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0) / 한 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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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70) / 한 해를 보낸다
  • 정명재
  • 승인 2021.12.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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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우연한 만남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인연을 쌓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시간이 우리의 인생이라면 올해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많은 영롱한 아침과 저녁노을이 언제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분주하던 그때는 이제 지났다.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말할 수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가장 좋은 날이라고 말이다.
 

수험생인 이승복 선생님을 만났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나를 찾은 분이시다. 3월의 추위가 아직 남아있던 그때, 나를 만나러 한걸음에 달려오셨다고 한다. 나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인데 나를 만나러 오시다니. 수험생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진로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는 게 나의 삶이었다. 그저 여느 만남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그분의 모습은 달랐다. 나를 위한 마음을 담아 말씀 하나하나를 건넸으며,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이 걱정을 해 주셨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기는 참 오랜만이었다. 만남과 헤어짐이 잦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더러는 인연(因緣)으로 기억되는 만남도 있다.

그리고 현서. 그와는 오랜 인연이다. 현재는 코로나의 병마에 걸려 병상에 누워있는 가족들을 돌보는 그는, 나를 지지하고 늘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수험생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그의 인생에 나는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로서 역할을 할 뿐이지만, 그는 나에게 그 이상의 신의(信義)를 보여주었다. 때로는 힘든 그의 인생을 살피지 못한 채 시험에 응시하고 도전하라는 마음의 짐을 던졌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수험생들은 의외로 많았다. 현서도 그랬다. 머리는 영특하고 지혜롭기까지 한 그였지만 공부할 여건은 늘 부족했고 힘겨웠다. 나를 걱정해주고 나를 위한 기도를 한 그에게, 이제는 나의 역할을 다시 찾으려 한다.

상균. 내가 힘들고 곤경에 처했을 때 굳건히 나를 믿어주고 응원하며 곁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수험생이다. 한결같이 나의 편이 되어 주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제대로 신세를 갚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강사의 삶은 때로는 고단하고 힘들다. 작년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떠밀릴 때가 많았다. 저녁이 되면 찾아와 나를 위한 저녁값을 많이도, 참 많이도 냈다. 능력이 비천하여 그러했을 것이고, 내가 부덕(不德)하여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그때 배를 곯지 않게 나를 위한 헌신을 아끼지 않은 그가 있어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고마움을 어찌 잊으랴.

연로하신 어머니가 그립다. 한 해가 가는 지금이면, 늘 나를 위한 기도와 걱정을 하시는 그분의 목소리가 그립고, 그동안 제대로 효도(孝道)하지 못한 시간이 한스럽다. 젊어서는 죽을 기운을 다해 자식을 위한 삶을 살아오셨고, 늙고 병들어 기력을 잃은 지금은 마음 약해지고 걱정은 늘어난다. 온전한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하는 부족한 자식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이리라.

돌아보니, 나의 곁에서 나를 지지하는 많은 수험생을 만난 한 해였다. 적잖은 시간 동안 강사로서의 삶을 살아왔지만, 올해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나의 일은 오롯이 혼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혼자서 책을 들여다보고,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수험서를 쓰고, 혼자서 강의 준비를 한다. 굳이 누군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작업은 아니기에 그렇다. 그래도 가끔은 혼자서만 준비해야 하는 것이 외롭고 지칠 때가 있다. 하지만 즐거운 일이란 내가 만드는 것이다. 잔잔한 피아노곡을 틀고, 하늘을 한 번 바라보며,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고 나면 공부를 하고, 수험서를 집필할 기운이 난다. 그리고 나의 책과 강의를 기다리는 수험생 한분 한분을 떠올린다.

어떤가? 올 한해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 나의 이야기는 이러하지만, 그대들의 이야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시험이란 울타리에 갇혀 살고 있진 않은지, 경쟁적인 삶에서 누군가를 이기고 내가 승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진 않은지, 혹여 슬럼프에 빠져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진 않은지 걱정이 앞선다. 나 역시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간에 쫓기고 상황에 쫓기다 보니, 두서없이 살아온 인생이었다. 수험생이 되어 보면 알겠지만, 시간이 화살처럼 빨리 흘러가더라. 그래서 힘들고 초조함이 생기는 거야.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를 둘러싼 위험한 순간이 있어 우리는 조금씩 강해지고 용기를 갖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실패란 것이 성공의 다른 모습이란 걸 배우게 되고, 힘든 시간이 남겨준 교훈도 알게 될 때가 온다. 나 혼자만 힘든 것은 없다. 누구나 힘겨운 시기는 지나게 되니까 말이지.
 

오늘도 늦은 강의를 하고 책상으로 돌아왔다.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한 해의 마지막 칼럼을 쓰는 날이어서 조금 설레고 차분한 마음이었다. 시작과 끝을 알리는 달력의 마지막 달, 마지막 날이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한 해의 끝을 알리는 종착지는 달력에서 찾지만, 우리 같은 수험생의 종착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답은 생각보다 쉬워. 수험생활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자신의 결정과 결심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된다. 공부가 너무 힘들면 지금은 잠시 멈춰도 돼. 공부가 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은 시작하지 않아도 돼. 언젠가, 누군가처럼 간절함이 기도로 변하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생길 때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길 수 있다는 걸 믿어. 수험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누구나 철학자가 되고, 가난한 마음을 갖게 된다. 공부란 게 자기와의 약속이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믿는 신념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1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지만 분명한 건,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해졌고, 현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될 시간이 다가온다는 거야. 꿈을 꾸고, 꿈을 이루고 그 꿈을 나눌 사람을 찾아야 한다. 시간의 소중함은 매일매일 더 간절하게 다가오겠지만 12월 31일이 되어서야 깨닫곤 하지. 앞으로 힘들고 지친 날이 혹여 우리를 기다리더라도, 용기 잃지 말고 그대의 꿈을 이룰 수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면 그대는 잘 지내고 있음이라. 그대가 있어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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