재와 그 부작용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의 대상을 사전에 해당 정당의 지지자로 한정해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더구나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작까지 광범위하게 행해진다는 의심이 팽배한 지금 역선택을 허용하는 당헌, 당규를 방치한다는 것은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는 꼴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비대위는 즉시 당헌, 당규를 개정해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또 여론조사에서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방자한 시도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일 역선택까지 허용하는 지금의 당헌과 당규를 방치하면 국민의힘은 머지않아 더불어민주당이나 그 세작질을 하는 자에게 지배당하게 될 것이다. 유승민이나 이준석 같은 자가 국민의힘의 대표가 된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의힘의 붕괴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호영 비대위가 제일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은 당헌과 당규에 역선택 방지조항을 신설하는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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