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잊혀진 북한의 통일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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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잊혀진 북한의 통일정책
  • 신희섭
  • 승인 2021.10.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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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1월 북한에서 조선로동당 규약이 발표되었다. 과거 규약처럼 이 규약에서도 통일에 관한 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2016년 5월에 개정된 7차 조선로동당 규약에서는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며 전국적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데 있다.”로 통일 관련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

이번 8차 개정에서는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며 전국적범위에서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로 바뀌었다.

변화된 부분만 살펴보자. 첫째, ‘부강하고 문명한’이라는 수식어가 사회주의 사회에 붙으면서, 김정은의 통치 구호였던 ‘강성국가’를 뺐다. 즉 실패한 강성국가론을 접고 강성국가를 형용사 정도로 낮추었다. 둘째,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의 혁명 과업을 수행하는’ 것에서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으로 바꿨다. ‘민족해방’이라는 ‘혁명과업’을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실현’으로 대체하였다. 셋째, 최종목적은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에서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으로 바뀌었다. 특수 이념인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보다 보편 이념인 ‘공산주의’로 대체한 것이다.

이 부분만 보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강성대국이나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빠지고 보편적인 공산주의의 논리를 강조했다. 8차 당규약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조선로동당은 당의 사상과 배치되는 자본주의사상, 봉건유교사상, 수정주의, 교조주의, 사대주의를 비롯한 온갖 반동적, 기회주의적사상조류들을 반대배격하며 맑스-레닌주의의 혁명적 원칙을 견지한다.” 이는 주체사상이 가진 특수성과 폐쇄성 그리고 사회주의와의 근본적 모순을 잠시 접어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산주의의 원형이자 보편적인 논리인 마르크스와 레닌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뒤에 나오는 문장이 이 부분에 대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조선로동당은 조선인민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을 당활동의 최고원칙으로 한다.” 마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경제우선주의.

그래서 북한의 통일정책은 과거와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다음 구절을 보자. “조선로동당은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며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한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위의 두 구절이 가지는 의미는 김일성시대의 두 가지 통일방안 계승이다. 첫째, 한국 사회내 불만자와 약자를 규합하는 통일전선전술을 사용해 북한에 우호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연방제’방안이다. 둘째, ‘무력통일론’이다. 즉 이번 규약에서도 현란한 수식어들을 제외하면 변화한 것은 없다. 군사국가 북한의 체제 운영방식으로 보면 단순하다. 북한이 선호하는 전략(목적)은 변화하지 않았고, 전술(수단)을 바꾼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북한 통일론을 다루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거나, 과거 반공주의 사상의 향수로 비칠지 모른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이 끝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과연 남한을 무력통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무력통일을 한들 무엇을 얻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 생각과 달리 북한은 여전히 통일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왜?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이 정부 구성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체제 정당화를 해왔기 때문이다. 국력 격차가 커진 현재에 남한과 전혀 다른 체제라는 것을 인정하면 김일성이 틀린 것이 된다. 이는 ‘수령 무오류 사상’을 붕괴시킨다. 또한, 민족통일을 지속해서 언급함으로써 정권의 강고함을 보여줄 수 있다.

둘째, 경로 의존성이다. 북한은 유훈 통치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김일성 시대 논리를 따른다. 게다가 북한으로선 남한을 흡수할 여력은 안 되지만, 모순되는 통일정책을 사용해 남한 내부를 끊임없이 흔들 수는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북한의 통일정책의 모순성은 더 두드러진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일방적인 무력통일을 주장하면서도 남한과의 합의에 기초한 연방제를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주체사상이라는 북한체제만(일명 김일성 민족주의)을 강조하면서, 한민족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민족’개념을 불러온다. 무력과 협상. 주체와 민족. 한 입으로 두 가지를 말한다.

이런 논리적 모순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관을 정치적으로 전환하여 사용해왔다. 북한에 ‘정치는 전쟁의 연속’이다.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이 중요하다. 따라서 북한은 전략을 세운 뒤, 환경이 변화할 때마다 모순되지만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온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핵무기는 북한에 새로운 환경을 창출할 것이다. 핵무기와 운반수단을 늘리고 있는 북한은 핵을 통한 위협 전략을 사용해 남한보다 열세인 재래식 능력에 대한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력통일론이라는 강경책과 민족끼리의 협력이라는 유화책을 동시에 구사할 것이다. 과거 늘 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북한의 통일정책을 잊으면 안 되는 이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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