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56-변호사 보수 청구 제한의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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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56-변호사 보수 청구 제한의 법리
  • 손호영
  • 승인 2022.01.2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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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전국교수공제회 회원들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합니다. 회원들은 회원 중 한 명의 고등학교 동창이고 오랜 기간 변호사 활동을 해온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기고자 합니다. 착수보수는 소송참여자 당 10만 원입니다.

이후 변호사는 소송을 제기할 사람으로 367명의 명단을 받았는데, 회원 중 한 명이 변호사에게 착수금을 2,000만 원으로 감액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소송참가의사 철회 가능성을 고려하여 350명의 명단만을 보냈고, 이어 착수보수를 지급할 수 없고 자동으로 계약이 취소된다는 뜻을 알립니다. 그러나 변호사는 또 다른 회원의 의사에 따라 367명을 대리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에 회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생겼고, 대한민국이 답변서를 제출한 뒤 367명 중 다수가 ‘변사가 무단으로 소장을 제출하여 위 소송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소를 취하한다.’는 소 취하서를 제출했지만 대한민국은 소 취하에 부동의합니다.

법원은 위 소송에 대해 6회의 변론기일을 열었고, 58명의 소는 변호사가 소송대리권 없이 제기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하고, 나머지 307명의 청구는 기각하였습니다.

변호사는 이후 회원들에게 약속한 착수보수금에서 이미 받은 2,000만 원을 제외한 금액 등을 지급하라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합니다.

1, 2심은 변호사가 제기한 소송의 수임 사건은 당사자가 다수이지만 당사자별로 쟁점이 일치되는 점, 변호사가 회원 중 한 명과 고등학교 동창이고 첫 변론기일 전 회원들 중 324명으로부터 소송위임을 철회한다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사임하지 않고 소송을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본래 약정된 착수보수금은 부당히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며, 2,000만 원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2016다35833 전합 판결)은 다르게 판단합니다. 우선 대법원은 변호사의 보수에 관하여 일반론을 다시 한번 제시합니다.

“변호사의 소송위임 사무처리 보수에 관하여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에 약정이 있는 경우 위임사무를 완료한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약정 보수액 전부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의뢰인과의 평소 관계, 사건 수임 경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하여 얻게 된 구체적 이익,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약정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수 청구의 제한은 어디까지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그에 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법리를 유지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시켜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변호사는 전문적인 법률지식을 활용하여 소송행위를 하므로, 의뢰인과의 관계에서 소송의 쟁점, 법리, 절차, 난이도 등에 대하여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변호사 보수가 반드시 수요-공급 법칙에 의하여 적정 수준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호사 보수 청구 제한의 법리에 대하여,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수정하는 예외적인 것이므로 그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입장 또한 밝혀 왔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변호사의 소송수행 내역을 들여다봅니다. ① 우선 1인당 청구금액이 100만 원이므로 이 중 10만 원이 착수보수금인 것은 부당히 과다하지는 않다고 보았습니다. ② 회원들이 제기하려는 소송은 검찰과 금융감독기관의 직무유기 등을 다투는 것으로 쟁점이 단순하거나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소 제기 후 판결 선고 시까지 1년 5개월 이상 소요). ③ 원고는 준비서면 7번 제출, 서증 5번 제출, 사실조회 9번 신청을 하였습니다. ④ 동일한 내용의 소송에서 다른 변호사들도 패소판결을 받았습니다. ④ 회원들의 소 취하서 제출이 소송대리인 해임 의사까지 표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착수보수금이 감액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위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별개의견으로 ‘변호사보수 청구 제한의 법리’가 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점입니다. “신의칙 또는 형평의 관념 등 일반 원칙에 의해 개별 약정의 효력을 제약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앞에서 본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당사자가 체결한 계약의 실현을 보장하는 것은 법원의 사명이다. 계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는 당사자와 이행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당사자 사이에서 법원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하는 당사자에게 이행을 명함으로써 계약을 이행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해야 한다...약속을 지키지 않고 약정보수액의 감액을 요구하는 당사자의 주장은 약속이 지켜지리라고 믿은 상대방의 신뢰보다 우선할 수 없고, 신의칙이 그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된다. 자신이 지급하기로 약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뢰인의 행태야말로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다.”

신의칙을 어떻게 보는지, 적용할지에 따라 변호사 보수 청구 제한의 법리는 다르게 평가될 것입니다. 결론은 같다 하더라도 그 결론에 이르는 사고의 과정이 다른 것이 이 판결의 다수의견과 별개의견을 살펴보는 의의라고 하겠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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