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장(禮將), 역장(力將), 지욕장(止欲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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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예장(禮將), 역장(力將), 지욕장(止欲將)
  • 송기춘
  • 승인 2022.07.2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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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송기춘 </strong>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모였다. 35년 전 같은 내무반에서 함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이리저리 연락이 닿아 만났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절 기억만큼은 어제 일인 것처럼 선명하다. 입대 순으로 정해지는 서열도 당연히 있었지만 불편함이 조금도 없었다. 군복무할 때도 서로 편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편안함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2년여의 기간 동안 잠정적으로 ‘고참-졸병’의 관계를 맺었지만 그 근본에는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업무에서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도 마음을 나누고 적지 않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당연히 이래도 된다느니, 제대하면 다시 볼 것도 아니라느니 하는 생각이 나쁜 문제를 온존케 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군의 문제를 푸는 근본은 어쩌면 일정 기간 동안 맺는 업무상 관계의 바탕에서 인격적 존중의 태도가 관철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계급 때문에, 복종의무 때문에 따르긴 해도 속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계급 때문에 경례하고 예를 갖추면 자신이 훌륭한 줄 알고 인격적 허물을 그대로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직장에서나 겪는 문제이겠지만, 업무상으로도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대등하고 그만큼 인격적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은 이러한 태도가 자발적이고 진정한 복종과 엄정한 군기와 충일한 사기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육도삼략(六韜三略) 중 용도(龍韜) 제23 려군(勵軍)(군사를 격려하여 그 사기를 높이고 세력을 증강시킴)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무왕이 태공에게 물었다. “나는 삼군의 무리로 하여금 성을 침공하면서 먼저 오르려 하고 야전에서도 먼저 나아가며 퇴각 신호에 분노하며 진군 신호에 기뻐하게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망(太公望)이 무왕에게 답하였다. “장수에게는 세 가지 이김이 있습니다(將有三勝).” 예장, 역장, 지욕장에 관한 얘기다. 병사도 같은 성정(性情)을 가진 사람으로 존중하고 차마 혼자 편안함을 누리지 않는 것, 몸소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 먼저 욕망을 채우지 않는 것이 지휘의 요체임을 말하고 있다.

“장수는 추운 겨울에도 혼자 털가죽을 입지 않고, 무더운 여름철에도 혼자 부채를 잡지 않으며, 비가 내리더라도 혼자 우산을 펼치지 않아야 합니다. 장수가 몸소 예에 좇지 않으면 사졸의 춥고 더움을 알 수 없습니다.”(禮將) “좁고 험한 길을 행군하거나 진흙탕을 거쳐 가야 할 때 반드시 수레나 말에서 내려 함께 걸으며 병사들과 더불어 괴로움을 나누어야 합니다. 장수가 몸소 힘씀을 좇지 않으면 사졸의 노고를 알 수 없습니다.”(力將) “군사들이 다 머물 곳을 정하고서야 장수가 숙소에 들며, 군사들의 식사가 다 준비되고서야 장수가 식사를 하며 군사들이 불을 지피지 않거든 장수도 불을 피우지 않아야 합니다. 장수가 욕심 그침을 좇지 않으면 사졸의 굶고 배부름을 알 수가 없습니다.”(止欲將) 장수가 이렇게 하면 사졸이 태공이 바라는 바와 같이 하게 되는데, “이는 군사가 죽음을 좋아하고 다침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장수가 춥고 더우며, 배고픔과 배부름을 자상히 알아주며, 수고로움과 괴로움을 밝게 보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를 조사하다 보면, 군 지휘관이 사고 발생에 제법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지휘관의 성품이나 행태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고가 발생해서 다른 부대로 가자 다시 그곳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전역하는 일도 있다. 지휘관이 바뀌면서 기존에 없던 문제가 발생하고 사고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지휘관이 부하를 존중하고 아끼며, 몸소 어려움을 감당하고자 하고 자신의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면 부대 지휘가 문제가 발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태도는 굳이 지휘관과 부하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동료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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