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91)-경찰 현장이탈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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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91)-경찰 현장이탈 사건
  • 신종범
  • 승인 2021.11.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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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인천에서 발생한 층간 소음으로 인한 흉기난동사건은 범죄사실보다 경찰관들의 대응방법이 더욱 크게 문제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인천 한 빌라에서 A가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 B는 A의 아래층 사람으로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A와 갈등을 빚어 왔다. 출동한 경찰은 A를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혐의로 조사한 뒤 추후 경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한 후 경찰서로 돌아왔다. 몇 시간 뒤 경찰서에 다시 신고가 접수되었다. A가 B의 집 앞에 다시 나타나 소란을 피운다는 내용이었다. 남성 경위와 여성 순경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들은 A를 자신의 집으로 돌려보낸 뒤 남성 경위는 B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고, 여성 순경은 B의 집에서 B의 부인과 딸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었다. 그런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A가 흉기를 들고 다시 나타나 B의 부인에게 휘둘렀다. 여성 순경은 1층으로 뛰어 내려갔고, 1층에 있던 B는 비명을 듣고 급하게 자신의 집으로 올라가 딸과 함께 A를 제지했다. 경찰들은 뒤늦게 B의 집으로 올라와 A를 체포했다. 목 부위에 중상을 입은 B의 부인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에 빠졌고, B와 그의 딸도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초기에는 범행이 벌어진 현장에서 범인을 제압하지 않고 1층으로 내려가버린 여경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면서 여경 무용론까지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후 1층에 있던 남경 또한 즉시 범죄 현장에 가지 않고, 여경과 함께 현장을 이탈한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남성 경위는 3단 봉과 권총을, 여성 순경은 3단 봉과 테이저 건을 각 소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범죄자를 제압한 것은 이들 경찰이 아니라 맨몸의 피해자였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를 경찰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 범죄피해자 보호를 수행해야할 가장 중요한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공무원법은 경찰의 무기휴대를 허용하고 있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무기, 경찰장구 등 사용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경찰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그 권한을 필요최소한으로 행사하고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특히, 무기(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도록 제작된 권총·소총·도검 등), 경찰장구(경찰관이 휴대하여 범인 검거와 범죄 진압 등의 직무 수행에 사용하는 수갑, 포승(捕繩), 경찰봉, 방패 등) 등의 사용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범인의 체포를 위한 경우 필요한 한도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무기나 경찰장구 등 무력을 사용한 경우 때때로 그 사용이 권한을 남용하여 인권을 침해하였다는 논란이 일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무기 등을 사용하여 범죄자를 제압했어야 할 상황임이 너무나 명백하다.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더라도 경찰관을 급습하거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목전에 실행되고 있는 등 상황이 급박한 경우에는 구두 또는 공포탄에 의한 경고 없이 총기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일단 집으로 돌아갔고, 임용된지 얼마되지 않은 여성 순경이 혼자 피해자로부터 피해 사실을 듣던 중 가해자가 갑작스레 나타나 흉기를 휘두르면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로 여성 순경은 구급과 진압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났다고 하지만, 가해자의 범행이 계속 중인 상황에서 경찰이 현장을 벗어났다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피해자의 딸이 가해자와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남편은 즉시 현장으로 갔지만, 함께 있던 남성 경위는 여성 순경과 함께 현장을 벗어났다는 이야기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감찰을 거쳐 관련자들을 문책하고, 현장 대응 체계 점검 등에 나선다고 한다. 경찰청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이런 문구를 보게 된다.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경찰로 거듭나길 바란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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