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임금, 근로계약에 구체적 근로조건 없으면 취업규칙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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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임금, 근로계약에 구체적 근로조건 없으면 취업규칙이 우선”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2.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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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입사 당시에는 호봉제였지만 이후 급여체제가 연봉제로 내부규칙이 변경, 사원의 과반수 동의로 연봉제로 시행되면서 사원에게 급여체계가 불리해졌다는 이유로 호봉제 적용을 주장할 수 있을까? 이를 주장하려면 별도의 근로계약이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취업규칙이 근로계약보다 노동자들에게 불리할 경우 근로계약을 우선 적용한다는 근로기준법 원칙은 그런 근로조건이 근로계약에 명시돼있을 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한 사립대학의 A교수가 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교수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대법원 대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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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 따르면 A교수는 1994년 대학 조교수로 신규 임용된 뒤 2005년 정교수로 승진했고, 이 대학의 급여 체계는 1998년까지는 호봉제를 유지하다 1999년 교원의 직전 연도 성과를 반영한 연봉제로 바뀌었다.

A교수는 급여 체계 변경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고 취업규칙이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되는데도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2007∼2016년의 임금 차액분을 요구하는 소송을 잇따라 냈고 법원은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대학과 A교수의 임용 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돼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데, 재임용 과정에서 A교수가 연봉제 변경을 수용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다. A교수는 처음 임용된 1994년 이후에는 재계약 때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근로조건 관련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다른 교수들과의 소송에서도 연이어 패소한 대학은 2017년 연봉제로의 변경을 놓고 재직 전임 교원 145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이같은 뒤늦은 투표에서 개편안은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

그럼에도 A교수는 2017학년도분 급여 차액(3천500여만원과 지연이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교수와 대학 사이에 호봉제 근로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A교수의 청구를 받아들이며 “2017년 연봉제 변경 동의가 적법하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해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A교수 급여액 산정에 연봉제 규정은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금 관련 사항을 취업규칙에서 정할 수 있기는 하지만, 취업규칙 내용보다 근로계약상의 근로조건이 노동자에게 유리하다면 당연히 근로계약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이런 법리는 2심에서도 유지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교원 동의가 나온 2017년 이후로는 취업규칙상으로 바뀐 연봉제 규정을 적용하는 게 맞는다며 대학 측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유리 조건 우선의 원칙에 대해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2018다200709)’는 기존 법리를 보완하는 것에도 큰 의미가 있다.

즉,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이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해 적용될 수 있지만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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