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90) / 모소대나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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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90) / 모소대나무의 꿈
  • 정명재
  • 승인 2022.05.24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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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일상에서의 무료함을 달래는 소박한 다짐은 일상에서 벗어날 그 언젠가를 꿈꾸는 것이다. 변화라는 이름으로, 새로움과 설렘으로 맞이할 미래가 있다. 일본의 작은 마을을 거닌 적이 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걸었던 것은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었다. 낯선 동네와 설익은 풍경에 취해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즐거운 상상! 수험생에게도 마음의 평화와 안식 그리고 신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 시험이 끝나면 또는 이번 시험에 합격하면,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면 실천 가능한 영역에서의 자유 하나쯤 향유(享有)할 권리가 있다. 시험 일정에만 매달리다 보면 시간의 흐름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계절의 변화, 바람의 향기, 꽃들이 피고 지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무심히 흘려보내기 일쑤다. 늘 다음 기회로 넘기고 훗날을 기약하다 보면 혹여 시간이 한참 지나 그 무언가를 하나 이룬다 해도 그리 기쁘지도 않다. 지금, 약간의 여유를 갖고 찾아보고 둘러봐야 할 일들도 있다.

내가 만났던 수험생들의 모습은 조금은 삭막하고 지루해 보였다. 처음 도전에 모든 것을 걸기도 하고, 한 번 실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듯 실망하기도 한다. 인생에서 항상 성공하는 것만 본 사람처럼 예외 없는 성공과 합격을 바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씁쓸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랫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책을 들여다보고, 인내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려 했다. 지금 경주(傾注)하는 노력과 수고로움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리라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오늘 내가 했던 최선의 노력이 언젠가는 작게나마 인생에 보탬이 되리란 믿음 정도였을 것이다. 지나가는 풍경을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늘 같은 자리, 늘 같은 방향을 향하는 세상의 풍경은 아주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대나무 종류 중 특별한 것이 하나 있는데 이는 바로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모소대나무. 씨앗을 심은 후 처음 4년 동안은 하나의 죽순을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4년간 공을 들여 대나무에 물과 거름을 주어도 30cm 정도의 죽순에 머문다. 그 4년 동안 모든 성장은 지상(地上)이 아닌 땅속에서만 이루어진다. 그동안 섬유질의 뿌리 구조가 형성되어 땅속으로 깊고 넓게 퍼져 나간다. 그러고 나서 5년째 되는 해[年], 대나무는 25미터 높이까지 자란다. 하루 1미터씩 자라는 놀라운 성장력을 보인다. 대나무의 인내(忍耐)는 언젠가 이룰 폭발적인 성장을 꿈꾸었기에 땅속에서의 4년, 그 기다림을 견뎌냈을 것이다. 한 번 도전했다고, 한 번 이루지 못했다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한 해를 특별한 소득 없이 지냈고, 한 해를 아무런 변화 없이 지냈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과 고생이 헛된 건 아니다. 늘 헛헛한 마음을 부여잡은 그대 역시, 당장은 결과물이 보이진 않아도 대나무의 뿌리처럼 언젠가 올 성장의 시기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오늘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수험생이 있다. 어제는 바쁘고 정신없던 세상에서 보냈더라도 오늘, 그대는 고요함을 벗 삼으며 책을 가까이하는 수험생이 되었다. 무엇을 꿈꾸든지 언젠가는 이룰 걸 믿는다. 예부터 대나무는 우리가 가까이 두어야 할 친구였다. 사군자(四君子)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네 가지 식물을 총칭하는 개념인데 여기서 군자(君子)란 완전한 인격 또는 덕과 학식이 높은 사람이란 뜻으로 쓰였으며 유교 문화권에서는 이런 매란국죽(梅蘭菊竹)을 군자(君子)에 비유하였다. 사군자(四君子) 중 제일 먼저 시(詩)와 그림에 나타난 대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인식(認識)되어 왔다. 대나무는 눈과 서리에도 굽히지 않는 의연한 기상을 지닌 모습 때문에 오래전부터 절개 높은 군자의 상징으로 사랑받아온 식물이다.

큰 나무는 보이지 않는 뿌리 역시 깊고 튼튼한 법이다. 기초를 튼튼히 하지 않고 눈앞 작은 이익을 얻기 위해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거나 편법(便法)을 쓰면 처음에는 잘 되는 것 같지만 작은 충격이 하나 와도 금세 쓰러지기 일쑤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는 일은 큰 나무로 성장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이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기 위한 그 시간을 두려워도 말고, 피하지도 말라. 수험생에게 닥친 불행을 실패가 아니라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한 기초로 여겨야 한다. 흔히 실패에 좌절하거나 다른 이들을 의식하며 은둔자의 길로 향하는 현실을 본다. 똑똑한 바보 아닌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었고, 인생의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소중한 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니 말이다.

그대! 좋은 사람이 되자. 좋은 사람이란 선한 사람이며, 착한 사람을 일컫는다. 좋은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심리학적으로 심리적 강인성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정신적으로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이다. 간혹, 좋은 사람을 바보 또는 호구(虎口)처럼 여기지만 엄밀히 따져 보면, 바보나 호구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해를 보는 부류지만, 좋은 사람은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인간을 의미한다. 수험생 중에도 편안한 친구 같은 존재가 있지만, 그저 이기심과 허영에 가득 찬 수험생을 만날 때면 마음이 불편하다. 조금 먼저 갔다 해서, 누구보다 먼저 이루었다 해서, 영원한 승자(勝者)처럼 굴지 말아야 한다. 모소대나무처럼 성장할 원동력을 갖춘 수험생을 함부로 정의(定意) 내리지도 말아야 한다.
 

나는 합격생이 아닌 수험생으로 아직 남은 죽순(竹筍)의 수험생들을 만나는 일상을 보낸다. 30cm 남짓한 죽순이지만 이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 거대한 높이를 자랑하는 멋진 모소대나무가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그들처럼 올곧고 굳은 마음으로 4년의 기다림을 잊지 않고 선한 마음을 지닌 좋은 사람이 될 것을 믿는다.

머지않아 기분 좋은 상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 긴 기다림의 시간도 끝나지 않을 도전과 노력이 모여 원하던 설렘을 만날 그날이 올 걸 믿는다. 푸른 잎을 자랑하듯 빛나는 계절에 그대의 꿈이 이루어질 걸 믿는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뿌리를 튼튼히 하는 행복한 공부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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