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95)-대선후보 배우자 통화녹음 방송금지가처분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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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95)-대선후보 배우자 통화녹음 방송금지가처분 사건
  • 신종범
  • 승인 2022.01.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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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인데 정작 대중의 관심은 그 보다 그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에게 더 많이 쏠려 있는 것 같다.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이 후보와 함께 또는 독자적으로 대중 앞에 나서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반면, 김건희씨는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른바 ‘쥴리’ 의혹, 경력위조 등 김건희씨를 둘러싼 많은 의혹에 대하여 사람들은 그녀의 직접적인 해명을 듣고 싶어 하지만 딱 한번 일방적인 기자회견만 있었을 뿐 그녀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러다보니 어쩌다 김건희씨와 인터뷰에 성공한 매체의 보도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얼마 전 모 언론사는 ‘서울의 소리’라는 인터넷 매체 기자가 김건희씨와 7시간 가량 통화한 내용이 곧 공중파를 통해 방송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이후 방송될 내용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7시간 가량의 통화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인지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여야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미칠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국민의 힘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건희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고, 김건희씨의 사과 기자회견마저 반감을 가져왔기에 이번 방송으로 인하여 자칫 잘못하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국민의 힘은 방송을 앞두고 방송을 내보낼 MBC를 찾아가 항의하는 동시에 법원에 방송을 금지해달라는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대중들의 관심은 더 폭발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기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까지 한 것인지 통화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되었다. 한편으로는 방송이 가능할 수 있을지 법원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김건희씨가 채권자로 MBC를 상대로 신청한 방송금지가처분 사건은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들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채권자인 김씨측은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씨와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판례는 대화자간 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는데, 이번 방송금지가처분 사건의 결정에서도 "이 사건 녹음파일은 대화당사자인 김씨와 A(서울의 소리 기자)씨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녹음 등을 금지하고 있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법원은 “MBC가 이 사건 녹음파일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방송금지가처분은 표현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는 수단으로 이것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지 문제된다. 헌법상 검열금지는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표현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사법권’에 의한 표현행위의 심사는 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견해이다. 따라서, 이번 방송금지가처분과 같은 형식을 통하여 표현이 공표되기 이전에 사법부에 의하여 제한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어느 경우에 표현행위의 사전억제가 가능한지 그 한계가 문제되는데, 판례는 “사법부에 의한 표현행위에 대한 사전억제는 헌법상 검열금지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는 헌법 제21조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허용된다”면서 “표현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며,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사전금지가 허용된다”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방송금지가처분 사건에서는 방송하고자 하는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가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채권자인 김씨측에서는 사적인 대화 내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언론보도에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적시된 사실의 구체적 내용,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와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명예훼손을 당한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일반 사인인지, 공적 인물 중에서도 공직자나 정치인 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국민의 관심과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인지, 단지 특정 시기에 한정된 범위에서 관심을 끌게 된 데 지나지 않는 인물인지, 적시된 사실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 분야와 관련된 것이거나 공공성 및 사회성이 있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그와 관련한 공론의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채권자와 관련하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채권자의 발언, 채권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 내지 발언 등을 한 언론사 내지 사람들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어조로 발언한 내용, 채권자의 정치적 견해 등과 관련이 없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나올 수 있는 내용을 제외하고 방송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법원의 일부인용결정 이후 방송은 이루어졌다. 다만, 법원이 금지를 명한 부분 뿐만 아니라 방송사에서 스스로 방송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이 제외되면서 다소 김 빠진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번 방송금지가처분 사건은 공적 인물의 범위와 그에 대한 표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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