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투경찰의 죽음을 대하는 경찰청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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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투경찰의 죽음을 대하는 경찰청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 송기춘
  • 승인 2021.11.26 17: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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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br>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학 시절 경찰, 특히 전경은 많은 학생들에게 경계와 증오의 대상이었다. 학교 곳곳에 사복을 입고 서성거리다가 시위가 일어나면 몇 분 안에 주동자를 잡아갔다. 추격하는 경찰을 피하여 달아나는 쿵쾅거리는 발걸음 소리는, 대학을 마치고도 꽤 오랫동안 비슷한 소리만 들어도 불안감을 느끼게 하였다. 전경에 대한 증오심이 측은함으로 바뀐 것은 군복무를 하면서부터이다. 언젠가 어느 정당 앞에서 경계근무를 하는 전경을 보았다. 초점도 없는 눈빛으로 뭔가를 외우고 있었다. 추운 날 옷차림도 부실하여 몸은 얼어 있었고 초조함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날 저녁 암기사항을 제대로 읊지 못하면 ‘한 따까리’가 예정되어 있을 터였다. 미움이나 분노보다 측은함을 느끼게 되었던 건 아마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학 선생이 되고 나서 전투경찰에 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어느 인권단체의 부탁을 받은 것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자료를 보니 전투경찰 생활은 내가 겪은 궂은 군 생활보다 더 힘들고 열악하였다. 전투경찰은 국방의 의무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대간첩작전’을 위해 전환복무를 하면서도 시위하는 국민을 ‘간첩’으로 여기는지 온갖 시위 현장에 ‘치안’목적으로 ‘투입’되었다. 법령에 위반되는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 것이다. 입대 전에 반정부 항의시위를 하던 사람이 입대 후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전경이 되어서 시위 진압에 동원되는 예도 적지 않았다. 넋이나 얼이 빠지지 않고는 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일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적도 있다.

전경들의 인권상황도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시위 진압 ‘작전’에 들어가면 여러 날을 제대로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전경 차량 안에서 구타도 당했다. 작전이 없는 날이라고 편히 쉬는 게 아니었다. 구타와 가혹행위가 일상이었다고 한다. 군대에서는 훈련이 대부분이고 실전이랄 게 거의 없지만 전경은 대부분이 실전이었다. 전경들이 마징거Z도 아니고 대단한 장비로 무장을 한 것도 아니니 날아오는 돌과 화염병이 무섭지 않을 리 없다. 그러니 전경들도 나름의 규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여겼을 것이고 이걸 어기지 않도록 가혹한 환경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갖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달에 겨우 몇 만원 되는 푼돈을 주면서 경찰 업무에서 가장 힘든 데 동원하는 것도 문제라고 여겨 ‘전투경찰대 폐지론’이라는 논문도 발표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전경제도가 폐지되었다. 예전 전경들이 하던 업무는 지금은 정규의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는 군인과 전·의경, 교정시설경비교도대원, 의무소방대원, 해양경찰대원 등의 죽음에 의문이 있는 사건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경험하는 바는 국방부와는 달리 경찰청의 태도는 매우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다. 자료 제공 요청에도 소극적이다. 국방부는 군인의 의문사가 군의 큰 짐이라고 여기고 어떻게든 잘 풀어보려 애쓰고 위원회 업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편이다. 그러나 경찰은 망인뿐 아니라 망인과 같이 근무한 대원들의 명단이 조사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 텐데도, 동료 대원들의 명단을 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투경찰이 생긴 게 1970년대이니 그리 오랜 세월이 흐른 것도 아닌데 문서가 아예 없다 하는 경우도 있다. 요청한 게 몇 십 건밖에 안되는데 정말 없는 건지, 못 찾는 건지, 안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법해석에도 소극적이다. 지난 4월 군사망사고위원회법 개정에 따라 위원회의 조사대상 사건과 결정의 효력은 국방부장관, 법무부장관(경비교도대 관련), 경찰청장(전·의경 관련)과 소방청장, 해양경찰청장에게까지 미친다. 이에 관하여 위원회법 제29조는 위원회는 ‘국방부장관(전환복무자의 경우 법무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경찰청장, 소방청장 또는 해양경찰청장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명예회복 및 보상에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항). 그러나 제2항 규정에 제1항에서 국방부장관에 더하여 괄호 안에 있는 법무부장관, 경찰청장 등에 관한 내용이 부기되지 않았다고 하여 위원회가 경찰청에 대해 순직에 관한 재심사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제1항에서 이미 국방부장관이라는 개념에 경찰청장이 포함된다고 하고, “이하 같다.”고 하고 있음에도 제2항에 경찰청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하여 유족들에게 재심사를 신청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순직에 관한 재심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찰의 태도는 법령해석도 제대로 한 게 아닐 뿐 아니라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다시 박는 일이다. 경찰청은 전경들이 근무할 때도 하찮은 물건처럼 취급하더니 지금도 이들의 죽음에 대해 태도가 달라진 게 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도 커졌는데, 이러한 경찰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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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11-29 14:40:48
전의경이 군인권 사각지대중 끝판왕이죠 국방부도 군인권보장에 있어 많은 지탄을 받고있지만 경찰청에 비할바는 못되는것 같습니다 가족과도 같은 전의경대원들의 인권보장도 외면하면서 국민의 인권을 어찌 챙기겠다고 하는지 궁금합니다 타 군에 비해 관심도가 적은 전의경 인권문제에 관심 가져주시는 교수님같은분 덕분에 전역한지 10년이 지났는데도 힘이 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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