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1년 형법 중요 판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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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1년 형법 중요 판례(4)
  • 이창현
  • 승인 2022.06.2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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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형법각론 분야

9. 별거 중인 남편이 부모와 함께 잠금장치를 손괴하고 주거지에 출입한 경우
   (대법원 2021.9.9.선고 2020도6085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 안

​<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고인 1은 A의 남편이자 B의 형부이고, 피고인 2, 피고인 3은 피고인 1의 부모이자 A의 시부모이다.

피고인들은 2018.5.19. 14:30경 피해자 A의 주거지인 이 사건 아파트에 찾아가 출입문을 열 것을 요구하였지만 피해자 A는 외출한 상태로 동생인 B가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걸어 “언니가 귀가하면 오라.”며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 1, 피고인 2는 공동하여, 피고인 1은 열린 틈 사이로 손을 넣어 위 체인형 걸쇠를 수차례 내려치고, 피고인 2는 문고리를 계속 흔들어 위 출입문에 설치되어 있던 체인형 걸쇠가 출입문에서 떨어져 나가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 피고인 2는 피해자 A 소유의 금액 미상의 체인형 걸쇠를 손괴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 일시 및 장소에서 피해자 B가 머무르고 있던 주거지의 출입문에 설치된 체인형 걸쇠를 손괴한 후 침입하였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재물손괴등)죄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되었다. 

제1심은 모두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형을 선고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 1의 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피고인 1에 대한 폭처법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주거는 타인이 거주하는 것에 한하고, 타인과 공동으로 생활하고 있는 자가 행위자인 경우에는 그가 공동생활에서 이탈한 후가 아니면 당해 주거는 본죄의 객체가 되지 않는데, 피고인 1이 이 사건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공동거주자의 지위에서 이탈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폭처법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에 관하여는,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데, 피고인 2, 피고인 3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거주자인 피고인 1의 승낙을 받고 이 사건 아파트에 들어갔더라도 다른 거주자인 A나 A로부터 주거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피해자 B의 승낙을 받지 못하여 피해자 B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뜨렸으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판결요지

[다수의견 : 대법관 9인]

(1) 형법은 제319조 제1항에서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주거침입죄는 주거에 거주하는 거주자, 건조물이나 선박, 항공기의 관리자, 방실의 점유자 이외의 사람이 위 주거,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방실(이하 ‘주거 등’)에 침입한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주거침입죄의 객체는 행위자 이외의 사람, 즉 ‘타인’이 거주하는 주거 등이라고 할 것이므로 행위자 자신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임의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주거에 거주하거나 건조물을 관리하던 사람이 ① 공동생활관계에서 이탈하거나 ② 주거 등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관리를 상실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2)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상, 공동주거에서 생활하는 공동거주자 개개인은 각자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누릴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공동거주자 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주거관계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주거 중 공동생활의 장소로 설정한 부분에 출입하여 공동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출입하여 이용하는 것을 용인할 수인의무도 있다. 그것이 공동거주자가 공동주거를 이용하는 보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동거주자 각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서 누리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은 공동거주자 상호 간의 관계로 인하여 일정 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고, 공동거주자는 이러한 사정에 대한 상호 용인하에 공동주거관계를 형성하기로 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상호 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자유로이 출입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한 경우, 다른 공동거주자가 이에 대항하여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갔더라도 이는 사전 양해된 공동주거의 취지 및 특성에 맞추어 공동생활의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법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설령 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기 위하여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손괴하는 등 다소간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그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그러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별도의 규정에 따라 처벌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아니함은 마찬가지이다.

