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대선에 가려진 지방선거 : 선거구 획정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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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대선에 가려진 지방선거 : 선거구 획정의 어려움
  • 신희섭
  • 승인 2022.0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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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지방선거일이 며칠인지 아는가! 6월 1일이다.

대부분 시민은 대통령선거로 지방선거에 관심이 적다. 원래도 지방선거가 대중들의 관심을 가장 적게 받는다. 그 증거는 지방선거의 투표율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지방정치가 사용할 수 있는 권력이 대통령이나 국회보다 적기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2022년 6월 1일에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더욱 관심을 못 받고 있다. 2017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시행이 가져온 변화 때문이다. 4년에 한 번 실시되는 지방선거와 5년에 한 번 실시되는 대선은 20년을 주기로 같은 해에 치러진다. 실제 두 선거를 동시에 치른 2002년에 제3회 지방선거는 6월 13일, 16대 대선은 12월 19일에 실시되었다. 그런데 2022년은 어떤가! 3월 9일 대선이 먼저고 6월 1일이 지방선거일이다.

바뀐 일정은 고스란히 지방선거에 뛰어들 정치인과 유권자의 부담이 되고 있다. 정당공천제도 같은 문제를 차치하고, 당장에 지방선거에서는 두 가지가 문제다. 첫째는 시도별 선거구 획정이고 둘째는 시도별 정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24조 7항은 선거일 6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는 선거구 획정이 좀 복잡하니 이것부터 정리해야 이해가 쉽다. 우선 지방선거는 광역과 기초로 각기 선거구 획정이 다르게 진행된다.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광역의회 의원정수와 선거구를 획정한다. 또한, 기초의회 의원정수도 정개특위가 정한다. 반면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은 광역의회가 정한다.

공직선거법의 일정대로면 2021년 12월 1일에는 선거구가 획정되어야 했다. 이렇게 선거구가 획정되면, 2022년 2월 1일에는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가 등록할 수 있다. 2월 18일에는 광역의원과 시의원 예비후보자도 등록할 수 있다.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주목을 적게 받는 지방선거에서는 현역 의원의 경쟁자들에게 먼저 예비후보 등록을 통해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주는 예비후보 등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1월 27일 현재까지 국회는 선거구 획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에는 설 연휴도 있지만, 더 문제는 거대 양당은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을 대선 이후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이번 대선의 지역별 투표율을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당으로서 권력 경쟁의 사활이 걸린 대선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헌법재판소는 지방선거의 인구 편차가 1:4인 것이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보고 1:3으로 인구 편차를 바꿀 것을 판결했다. 이로 인해 경남에서는 창녕을 비롯해 4개 군이, 강원에서는 영월을 포함해 3개 군이, 충북은 영동과 옥천이, 충남에서는 서천과 금산이, 경북에서는 청도와 성주(총 13개)가 이번 선거에서 도의원 선거구가 2석에서 1석으로 바뀐다. 그러니 이 지역에서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현재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을 해도 선거구가 개정되면 도로 아미타불이 된다.

선거구 획정은 지역구민과 선거 참가자들에게 중대한 문제지만, 국회는 이 부분에 깊은 관심이나 열의가 없다. 2010년 5회 지방선거, 2014년 6회 지방선거, 2018년 7회 지방선거 모두 선거구 획정이 법정시한보다 늦춰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거대정당의 이해관계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초의회의 경우 중대선거구 중 1선거구 3인이나 4인 개정안이 논의되었고, 선거획정위원회가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대 양당 의원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시도 의회는 몇 선거구를 제외하고 모두 1선거구 2인으로 바꾸어버렸다. 거대 양당의 지분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둘째, 선거구 획정을 하는 국회 관점에서 지방선거에서의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다고 여기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선거구 획정에서 법정시한을 넘긴다고 해도 선거결과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지점은 셋째 요인과 결부된다. 법을 위반하지만, 국회의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이슈에 관심이 있으면 선거구 획정은 최대한 밀리기 마련이다. 지난 2018년 선거에서 몇 선거구는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거가 마무리되기도 했다.

두 번째 이슈는 인구 증감에 따른 시도별 의원 정수 조정 문제다. 헌법재판소의 2018년 판결은 ‘인구비례 원칙’을 따르는 전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인구 편차가 줄수록 평등선거에 가까워지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할 때 도농격차는 증폭된다. 여기서 도농격차는 수도권과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에서도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의 문제가 있으며, 지방 도시의 구도심과 신도심 간 격차도 문제다.

수도권과 도심 과밀화는 구조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에서 몇 선거구가 조정되는 것이 뭐 그리 대수냐”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재현되고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확실히 필요하다. 선거구 획정을 위해 극단적인 경우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정수와 관련해 정개특위에서도 ‘농어촌지역 특례조항’ 신설이 가능한지를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현재 10/100 범위에서 의원정수를 늘릴 수 있는 법안을 14%나 20%까지 늘리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합의해야 할 국회가 대선에만 눈길을 주고 있어, 이런 대안들도 대선 이후에나 논의될 것이라는 점이다. 6월 1일이 선거인데 말이다.

한국정치는 대통령제, 단방제 등으로 중앙집중화가 강하다. 정당의 규율이 강하기 때문에 지방정치도 중앙의 눈치를 살피기 바쁘다. 그런데 변경된 선거 일정은 지방정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지방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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