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은 ICBM발사와 핵실험 재개로 왜 대미도발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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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북한은 ICBM발사와 핵실험 재개로 왜 대미도발을 할까?
  • 신희섭
  • 승인 2022.01.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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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들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은 북한이다. 북한은 1월 들어 벌써 4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코로나 19 확진자 증대와 인플레이션 위기감으로 가뜩이나 얼어있는 국제사회를 더욱 냉랭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사회를 짜증 나게 하던 북한이 돌연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월 19일 김정은 총비서가 주재한 회의에서 ‘그간의 대미 신뢰 구축 조치를 전면 재개하고 잠정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협박한 것이다. 2018년 미국 싱가포르회담에서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유예조치를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8년 이후 3년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북한이 ‘대미 핵 도발’을 재개할 것인지와 언제,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인지의 구체적 내용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신년 들어 북한이 도발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첫째, 북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미국을 자극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북한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외교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중국 전문가다. 마오쩌둥을 제외하고 모든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 외교의 핵심은 ‘중국’이다. 그러니 사안을 복잡하게 만들고,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며, 협상으로 자신의 도덕적 평판을 나쁘게 망가뜨릴 수 있는 북한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문제를 부분적으로라도 해결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미국이 어떤 면에서든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문제에 동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문제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에 초당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정부 임기 말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도서관 연설에서 미국은 전체주의 국가 중국은 붕괴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강경 정책이 민주당의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에 대해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이든 정부에게 중국 카드는 그동안 소홀했던 동맹들을 소집하기 유용하다. 여기에 ‘반민주주의’를 기치로 하면 동맹들의 결속을 다지기도 좋다. 이런 기조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2014년 오바마 정부 때(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부통령)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게 만든다.

대외적으로 중국견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대내적으로 코로나 사태의 확산과 40년 내 최고라는 인플레이션의 우려와 금리 인상 등이 미국에 산적해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2022년 11월 중간선거 등으로 북한이 들어올 자리는 없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북한이 냉담한 미국을 불러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주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리는 것뿐이다.

북한이 도발하는 둘째 이유는 남한 때문이다. 3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사전에 북한 위협을 강화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북한이 대미 위협을 구사하면 자연스럽게 현재 정부의 중재자 외교는 끝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후보나 야당 후보는 현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외교 노선을 정하게 될 것이다. 좀 더 유화적인 방안이나 좀 더 강경한 정책이나 어떤 것이든 대선에서 북한 이슈가 주목받을 것이다. 대북 남남갈등은 다시 고조될 것이고, 이는 어느 후보든 당선자로 실제 취임을 하고 나면 대북강경정책 사용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북한이 도발하는 셋째 이유는 북한의 국내정치 때문이다. 북한의 오래된 사상체계인 주체사상에 따르면 주체사상은 정치적 자주, 경제적 자립, 군사적 자위의 3위 일체가 달성될 때 가능하다. 특히 경제와 군사가 받쳐주어야 정치적 자주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경제와 군사는 항상 같이 움직여왔다. 그런데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경제 및 핵 병진 노선에서 경제건설 노선으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2019년 미국과의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아무 소득 없이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그런데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던 2018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 추산으로 –4.1%였다. 이는 2017년의 –3.5%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2019년은 0.4%로 반등했지만,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는 –4.5%로 급전 낙하하였다. 2021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2016년부터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무역 감소 등을 고려하면 더 나빠질 여지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과 생존은 결국 강제력에 있다. 북한이 최근 법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더해 과거에 위기를 풀어나간 역사를 되뇌면서 체제 유지의 보검인 주체사상을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경제와 군사 병진 노선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북한이 다시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고, ‘자위’권 차원의 핵무기 강화를 대내 통치의 명분으로 삼을 여지가 크다.

여행과 위기 상황은 사람의 본성을 드러낸다. 사람이 운영하는 국가 또한 동일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교훈은 명확하다. 북한은 안 바뀐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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