(3) 공동거주자 각자가 상호 용인한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내용과 범위는 공동주거의 형태와 성질, 공동주거를 형성하게 된 경위 등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승낙에 따른 외부인의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외부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외부인의 행위는 전체적으로 그 공동거주자의 행위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이 법률적인 근거 기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대항하여 다른 공동거주자가 공동생활의 장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그의 출입을 금지한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로서, 그 공동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공동생활의 장소에 함께 들어간 외부인의 출입 및 이용행위가 전체적으로 그의 출입을 승낙한 공동거주자의 통상적인 공동생활 장소의 출입 및 이용행위의 일환이자 이에 수반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금지하는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쳤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부인에 대하여도 역시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관 1인의 별개의견] 

(1) 대법원 2021.9.9.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살펴본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의 의미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하지만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거주자의 의사해석의 문제이다. 사실상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 행위자의 출입이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출입 당시의 객관적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하여 거주자의 진정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외부적으로 드러난 의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나, 그 외 출입 당시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에 관한 해석은 사실인정의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다)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금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 그러한 출입금지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대체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거주자의 출입금지에 관한 의사에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한 이유를 알아야 비로소 그 진정한 의사가 확인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외부적으로 표시한 출입금지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경우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거침입죄의 가벌성의 범위가 부당하게 넓어질 수 있다. 그만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거주자의 진정한 의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거주자가 명시적으로 출입금지의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그러한 의사에 전제나 배경이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거주자가 출입이 허용되는 신분이나 자격을 전제로 출입 허용 여부를 정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출입이 허용되는 신분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이 출입한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없으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신분이나 출입 자격이 없는 경우에는 침입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관 3인의 반대의견] 

대법원은 2021.9.9.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이 ‘주거권’이 아니고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이는 공동주거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가 출입을 금지하였는데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방법 또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공동주거에 출입한 경우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에 비추어 주거 내에 현재하는 공동거주자의 평온상태를 명백히 해치는 것이어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그러한 주거침입행위자가 스스로 집을 나간 공동거주자이거나, 그 공동거주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외부인이라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다수의견은 행위자가 공동으로 거주하거나 관리 또는 점유하는 주거 등에 다른 공동거주자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출입하더라도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하나, 찬성할 수 없다.

10. 강요죄(형법 제324조)에서의 폭행의 의미 (대법원 2021.11.25.선고 2018도1346 판결)

가. 사 안

피고인은 甲과 공모하여 甲 소유의 차량을 피해자 소유 주택 대문 바로 앞부분에 주차하는 방법으로 피해자가 차량을 피해자 소유 주택 내부의 주차장에 출입시키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차량 운행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제1심과 원심은 유죄로 판단하였고, 쟁점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강요죄에서 말하는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판결요지

(1)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24조 제1항). 여기에서 폭행은 ①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뿐만 아니라 ②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도 포함하며, 반드시 사람의 신체에 대한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강요죄의 폭행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한 의도와 방법, 피고인의 행위와 피해자의 근접성, 유형력이 행사된 객체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 피고인이 소유한 이 사건 도로는 영문 알파벳 ‘U’자 모양의 도로로서 이 사건 도로를 따라 양측에 30여개의 대지와 그 지상 주택이 있는데, 피해자는 이 사건 도로에 접한 지상 주택을 소유하며 이 사건 도로 위에 구획된 주차선이나 자신의 주택 내부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해 왔다. 피고인과 甲은 피해자를 비롯한 이 사건 도로 인접 주택 소유자들에게 이 사건 도로 지분을 매입할 것을 요구하였는데도, 피해자는 이를 거부한 채 이 사건 도로 중 일부를 계속 주차공간으로 사용하였다. 피고인과 甲은 2016.4.28.경 甲 소유의 차량(이하 ‘甲 차량’)을 이 사건 도로 중 피해자 소유 주택(이하 ‘피해자 주택’) 대문 앞에 주차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2017.5.경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피해자 소유의 차량(이하 ‘피해자 차량’)이 피해자 주택 내부의 주차장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차량 운행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의도로 甲 차량을 피해자 주택 대문 앞에 주차하였으나, 주차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물리적 접촉이 있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에게 주택 외부에 있던 피해자 차량을 주택 내부의 주차장에 출입시키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하였으나, 피해자는 차량을 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11. 강도죄(형법 제333조) 성립을 위한 불법영득 또는 불법이득의 의사 
    (대법원 2021.6.30.선고 2020도4539 판결)

