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33)-올해 가을 미국 로스쿨 신입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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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33)-올해 가을 미국 로스쿨 신입생들에게
  • 박준연
  • 승인 2021.07.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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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팬더믹 중에도 계절은 바뀌어 올해 신입생들이 로스쿨 입학이 가까워졌다. 주변의 지인 몇몇도 이번에 로스쿨에 진학한다고 한다. 내가 로스쿨 진학하기 전 이맘때는 지금보다 정보도 부족하고 직접 물어볼 사람도 마땅치 않아, 입학해서 잘 해보고 싶은 열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현직 변호사들이 1L 신입생들에게 하는 충고를 찾아보고, 많은 변호사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을 정리하여 내 생각을 덧붙여 보았다.

로스쿨이라는 지뢰밭

로스쿨 과정을 위기의 연속이라고 묘사한 변호사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로스쿨 수업 방식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지만 익숙해진다고 해도 수업 과제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성실하게 예습을 다 했어도 혹시 수업 시간에 이름을 불리고 제대로 대답을 못해서 망신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도 아니었는데 나뿐만이 아니고 주변에서도 수업 중에 콜드 콜(cold call)을 당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렇게 수업의 사이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쯤이면 기말고사 준비를 시작할 때이다. 로스쿨 시험 공부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수업에서 다루었던 판례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깊이 이해할지, 아니면 어느 정도 이해한 후 기출 시험문제를 풀거나 참고서를 읽을지, 또 스터디 그룹에는 참여할지, 적당한 그룹이 없다면 만들지 등등. 로스쿨 진학 전에도 여러 종류의 시험공부를 하며 시험 준비 공부엔 어느 정도 요령이 쌓였다고 자부했었지만, 로스쿨 첫 학기 시험공부를 하면서 과연 내가 맞는 길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고생만 고생대로 하고 성과는 별로 없는 공부 방법을 택했는지 고민에 빠질 때도 있었다. 학과 공부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도 다른 고민거리가 곧 생긴다. 여름방학때 어디서 일할 것인지, 저널과 클리닉 등 과외 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참여한다면 어떤 활동에 주력할 것인지 등등. 이런 과정 자체가 일종의 훈련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가 많은 여러 과제를 동시에 처리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면 졸업 후의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성적은 말할 나위없이 중요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로스쿨 시절 동기, 선후배와의 인간관계의 부족에 아쉬움을 느끼는 졸업생이 많다. 재학중에는 공부 따라가기만으로도 벅차서 같이 수업을 듣는 섹션이나 소그룹의 동기들 외엔 교류를 쌓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저널이나 클리닉 활동을 하면서 관심사가 비슷한 동기, 선후배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저널 오피스 구석에서 시험공부, 바 시험 공부를 하면서 서로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던 것도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동기들에게 불쾌한 사람이 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로스쿨 모교는 비교적 느슨한 데다 서로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분위기가 있었고 얘기로만 듣는 불쾌한 동기는 기억에 없지만, 시험기간 중 로스쿨 전체 비공식 이메일 리스트에 차별적인 발언을 하여 리스트 이용을 금지당한 LL.M 과정의 유학생이 있었고 그게 기억나는 가장 큰 사고였다. 요는 졸업생들이 같은 업계에서 일할 것인데 이런 일이 있으면 그 기억이 오래간다는 것이다.

로스쿨 교수님들과의 관계

대부분의 로스쿨 학생들이 로스쿨 교수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는 공감이 가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대학원 과정과는 달리 대형 강의가 많고 많은 경우 교수님과의 접촉은 시험이 가까워져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 대해 쉬는 시간이나 수업 후, 아니면 오피스아워에 질문을 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질문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1학년 두번째 학기(봄 학기) 때 지난 학기의 성적이 발표되고 나서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성적이 나빠서 의기소침한 며칠을 보내다가 공부 방법을 재점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서 성적이 나빴던 과목의 교수님을 찾아가, 처음으로 개인적 얘기를 하면서 조언을 구하였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와서 공부 내용뿐만 아니고 언어의 장벽도 있어서 성적이 나쁜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얘기를 꺼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계약법 교수님이 나를 몇 초 보시더니 내 기말고사 답안지를 보고 하신 대답이었다. 자기는 내가 미국 처음 왔는지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지도 몰랐는데, 논점 중 몇 가지 빠진 부분이 있어 더 좋은 성적을 주지 못한 거라고 하셨다. 그때 비로소 내가 처음 하는 미국 생활이나 영어를 핑계로 수업 내용을 어설프게 이해하고 넘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 복습 과정을 보완하여 적어도 그 주 주말까지는 수업한 내용을 대부분 이해하는 것으로 공부 방법도 바꾸었고, 그 덕분인지 그 다음 학기 성적도 훨씬 좋게 나왔다.

졸업 후 진로와 로스쿨 공부

로스쿨 동기 중에는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정해두고 거기에 따라서 선택과목도 수강하는 몇몇이 있었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그렇지 않고 수업도 막연한 관심사에 따라 수강신청을 하는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여 아쉬운 점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과목을 몇 가지 밖에 수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때는 뚜렷한 문제 의식을 가지지도 않았고, 수업 평판이 좋아서, 아니면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수강신청을 한 정도였다. 여기에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뚜렷한 관심이 있으면 그 분야를 중심으로 수강 과목을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로스쿨 재학중의 관심이 꼭 업무 전문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여러 분야를 탐색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름길이 없는 외로움

힘들었던 로스쿨 과정을 되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행정법 교수님은 수업이 재미있어서 인기가 많았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 주셔서 기말고사 공부도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동기들과 이 부분만 이해하면 시험 거의 다 커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험지를 받아보니 수업에서는 그렇게 자세하게 다루지 않은 내용이 큰 문제 두 개로 나왔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이 과목 참 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를 어쩌나. 그래도 기억나는 내용을 최대한 쥐어짜서 답안을 작성하는 수밖에 없어서 개요를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서 누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줄에 앉은 동기가 소리를 내어 우는 것이었다. 그걸 보니 그 동기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 또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묘하게 마음이 안정되었다.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면 외롭고 힘들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외로움은 다 같이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점이 바로 로스쿨 생활의 파토스라고 할까.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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