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허용이 있다면 별건 수사 기록이라 해도 피고인에게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30일 이모씨가 별건 수사 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한 검찰 처분의 위헌성을 가려달라며 제기한 위헌확인 소송(2019헌마356)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의왕 백운호수 생태조성 공사의 주무 부서 과장으로 근무한 이씨는 데크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해 특정 업체가 선정되도록 하고 브로커 한모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8년 4월 기소됐고, 같은 해 8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이씨의 항소심 재판에 한씨에게서 뒷돈을 받은 A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A씨 역시 2018년 7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은 상태였다.
이씨 측은 재판부에 A씨의 진술조서 열람·등사 허용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이씨와는 별건으로 수사받은 사람이고, 그의 조서 열람을 허용할 경우 A씨의 사생활 등이 침해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씨는 검찰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19년 4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심리한 헌재는 검찰의 열람·등사 거부가 “청구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에서 검사의 열람·등사권 거부처분에 대한 불복절차를 마련한 것은 신속하고 실효적인 권리구제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고, 법원이 검사의 열람·등사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검사는 당연히 이러한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측은 “이번 결정은 형사소송법 제266조의3에 따른 증거개시절차에서 피고인의 변호인 또는 피고인이 당해 형사사건과 관련된 별건의 서류에 대해서도 열람‧등사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원이 형사소송법 제266조의4에 따라 그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허용할 경우 검사는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사자의 본인 사건 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거부한 검사의 처분이 위헌이라는 결정은 이미 2010년(2009헌마257)과 2017년(2015헌마632) 두 차례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