가. 사 안

피고인은 2019.5.27. 01:50경 피해자 A(여, 39세)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159,000원 상당의 맥주를 마신 후, 피해자 A와 주점 종업원인 피해자 B(여, 25세)로부터 술값 지급을 요구받자 22,000원만 지급한 후 나머지 술값을 지급하지 않고 주점을 나가려고 하였고, 피해자 A가 피고인을 붙잡고 나머지 술값을 지급할 것을 계속 요구하자, 피고인은 갑자기 피해자 A의 머리채를 잡아 넘어뜨린 후 얼굴을 주먹으로 수회 때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 A의 머리와 복부를 발로 수회 차고 밟아 피해자 A를 실신하게 하고, 옆에서 자신을 말리던 피해자 B의 얼굴과 머리를 주먹으로 수회 때려 폭행하여 피해자들의 술값 요구를 단념하게 함으로써 합계 137,000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A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피해자 B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피고인이 술값을 면하는 것이 피해자들을 폭행한 주된 목적은 아니었더라도 피고인이 주점 운영자인 피해자 A를 폭행함으로써 술값을 면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으로 강도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사정을 들어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강도상해죄의 불법이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하였다.

나. 판결요지

(1) 강도상해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강도죄의 성립이 인정되어야 하고, 강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 또는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17) 채권자를 폭행·협박하여 채무를 면탈함으로써 성립하는 강도죄에서 불법이득의사는 단순 폭력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구성요건 표지이다. 폭행·협박 당시 피고인에게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의사가 있었는지는 신중하고 면밀하게 심리·판단되어야 한다. 

불법이득의사는 마음속에 있는 의사이므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채무의 종류와 액수, 폭행에 이르게 된 경위, 폭행의 정도와 방법, 폭행 이후의 정황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불법이득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피고인은 2019.5.27. 01:50경 피해자 A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159,000원 상당의 맥주를 주문하여 마셨다. 피고인은 피해자 B로부터 술값 지급을 요구받고 2회에 걸쳐 현금 22,000원을 지급하고 주점을 나가려고 하였고, 피해자 B가 피고인을 주점 계산대 쪽으로 데리고 왔다. 피고인과 피해자 A는 그곳에서 말다툼을 하였고, 피해자 A가 손으로 피고인의 가슴을 밀치자, 피고인은 손으로 피해자 A를 가리키며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A는 술값 문제로 서로 삿대질을 하며 계속 말다툼을 벌였고, 피고인이 술값을 지급하기 위하여 체크카드를 교부하였으나, 계좌의 잔액이 부족하여 결제가 되지 않았다. 피해자 B가 피고인에게 계좌이체를 해도 된다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계좌이체를 할 줄 모른다.’고 하면서 술값 지급을 거부하였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A의 말다툼이 심해졌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A가 계산대 위에 있던 손전등을 들어 피고인의 얼굴에 비추고, 손전등으로 피고인의 팔이나 몸통을 툭툭 치거나 꾹꾹 누르는 등 행위를 하자, 피고인이 팔을 휘저으며 이를 뿌리치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 A를 피해 주점 출입문 쪽으로 나가려 하자, 피해자 A가 뒤에서 피고인의 옷을 잡아당겼고, 이에 피고인이 뒤돌아서며 피해자 A의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린 후 주먹으로 피해자 A의 얼굴을 때리면서 “니가 나를 무시해.” 등과 같은 욕설을 하였다. 피고인은 자신을 만류하는 피해자 B를 주먹으로 때렸고, 피해자 B가 주점 밖으로 피신하자, 바닥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A의 머리를 수차례 발로 차는 등 폭행을 계속하였고, 이에 피해자 A는 실신하였다. 이후 피해자 B가 주점으로 돌아와 다시 피고인을 만류하자, 피고인은 주먹으로 피해자 B를 때렸고, 피해자 B가 주점 밖으로 도망가자 피고인은 피해자 B를 따라서 주점 밖으로 나갔다. 피고인은 잠시 후 주점으로 돌아와 쓰러져 있던 피해자 A의 머리와 몸통을 수차례 발로 차고, 근처에 있던 우산꽂이를 집어 들어 피해자 A를 향해 내리친 후 피해자 A의 머리를 수회 걷어찼다. 이후 피고인은 주점에 머무르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 의하여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경찰관들이 주점에 도착하였을 당시 피고인은 주점 바닥에 누워 있었다.

