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86) / 생각에만 머무르는 인생
상태바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86) / 생각에만 머무르는 인생
  • 정명재
  • 승인 2022.04.26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어머니는 언제나 강하다. 어려운 시간들을 운명(運命)이라고 여기며 매 순간의 고난과 힘겨움을 묵묵히 견딘 고목(古木)처럼 울퉁불퉁한 손가락만 남았다. 동네 공원 어귀에 한바탕 꽃들이 만개(滿開)하다. 너무 오래된 나무여서 꽃이 필까 했는데 순리를 따라 올해도 분홍빛 꽃이 예쁘게도 피었다.
 

살면서 어려운 날은 언제나 쉼 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단지 그 강도(强度)가 다를 뿐 인생의 여정은 늘 요동치며 지난다. 오늘은 모처럼 수업이 일찍 끝나 수험생 현서와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했다. 사실, 수험생들과의 대화는 공부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와는 오랜 인연도 있어 가끔씩 자신의 생활과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부모님에 관한 스토리를 풀기도 했다. 동대문 경동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오랫동안 해 오시다가 그가 초등학교 때, 어머니는 병환으로 자리에 눕게 되었고 지금까지 부모님을 간병(看病)하며 지냈다고 한다. 이후 아버지도 병환으로 쓰러지시고 오롯이 가장(家長)의 역할은 중학생 때부터 그의 몫으로 돌아갔다. 영어식 표현으로 in your shoes. 만일 내가 그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본다. 환자(患者)가 있는 가정에는 우환(憂患), 즉 걱정과 근심이 끊이지 않는 법이다. 하나가 해결되면 다시 다른 문제가 꼬리를 물며 따라오는 일이 흔하다.

그는 요즈음 설레고 행복하다고 한다. 정말 오랫동안 수험생으로 살아왔지만 9할은 직장인이고 생활인이었으며 간병인으로서 살아왔던 것 같다. 언제나 시험이 임박해서야 겨우 며칠 그리고 몇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공부를 이어갔다. 언제나 결과는 아쉬운 불합격.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시험걱정도 그 중에 하나다. 누군가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걱정이고, 또 누군가는 공부를 해도 이해가 안 되서 걱정이고, 다른 누군가는 공부를 열심히 해도 합격을 하지 못할까 걱정이다. 하지만 그는 공부걱정을 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원하는 만큼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기에 하루를 일주일처럼 써야 했고, 한 시간을 오늘이 공부할 마지막 순간이라 여기며 살았다. 시험걱정으로 잠을 설치면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잠시 생각을 해 보라. 그대가 가진 그 많은 것들 중 하나인 ‘시간(time)’의 가치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돈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라는 걸.

현서는 시험공부에 몰입하기로 결심했다. 코로나로 직장을 그만 두었기에 당장은 실업급여로 생활했지만 이마저도 기한이 다 되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물었다. 어머니 때부터 장사를 해 오던 터라 시장 상인(商人)들이 무거운 물건 배달이나 하역작업이 있을 때 그를 찾는다고 했다. 시장에서 큰 수레로 물건을 한가득 담아 이곳저곳을 배달하는 일이 그의 최근 수입원(收入源)이다.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그가 말한다. “제 여건을 보면 웬만한 사람이었으면 벌써 포기하고 엇나갈 인생이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제게 강인함을 보여주었고 참고 견디는 인내심을 보여 주셨습니다.”

현서를 집으로 보내고 고향에 계신 나의 어머니와 한참을 통화했다. 나는 현서의 어머님을 뵌 적은 없지만 그의 말을 듣고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나와 어머니는 탯줄에서부터 쌓인 정(情) 이상이 존재했다. 일찍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어머니와 나 그리고 여동생만 남았다. 늘 부족한 내 모습에도 어머니는 항상 믿음을 건네주셨고, 실수투성이인 나의 인생을 응원하셨다. 언젠가는 그 믿음에 보답하리라는 마음이 생긴 것도 어머니의 믿음 덕분이다. 여동생은 어려서부터 장애(障碍)를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의 마음에는 늘 동생에 대한 안쓰러움이 자리하고 있다. 나는 동생에게 친절한 오빠인 적도 있었지만 그리 좋은 오빠는 아니었다. 가끔은 상처를 주는 말도 건넸고, 동생을 이해하기보다는 남보다 부족한 동생을 탓하기도 하였다. 나 역시 가장(家長)으로서 살아온 시간이 오래이다 보니 오늘 현서와의 대화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in your shoes. 그가 되어 보지 않았다면, 함부로 그의 인생을 논평(論評)하지 말아야 한다.

공부를 왜 하는가? 지금보다 나은 인생, 지금보다 행복한 인생, 지금보다 주변인들에게 더 멋진 사람이 되고자 시작한 것이 공부인 것이다.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공부였고 성공이라면 이기심(利己心)에 다름 아닌 것이니 대의명분(大義名分)을 굳이 찾을 필요도 없다. 절박한 순간을 견뎌본 사람이, 부족함에 열등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구하는 게 기회이고 공부인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공부는 하고 싶어도, 기회를 얻고자 하여도 마음대로 쉽게 얻을 수 없는 돈 이상의 가치(價値)이다.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도, 조금은 부족한 여건과 환경 그리고 장애(障碍)를 가지고 태어난 것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의 통제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선택과 포기의 순간에서, 긍정과 부정의 혼돈에서 어느 곳을 향할 것인가는 스스로 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결심(決心)은 더 공고해진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를 할 수 있는 순간을 즐기는 것, 행동하지만 않으면 성공이든 실패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
 

수험생들과 상담을 할 때면 단어가 주는 기운(氣運)을 주의 깊게 살피게 된다. 사실, 말과 행동은 잠시는 꾸밀 수 있고, 포장할 수도 있지만 수험생을 많이 대하다 보니 상담 전문가로서 약간의 통계(統計)를 구축하게 되었다. 부정적인 단어, 걱정 섞인 말투, 자기 확신이 없는 수험생들은 생각에만 머무를 때가 많았다. 걱정의 마음은 행동을 움츠리게 하고 사고(思考)를 부정적으로 바뀌게 한다. 반면, 긍정의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수험생들은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다. 실패는 성공의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이 아닌,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게 해 준 고마운 기회의 순간으로 여긴다. 성공에만 취하지 말라는 경고신호로 받아들이며 겸손함과 인내를 배울 좋은 기회로 실패를 인식한다. 그리고 실패할수록 더욱 강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얼마 전, 1차 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공부기간이 얼마였든지, 공부에 대한 열정과 의지의 다소(多少), 시험에 대한 투자가 얼마였는지에 상관없이 합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마음이고 허전한 순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나도 그러했고 현서도 그랬지만 우리는 무수히 많은 도전 속에서 한 번의 기회를 얻고자 노력했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경험했으며, 좋은 조건보다는 최악의 조건을 더 많이 만났다. 우리들의 어머니도 그렇게 살아오셨다. 그리고 어머니와 통화가 끝나기 전 내게 들려주시는 말씀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한 번 해 보렴. 너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잘 될 거야.”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