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피해자 과다배상 지연이자 면제”에 인권위 “여전히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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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피해자 과다배상 지연이자 면제”에 인권위 “여전히 미흡”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6.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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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예측불가 판례변경 등 고려 ‘지연이자 면제’ 화해권고 수용”
인권위 “피해자의 피해에 대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에 역부족”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의 과다 배상금 환수와 관련해 정부가 법원의 화해 권고를 수용, 초과지급한 배상금 원금만 납부하고 지연이자의 납부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해 주목된다.

인혁당 사건은 1975년에 벌어진 대표적인 간첩 조작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구타, 고문 등 가혹행위와 장기간 수감되는 피해를 봤다. 이들은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009년 피해자 76명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금과 지연이자 일부를 가지급 받았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이 이자가 과다 책정됐다며 이를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해 가지급 받은 배상금의 초과분을 반환해야 했다.

정부는 생활고로 초과지급 배상금을 반환하지 못한 피해자 28명 중 한 명인 이 모(84) 씨를 대상으로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이씨는 강제집행을 불허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 이씨에게는 1심 인용액 약 15억 원 중 약 11억원이 가지급됐으나 2011년 1월 상고심 판결로 배상액이 약 6억원으로 감축돼 약 5억원의 초과지급 국가배상금이 발생한 것이다.

즉 지연손해금 산정 기산금을 불법행위시에서 사실심 변론종결시로 변경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변경이 있었고 이후 상고심은 이러한 판례변경 취지에 따라 1심에서 인정한 배상액을 감축한 셈이다.

2013년 국가는 이씨를 상대로 초과 배상금 약 5억 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고 2017년 국가는 이씨 소유 자택애 대해 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이에 이씨는 2019년 5월 국가의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2022년 5월 “국가에 반환할 원금 상당액 5억원을 분할납부하며 그동안 발생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확정시까지 연 5%, 그 이후부터 연 50%에 해당하는 지연손해금 약 9억 6천만 원을 면제할 것을” 화해권고를 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법원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 20일 한동훈 장관의 지시로 이씨가 국가에 갚아야 하는 과다 배상금의 지연이자 납부를 면제키로 했다.

예측할 수 없었던 대법원 판례변경으로 초과지급된 국가배상금 원금 외에 다액의 지연이자까지 반환토록 하는 것은 국가의 잘못을 배상한다는 국가배상의 취지, 정의관념과 상식에 비추어 가혹할 수 있는 점, 국가채권 관리법상 채무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없는 부당이득반환의 경우 원금 상당액을 변제하면 지연손해금을 면제하는 것이 가능한 점, 재판부의 종국적 분쟁 해결 노력 존중 필요성, 관계기관 회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었다.

이는 이날 법무부차관 주재하에 법무부(승인청), 서울고등검찰청(지휘청) 및 국가정보원(소송수행청) 관계자들이 참여한 ‘초과지급국가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기관 회의’ 결과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또한 “이 건 배상 진행 과정에서 국가의 실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지급 이후의 판례변경이라는 이례적 사정으로 이른바 ‘줬다 뺐는’ 과정이 생겼고 국가배상으로 받을 돈은 6억인데, 토해내야 할 돈은 15억이 되어 그대로 방치하면 해당 국민이 억울해지게 됐다”면서 “법무부가 소송수행청인 국정원과 깊이 논의해 결정한 것이며 오직 팩트, 상식,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려 노력할 것이고,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같은 지연이자 면제 외에도 정부의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에서 “정부가 지금이라도 법원이 제시한 화해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분명 진일보한 조치”라면서도 “다만, 사건의 피해자가 여전히 남아 있는 보상금 반환 채무로 경제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피해자들 역시 이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국제 기준과 정의, 형평, 인권의 관점에서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며 “비록 경제적 부담을 일부 경감했으나, 이를 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배상’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거 국가가 불법행위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를 일으키고도 이를 은폐하고 구제 조치를 외면한 것이 밝혀졌다”며 “정부는 마땅히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감내해 온 경제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구제 조치를 강구해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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