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3)-대필(代筆)과 저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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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3)-대필(代筆)과 저작자
  • 신종범
  • 승인 2022.05.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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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은 자타공인 그의 최측근 인사인 한동훈 검사를 새 정부 첫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주요 요직에 검찰 출신을 중용하면서 검찰공화국의 탄생을 우려했던 사람들은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지명으로 우려가 일찌감치 현실이 되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도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정부와 극렬하게 대립했고, 수사권, 기소권 분리 입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인물을 기수를 파괴하면서까지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함으로써 윤 대통령이 협치가 아닌 대결을 선택했다며 날카로운 검증을 예고했다.

한동훈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었다. 아파트 매매 시 조세 포탈 의혹, 위장전입에 따른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 등도 있었지만, 그의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고등학생인 그의 자녀가 단기간에 걸쳐 논문 여러 편을 해외 학술지에 게재하고, 전자책 수 권을 발간하였다며 불법으로 스펙을 쌓은 것은 아닌지, 그의 자녀가 대표로 있는 봉사단체가 모 기업의 후원을 받아 보육원에 노트북을 기증하였는데 그 기업 임원이 한 후보자 배우자의 친구라서 ‘엄마찬스’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등의 의혹 제기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사건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한 후보자 자녀에 대한 여려 의혹 중 논문 관련하여서는 대필(代筆) 의혹도 제기되었다. 모 언론은 한 후보자 자녀가 해외 학술지인 ABC Research Alert에 게재하고, 이후 전세계 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인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 등록한 논문이 사실은 케냐 출신의 대필작가(ghostwriter)에 의해 쓰여졌다는 의혹이 있다며 해당 대필작가도 자신이 쓴 것임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측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다”, “해외 학술지로 언급된 ‘ABC Research Alert’는 오픈액세스 저널이고, 기사에 언급된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은 심사 전 논문 등의 저장소로 각종 논문, 리포트, 에세이 등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곳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한 후보자측은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는 표창장, 인턴경력 등 스펙을 실제 입시에 사용하여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필(代筆)이 사실이라면 입시에 사용되었는지와 무관하게 저작권법 위반의 문제는 발생한다. 논문 수준의 글이 아니더라도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고,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따라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 등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으며,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필(代筆)의 경우에 저작자는 누구일까? 저작권법은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저작자가 된다. 또한,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이 저작자로서 원시 저작권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저작물을 만드는데 여러 사람이 관여한 경우 누가 저작자인지 확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 저작자를 결정함에 하나의 기준이 되는 저작권법의 대원칙이 있다. ‘저작권은 표현을 보호하지 아이디어를 보호하지는 않는다’(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라는 것이다. 아이디어에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게 되면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어 문화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저작물에 대한 아이디어나 힌트를 제공한 사람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사진촬영, 건축, 연구용역을 의뢰한 경우에 저작자는 촬영자, 건축가, 연구자이지 의뢰자는 저작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성립에 아무런 절차나 형식을 요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저작자가 누구인지 몰라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에 저작자로서의 실명 등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표시된 자를 저작자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필(代筆)’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실제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유명인이나 저명인사 등 의뢰인이 저작물의 저작자로 표시된 경우에 누가 저작자인지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통상 대필 결과물인 저작물에는 대필 의뢰인이 저자인 것으로 표시되므로 저작권법에 따라 일단 의뢰인이 저작자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저작물이 대필 결과물로 밝혀졌다면 이제는 실제 그 저작물의 창작적 표현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저작자가 결정된다. 만약 의뢰인이 주요 콘셉트를 제시하고 그 표현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관여하였다면 의뢰인이 저작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필자가 대부분의 작업을 하고 의뢰인은 창작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다면 대필자가 저작자가 된다.

대필(代筆)은 저작권법을 잠탈하고 창작환경을 교란하며 대중을 기만하는 측면이 크다. 특히, 입시나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이용된다면 그 폐해는 더욱 크다할 것이다. 한 후보자 자녀 논문 대필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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