(3) 이러한 사실관계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에 따르면,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폭행할 당시 술값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피해자 A와 술값 지급 문제로 실랑이를 하던 중 피해자 A가 자신의 얼굴에 손전등을 들이대고, 손전등으로 자신의 몸을 미는 등 행위를 하자 흥분한 상태였고, 피해자 A가 주점을 나가려는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자 격분하여 피해자 A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는 피해자 B를 폭행했다. 피해자 B는 피고인의 폭행을 피해 주점 밖으로 피신하였고, 피해자 A는 주점 바닥에 쓰러져 저항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술값 채무를 면탈할 의사가 있었다면 그때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자 B를 쫓아 주점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주점으로 돌아와 피해자 A를 폭행하였고,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주점 바닥에 누워 있었다. 피고인이 주점에서 지급하지 않은 술값이 큰 금액은 아니다. 피고인은 공사현장의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어 소득이 있었고, 이 사건 당일 이 사건 주점에 오기 전 다른 노래방이나 주점 등에서 수회에 걸쳐 별다른 문제없이 술값 등을 결제했다.

12. 2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임의처분과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
    (대법원 2021.2.18.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 안

피고인은 2013.12.경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피해자 A가 운영하던 주점에서 A로부터 A 소유인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이를 보관하여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2014.1.13.경 위 아파트를 피고인의 명의로 이전등기하고 그 무렵부터 A를 위하여 위 아파트를 보관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5.8.6.경 친구인 B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던 개인적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기 위하여 약 2억원 상당인 위 아파트를 B의 아들인 C에게 1억 7,000만원에 매도하고, 2015.8.7.경 위 아파트에 대하여 C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는 바람에 피고인은 위 아파트를 임의로 처분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해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였고, 함께 기소된 사기죄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의 형을 선고하여 피고인만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원심은 직권으로 판단하여 피고인의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신임관계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러한 위탁신임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②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근거 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③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위탁신임관계를 형법상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위 법리에 따라 명의수탁자인 피고인은 명의신탁자인 피해자에 대해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나. 판결요지

(1) 형법 제355조 제1항이 정한 횡령죄에서 보관이란 위탁관계에 의하여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재물의 보관자와 재물의 소유자(또는 기타의 본권자) 사이에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탁관계는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의 계약에 의하여서뿐만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될 수 있으나,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데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 위탁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재물의 보관자와 소유자 사이의 관계, 재물을 보관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보관자에게 재물의 보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제3조 제1항),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된다(제7조).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다.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말소의무를 부담하게 되나, 위 소유권이전등기는 처음부터 원인무효여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 말소를 구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 응할 처지에 있음에 불과하다. 명의수탁자가 제3자와 한 처분행위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따라 유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거래 상대방인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 대한 예외를 설정한 취지일 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 처분행위를 유효하게 만드는 어떠한 위탁관계가 존재함을 전제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법리는 부동산 명의신탁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이루어졌고 같은 법이 정한 유예기간 이내에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이 무효로 된 후에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18)19)

13. 지입회사 운영자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형법 제355조 제2항)
    (대법원 2021.6.24.선고 2018도14365 판결)

가. 사 안

피고인은 A 주식회사 등 운송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지입차주인 피해자들과의 지입계약에 따라 지입차량을 온전하게 관리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2015.1.14.경부터 2015.11.24.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동의없이 피해자들의 지입차량인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저당권을 설정하고 합계 1억 8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재산상 이익을 얻고, 피해자들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여객자동차의 지입차주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자인 지입회사 사이에 지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여객자동차의 대내적·대외적 소유권은 지입회사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지입회사 대표이사가 지입차량에 관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지입차주에 대한 관계에서 곧바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다만 지입회사와 지입차주가 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입차량의 소유권을 지입차주에게 유보하기로 약정하였다거나, 지입회사가 지입차량에 관하여 매매 또는 저당권 설정 등의 처분행위를 하지 않기로 약정하였다거나, 지입계약 기간이 종료되거나 지입계약의 해지사유가 발생하여 지입회사가 지입차주에게 지입차량을 반환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지입회사의 대표이사가 지입차량에 관하여 처분행위를 하였다면 지입차주에 대한 관계에서 형사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③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아 지입계약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는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러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나. 판결요지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20)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21)

