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2) / 서울극장의 마지막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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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2) / 서울극장의 마지막 상영
  • 정명재
  • 승인 2021.08.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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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1979년 합동영화사가 종로에서 한 개의 스크린으로 관객과 만나기 시작한 서울극장은 오는 8월 31일을 끝으로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고 한다. 오래 전,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할 때이다. 소개팅과 미팅의 추억이 있는 곳으로 명동 아니면 을지로 영화관을 돌아다니면서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던 순간이었다. 대중문화를 이끌던 영화관이 하나 둘 사라지고 서울극장도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코로나로 부쩍 손님이 줄고 인터넷과 넷플릭스 등에 밀려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영화 보는 것을 싫어하는 이가 누가 있으랴. 고단한 인생에서 영화 한 편의 감동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의 한 편에 남아 우리의 정서와 인생목표에까지 영향을 끼치곤 하니 그 영향력이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영화를 꼽자면 누구나 영화 제목부터 주인공의 이름, 스토리까지 외우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야 영화 보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닐 뿐더러 상영관 또한 현대식으로 바뀌어 최신시설이지만 당시만 해도 시설은 그리 좋지 않았다. 시험기간이 끝나면 영화를 함께 보러 가자는 누군가와의 약속을 애틋하게 기다리던 맛이 있었다. 영화 보는 날을 소풍처럼 손꼽아 기다리던 시절, 그때는 그랬다.

수험생이 되어 보면 안다. 그날이 그날이고,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의 흐름에서 영화 한 편을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은 생활의 활력소였고 힘들어도 참아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때론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없다 해도, 영화를 보러 상영관에 가는 재미가 있던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무엇이든 빠르다. 보고 싶은 영화의 예고편이 궁금하면 유튜브 등을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고, 누군가가 올린 영화 소개를 통해 대강의 스토리 또한 금세 알 수 있는 시대이다. 기다림이나 설렘과는 거리가 먼 시대이다. 서울극장의 폐장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自畵像)이란 생각을 해 본다. 과거와의 이별이고,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장소와의 단절이다. 음식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고, 음식의 향기를 통해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가 기억나는 것처럼 영화관이 우리들에게 전하는 추억은 각별한 것이다. 중학교 때 본 영화가 무엇인지, 고등학교 때 본 영화들이 무엇인지를 기억해 보자. 그리 어렵지 않게 제목과 스토리 그리고 누구와 영화를 함께 봤는지도 곧잘 기억할 수 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어른은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서 우리는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이별은 사람에게 그리고 시간에게도 마찬가지로 흔적을 남긴다. 늘 젊을 것 같던 부모님의 손은 주름으로 가득하고, 늘 곁에 있을 것 같았던 강아지 세리는 가슴 속 기억으로만 남았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은 소통보다는 단절을 가져왔고, 누군가를 걱정하는 것에서 스스로를 걱정해야만 하는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거리를 걷다 보면, 빈 상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얼마 전까지 맛집으로 기억하던 가게는 문을 닫았고 새로운 가게는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영업의 몰락으로 시작되는 경제 문제는 취약한 중소기업으로 번져 가게 된다. 얼마 전, 작은 중소기업의 사장님을 알게 되었다. 수험생으로 입문하여 수험상담을 하러 나를 찾아온 분이셨다. 오랜 기간 많은 고생을 하면서도 작지만 알찬 기업으로 발전시킨 입지전적(立志傳的) 분이셨다.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자격증의 필요성을 실감하셔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내가 아는 수험정보와 앞으로의 공부법을 함께 나누었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시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계셨다.

그러던 어느 날, 주요 거래처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고 이내 사장님의 회사도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되었으며 공부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경제적 어려움에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은 사장님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언제, 어디에서 고난과 경제적 어려움이 밀어 닥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괜찮다고 해서 계속 지금의 상황을 유지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공무원 수험생이 되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험생이 되고자 결심을 한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 본능에서 시작된 것이다. 수험생이 되는 것이 확실성을 담보(擔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도전하고자 시작한 그 순간부터는 불확실성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수험생활을 이어간다면 합격에 이르는 길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거창한 대의명분(大義名分)이 필요한 게 아니다. 수험생이 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인생에 대한 열정이 일어난 것이고, 미래의 불안과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본능이 꿈틀대는 것이라 생각하자. 수험생이 되어서도 게으름과 회피로 시간을 무심하게 보낸다면 굳이 수험생이란 이름이 필요치 않다. 취미 삼아 하는 공부라면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다루는 것 또는 요리를 배우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아니어도 나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이니 조급함이나 위기위식 따위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시험공부는 이번에 안 되도 나중에 하면 된다는 식으로 공부한다면 결국 중도포기 외에는 방법이 없다. 시험공부는 오래 할수록 숙성되고 배움의 깊이가 넓어지는 분야가 아니다. 한 번 도전하고, 두 번째 도전하면 그만큼 나태와 게으름이 찾아오기 쉽고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좌절하기 쉬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처음 도전하고 실패했을 그 때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실패가 던져주는 교훈과 메시지를 거울삼아 다음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져야 끝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늦은 밤이면 가을의 바람이 분다. 선선한 바람이 계절이 바뀌어 감을 실감케 한다. 찬바람이 불면 공부를 시작하리라 다짐하는 수험생이 많다. 더 세찬 찬바람이 불기 전,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무더위의 끝자락에는 가을이 묻어난다. 가을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에 그리고 내년 여름에 수확할 합격이라는 선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공부를 시작하지 않으면 또 다른 바람에 흔들리고 방황하는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공부하기 좋은 계절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선선한 밤바람이 부는 지금은 공부를 시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수험생이 된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자. 각박한 세상에서 같은 뜻으로 시작한 마음이니 우리는 동지(同志)인 것이다. 서로에게 잘 될 거라고 눈인사 정도는 진실하게 건네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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