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과연 정의로운가?
상태바
[기자의 눈] 과연 정의로운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5.27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중략>...공익의 대표자로서...<중략>...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중략>...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어려운 시험에 통과하고 모든 국민의 추앙과 신뢰를 받으며 검사 임용식에 선언하는 ‘검사 선서문’이다. 한 명의 검사를 배출하기 위해서 개인의 노력과 주변인들의 지원에 이어 (과거) 사법연수원에서 전문교육과 시보, 초임 등을 거치는 동안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투자가 이뤄진다. 여기에 더해 한 명의 검사는 검사, 부부장, 부장, 차장, 검사장, 검사장 중에서도 각급 지검장급 등 수많은 과정과 단계를 거쳐 내로라면 서러울 몇 안 되는 고검장급에 오르고 또 최종적으로는 2천 검사와 8천 검찰공무원을 이끄는 검찰총장을 꿈꾸곤 한다.

연 150여 명 안팎을 선발하는 초임 검사 직급이 4급 이상의 대우를 받으며 수사, 기소 등의 막대한 권한을 가진 독립관청의 지위를 갖고 이에 따른 무거운 책임과 책무를 갖는다.

안팎으로 중립성이 보장되고 좌고우면 말고 추상같은 정의를 세우라는 국민의 기대도 한껏 받는 준사법기관이기도 하다. 법관을 중심으로 하는 법원과 검사를 중심으로 하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이권에 눈이 멀면 공정과 정의가 사라진다는 것은 현대사를 통해 지켜봐 왔다.

한편으로는 바뀌는 정권에 따라 검찰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고 어느 정권은 검찰을 시녀로, 어느 정권은 검찰독립을 인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부적으로는 자성적 개혁을 추구하는 성향의 검사가 있지만 조직의 영달만을 위해 똘똘 뭉치며 수구를 꽤 온 검사들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자에 대한 범죄혐의 고발사건에 대해 참고인만 14번 신문하는가 하면, 또 다른 혹자에 대해서는 일가족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고강도 수사, 기소권을 발동했다는 의혹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의 상징인 대나무가 쪼개지듯 정의가 갈가리 찢기고 추상은 한여름 풀처럼 바뀐 현실 또한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1/n이라는 신박한 법리로 현직 검사들의 혐의는 기소조차 하지 않고 서민들의 생존권적 범죄혐의에는 모든 검찰력을 동원하는 시정잡배나 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다. 지나친 정의는 이해를 얻지만 치우치는 정의는 행인 아무나를 무는 개판이나 다름없는 법이다.

많은 논란 속에 한동훈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가족의 논문 비리 등의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본인의 강요미수 의혹 논란이 뜨거웠음에도 장관에 올랐다. ‘70년 쌓아 올린 수사 능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라면서 검사수사권 축소(검수완박) 또 부당하다며 소신을 폈고 핸드폰 비밀번호 잠금에 대해서는 모 전 대선후보도 그러했다며 맞짱을 떴다. 검사가 업무시간(?)에 검찰 고유 업무와 반하는 행위 혐의에서 벗어나고자 함이 자기부죄 금지라는 헌법적 정신에 적합한지를 떠나, 최소한 동료 또는 후배 검사들의 수사를 거부(방해)한 것에 대한, 검찰조직 최상부의 고위 검사로서의 도의적 미안함이라도 가져야 해야 했던 것은 아닌지, 나아가 자기부죄의 금지를 계속 주장하려면 검찰의 대국민 신뢰를 위해서라도 검사의 직을 내려놓았어야 했던 것이 아닌지 반문해 본다.

일반기업체라면 퇴사 조치를 받고도 남을 일이어서다. 검사 독립과 중립은 조직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직무수행 자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법무·검찰을 관장하는 최고직에 취임했으니 뭔가 개운치가 않다. “대한민국 모든 혐의자여, 당신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잠그라. 그리고 수사에 거부하라. 그것이 당신의 권리이다.”라고 선언하는 꼴이니 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