이른바 지입제는 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간의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하여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그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2) 피해자들은 2013년, 2014년경 각자 매수대금을 전액 부담하여 이 사건 각 버스를 매수한 후 피고인과 사이에 이 사건 각 버스를 피고인이 운영하는 운송회사로 지입하고 피고인에게 지입료를 지급하기로 구두 약정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2013.1.21.경부터 2014.6.27.경까지 사이에 이 사건 각 버스를 자신이 운영하는 운송회사 명의로 각 등록하였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한 지입료 명목으로 차량 1대당 매월 20만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운송회사 명의로 이 사건 각 버스의 등록을 유지하면서 과태료, 세금, 보험료 등이 부과되면 이를 피해자들에게 통보한 다음 피해자들로부터 지급받아 대신 납부하는 등의 사무를 처리하였다.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차량의 배차나 운행지시 등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이 사건 각 버스를 운행·관리하면서 각자 운송사업을 영위하였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5.1.14.경부터 2015.11.24.경까지 위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회에 걸쳐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저당권을 설정하였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해자들과 피고인 사이에 지입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피고인의 지입회사에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하는 내용의 지입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과 피해자들이 체결한 지입계약의 전형적·본질적 급부의 내용이 지입차주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대행에 있다고 인정되므로, 지입회사 운영자인 피고인은 지입차주인 피해자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고, 지입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지입차량의 법률상 소유권이 지입회사에 신탁된다는 사정은 이를 부정할 만한 근거가 될 수 없다. 나아가 일반적인 지입계약의 기본적 내용에 비추어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아니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각 버스에 관하여 임의로 이 사건 각 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봄이 타당하다.22)

각주)-----------------  

17) 대법원 2004.5.14.선고 2004도1370 판결 등.

18) 이로 인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99.10.12.선고 99도3170 판결, 대법원 2000.2.22.선고 99도5227 판결, 대법원 2000.4.25.선고 99도1906 판결, 대법원 2003.12.26.선고 2003도4893 판결, 대법원 2009.8.20.선고 2008도12009 판결, 대법원 2009.11.26. 선고 2009도5547 판결, 대법원 2011.1.27.선고 2010도12944 판결 등은 위 판결에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되었다.

19) 대법원 2021.3.11.선고 2019도1721 판결,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한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계약인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부수한 위임약정, 명의신탁약정을 전제로 한 명의신탁 부동산 및 그 처분대금 반환약정은 모두 무효이고, 나아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말소등기의무의 존재나 명의수탁자에 의한 유효한 처분가능성을 들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21.6.3.선고 2016다34007 판결, 「명의수탁자가 양자간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가 형사상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더라도, 위 행위는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횡령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20)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경우 : ① 대법원 2021.7.8.선고 2014도12104 판결, 「(1) 매매와 같이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기는 계약의 경우(민법 제563조), 쌍방이 그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2) 또한 수분양권 매매계약의 매도인으로서는 원칙적으로 수분양자 명의변경에 관한 분양자 측의 동의 내지 승낙을 얻어 수분양자 명의변경절차를 이행하면 계약상 의무를 다한 것이 되고, 그 수분양권에 근거하여 목적물에 관한 소유권을 취득한 다음 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줄 의무까지는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분양권 매도인이 수분양권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인에게 수분양권을 이전할 의무는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므로, 매수인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분양권 매도인이 위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수분양권 또는 이에 근거하여 향후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목적물을 미리 제3자에게 처분하였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② 대법원 2021.7.15.선고 2015도5184 판결, 「채무자가 채권양도담보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담보 목적 채권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21) 대법원 2020.8.27.선고 2019도1477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0.2.20.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22) 대법원 2021.6.30.선고 2015도19696 판결, 「지입차주가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거나 처분권한을 가지는 자동차에 관하여 지입회사와 지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지입회사에 자동차의 소유권등록 명의를 신탁하고 운송사업용 자동차로서 등록 및 그 유지 관련 사무의 대행을 위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측이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에 관한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으므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와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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