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희한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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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희한한 대선
  • 신희섭
  • 승인 2021.12.3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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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일이 코앞이다. 그런데 어느 때 보다 누가 대통령이 될지에 대한 ‘긴장감’이 낮다. 지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나 신선한 공약에 대한 ‘기대감’은 더 낮다. 선거 직전인데 많은 이들이 ‘흥분감’보다 ‘피로감’을 더 느끼고 있다.

실망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후보자 인물과 관련된다. 양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 관련 비위나 특검 이슈, 실망스런 발언, 배우자와 가족 문제 등등 말하기에 너무 길다. 오죽하면 후보자의 배우자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까지 했다.

둘째, 정당과 관련된다. 정당 내 불협화음이 전례가 없다. 여야 할 것이 없이 대선후보와 다른 주장이 나온다. 야당 당 대표는 선대위마저 나갔다.

희한한 대선이다. 사람도 미덥지 못한데 정당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은 50~55%대나 된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40~47%까지 나온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대통령을 거부하는 두 개의 진영으로 국민이 분열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의 대선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2017년 탄핵과 촛불로 상징화되는 ‘새로운’ 정치의 요구는 민주당보다는 문재인 대통령 ‘개인’에게 쏠렸다. 그리고 경기 위축과 집값 폭등의 탓도 대통령 ‘개인’에게 돌아갔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유권자들 시야 밖이다. ‘조국’ 사태는 모세의 기적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어떻게 한국 정치가 선명하게 갈라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정권교체와 정권유지라는 명분으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대선도 결국 사람 중심이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인물 중심’ 선거판이 깔린 것이다. 주변에선 이런 이야기들이 활개를 친다. “이번 선거에서 OO가 당선되면 내가 이민간다. 이민 가!” 혹은 “내가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OO가 대통령 부인이 되는 것은 못 보지!”

그렇다. 네거티브 프레임이 다른 선거보다 더 강력하다. 뉴스마다 나오는 기사들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보라. 지난 선거는 안 그랬나!

여기서 궁금한 것은 과연 말 많고 탈 많은 이번 선거가 어떻게 치러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유권자들은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할 것인가에 있다.

뉴스 미디어들이 연일 던져주는 네거티브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역시 가장 강력한 투표 기준은 정당일체감일 것이다. 30%대를 넘나드는 적극적인 여당 지지자는 어찌 되었든 여당을 지지할 것이다. 반대로 30%대 미만의 적극적인 야당 지지자는 세상 두 쪽이 나도 야당을 지지할 것이다. 이런 정당일체감에 기초한 투표는 과거 ‘지역주의’에서 현재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기준은 좀 달라졌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관건은 약 40%대 내외의 무당파층 혹은 중도층이다. 이들은 정당일체감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적극 지지층과 투표의 기준이 다르다. 이들의 투표행태와 기준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째,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유권자는 정당에 의한 후보자 선별보다는 스스로 후보를 선택하려는 성향이 크다. 유권자가 정당 간 이념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 이들에게는 후보자 요인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대선에서만큼은 인물 기준이 중요하게 나타났다. 이것은 대통령이 가진 거대한 권력과 함께 누구에게 표를 주는지와 부여된 표가 당선을 결정하는지를 정확히 알게 해주는 인지성( identification)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도파 유권자는 정당에 대한 일체감이나 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 즉 특정 이슈를 두고 선택할 수 있다. ‘집값 대란’에 따른 정권심판론에 기초해서 이들은 현 정부와 집권당에 ‘회고적 투표(과거 업적에 대한 투표)’를 할 수 있다.

셋째, 중도파 유권자는 인지심리에 영향을 받아 투표에 나설 수 있다. 인간의 심리를 결정하는 스키마(Schema)로 인해 유권자는 자신이 가진 선입견에 의존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간단히는 후보자나 배우자 등이 가진 이미지를 보고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인지심리는 대중미디어가 계속 특정 의제를 선택하고 이를 강화함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현재 심란한 대선 정국은 무당파층 혹은 중도층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후보자의 실수나 가족 문제가 얼만큼의 중도층을 투표장 밖으로 밀어낼지(기권)와 그런데도 남아있는 이들을 자기편에 붙들어 둘지로 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지금 선거 과정이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결과는 올 것이다. 변덕스러운 3월의 봄바람과 함께.

그런데, 이런 선거를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치러야 할지가 더 걱정이다. 나만 그런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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