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65-욕심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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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65-욕심의 방향
  • 손호영
  • 승인 2022.04.0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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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땅이 필요한지, 톨스토이는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는 도출한 결론을 이야기로 지어내봅니다. 순박한 농부가 평소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농부는 어려서부터 땅을 친구 삼아 왔으니 어리석은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땅만 충분하다면 악마도 두렵지 않다.” 이야기를 잠잠히 듣던 악마는 골이 났습니다. 농부에게 시험을 주자, 악마는 결심했습니다.

농부에게 새로운 땅 소식이 들립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비옥한 땅이 널리 있다는 이야기. 알음알음 찾아가 땅 주인을 만납니다. 땅 주인은 농부에게 뜻 모를 말을 합니다. “땅 값은 하루에 1,000루블입니다.” 기준이 하루라니 무슨 의미인지 난해해하자, 땅 주인이 다시 말합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 직접 걸어갔다가 돌아온 만큼을 모두 드립니다. 1,000루블에.” 농부는 신이 납니다.

계속해서 걷습니다. 해가 한참 떠 있잖아, 더 걸어보자. 앞으로 더 걸으며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직 해가 남았어, 더 걸어보자. 농부는 저 멀리까지 걷다가 이제는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힘겹게 시작점으로 돌아오는데, 허겁지겁 뛰어 무리하게 도착한 그는 결국 숨을 거듭니다. 그가 마지막에 묻힌 땅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입니다. 그에게 필요한 땅은 딱 그만큼인 모양입니다.

사람의 욕심을 경계하는 글이 있는 것은 실은 사람의 욕심이 크기 때문입니다. 욕심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친 욕심은 삼감이 마땅합니다. 진나라 시절 석숭(石崇)은 높은 관직에 있음을 기화로 부를 쓸어 담습니다. 황제의 친척과 서로의 부를 겨룰 때, 그는 상대보다 더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자 애썼습니다. 상대가 맥아당(麥芽糖)을 사용해 설거지를 하자, 백랍(白蠟)을 이용해 음식을 지었고, 상대가 비단으로 20km 정도를 장막을 드리우자, 더 비싼 비단으로 25km의 장막을 세웠습니다. 황제가 석숭에 눌린 그의 기를 세워주고자 산호수(珊瑚樹)를 선사하자, 석숭은 이를 깨뜨립니다. 상대가 화를 내자, 석숭은 잔잔히 말합니다. “변상해드리지요.” 그가 소장한 산호수는 황제의 산호수보다 훨씬 나은 것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은 어떠했을까요. 정치적 다툼에 휘말려 평생토록 누릴 수 있다 여긴 부는 물론 그와 그의 가족의 목숨까지 빼앗기고 맙니다. 중국에 “죽은 석숭보다 산 돼지가 낫다.”는 속담은 그의 일생을 압축해 보여줍니다.

지금은 규제로 묶여있지만 곧 풀릴 예정이니, 저렴한 값에 부동산을 구매해보라는 말은 얼핏 들어도 ‘기획부동산’ 느낌이 납니다. 남들이 당하는 사기 사건에는 “도대체 왜 당하지” 싶다가도, 자신에게 다가온 사기꾼은 마치 소중한 기회를 주는 사람인 것만 같습니다. 기획부동산 업체는 보통 1평을 10만 원 내지 50만 원으로 책정하여 쪼개 판다고 합니다. 적은 돈으로도 투자가 가능한데다 그들이 고용한 텔레마케터의 인맥을 활용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엮이게 됩니다. 2017년의 제주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은 피해자 수만 400여 명, 피해 금액도 200억 원 정도라고 하는데, 여전히 자신이 피해자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고 하여 그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속임수의 심리학>에서는 속임수에는 ‘욕망’, ‘신뢰’, ‘불안’이 공통적으로 활용된다고 통찰했는데, 기획부동산 사기 사건에 대입해보면 딱 맞습니다. 맹지임에도, 개발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내심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얻고 싶다는 ‘욕심’, 자신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에 대한 ‘신뢰’, 자칫 이런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Fear of Missing Out)이 자신을 사기 피해자로 만듭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도 범행의 발생 또는 피해의 확대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경우”를 사기죄의 감경요소로 보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욕심 또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려는 욕심이 이 사건 범행의 발생 및 피해 확대에 상당 부분 작용하였다.’는 기재례는 바로 이러한 부분을 짚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욕심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에는 그만큼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살짝 욕심이 생겼어.’라는 책을 통해 설파합니다. ‘사람은 살~짝 욕심이 날 때,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는다.’, ‘욕심 때문에 실패하지만 욕심이 있어서 재밌지.’, ‘온갖 욕심과 더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욕심이 생기길 희망하면서...’

욕심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한 욕심을 경계할 필요성을 새삼스레 확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워런 버핏은 부를 이룩하는 방법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한걸음씩 꾸준히 나아가고 많이 읽는 것”. 그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도 어떤 젊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그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부자인 질문을 보고,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라고, ‘그것도 더 빨리.’라고 물어보다니. 날마다 일어났을 때마다 좀 더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빨리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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